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정치적 인내'의 전투로 바꿔
장기전 가면 미국·걸프·유럽에 큰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이란의 타격들은 지리멸렬한 보복이나 죽어가는 정권의 마구잡이 행동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되려 그건 분쟁의 범위를 넓히고 기간을 늘림으로써 판을 바꾸고자 하는 '수평적 확전'(horizontal escalation) 전략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속에서, 바레인 시트라 섬의 밥코 정유소에 가해진 타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9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9/552865-A1PVkLX/20260309184050378euej.jpg)
"이란의 타격들, 지리멸렬한 보복 아냐"
'수평적 확전' 통해 '인내의 전투' 전환
페이프 교수는 약한 교전국이 더 강한 적의 '계산'을 바꾸게 하는 이 전략은 과거 베트남과 세르비아가 활용해 압도적 공군력을 지녔던 미국과 동맹국을 패배시켰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수평적 확전은 약한 국가가 분쟁을 단일 전역에 국한하지 않고 그 지리적, 정치적 범위를 확대할 때 일어난다. 약자는 강자와 정면으로 맞붙는 대신에 추가로 다른 나라들, 경제 부문, 역내 대중들을 분쟁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위험의 무대를 다각화한다.
페이프는 "이란은 재래식 군사 대결에서 미국이나 이스라엘을 이길 수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이란의 목표는 더 큰 정치적 지렛대를 얻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등 최고지도부에 대한 '참수 작전'이 이 전략을 활용하도록 강력한 유인을 제공했다고 봤다. 그는 "지도자를 잃고도 정권이 살아남았다면, 분쟁 확대를 통해 신속하게 회복력을 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11일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47주년 기념행사 도중(2026년 3월 9일 배포), 한 이란 남성이 암살당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초상화를 들고 있다. 국영 매체에 따르면, 이란 전문가 회의는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부친의 뒤를 잇는 국가의 새로운 최고 지도자로 임명했다. 2026. 02. 11 [EPA=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9/552865-A1PVkLX/20260309184051689ntxo.jpg)
이란, 2‧28 공격 책임 '친미 질서'로 확대
"이스라엘 증오 무슬림 대중 직접 겨냥"
이란 외무부가 미군 기지가 있는 걸프 국가 등에 대한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두고 "지역 내 모든 '적대 세력'에 대한 정당한 대응"으로 규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페이프는 "이 표현은 대이란 공격의 책임을 이스라엘과 미국을 넘어 걸프 지역의 광범위한 친미 질서로 확대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근본적으로 이란의 수평적 확전은 정치적 전략이다. 이는 이란이 설득하려는 대상, 이란과 이념적으론 일치하지 않아도 대체로 이스라엘을 증오하는 역내 무슬림 대중들을 직접 겨냥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8일 미국 중부사령부 공보실이 배포한 미 해군 제공 사진. '에픽 퓨리 작전'을 지원하며 항해 중인 알레이 버크급 유도 미사일 구축함 토마스 허드너함(DDG 116)이 토마호크 지상 공격 미사일을 발사하고 있다. 2025. 03. 09 [AFP=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9/552865-A1PVkLX/20260309184052956ulze.jpg)
장기전, 미국‧걸프‧유럽에 '정치적 비용'
페이프 "이란에 필요한 건 오로지 인내뿐"
이런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에는 명확한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우선 세계적 금융‧ 투자‧관광‧물류의 허브인 걸프 지역의 '절대 안전' 평판에 구멍을 내는 것이다. 그건 물리적 피해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다음은 알우데이드, 알다프라, 프린스 술탄 등 미군 기지와 그 주변을 타격해 미군 기지 수용에 드는 걸프 국가들의 정치적 비용을 높였다. 페이프는 "테헤란은 워싱턴과의 동맹이 공격에 대한 노출을 뜻한다는 신호를 보냈다. 걸프 지도자들은 동맹의 약속과 국내 경제적 안정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만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전쟁 속에서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사이의 확전에 뒤이어,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외곽에 가해진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6. 03. 09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9/552865-A1PVkLX/20260309184054361knmk.jpg)
트럼프 행정부, 전략적 갈림길에 서
공중 작전 배가 vs 군사 개입 종료
이란의 '수평적 확전' 전략이 먹혀 장기전으로 넘어갈 때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페이프는 먼저 그동안 미국의 지원 아래 이스라엘과 '조용히' 안보 협력을 확대해온 걸프 정부들의 행보가 밖으로 노출될 걸로 봤다. 아랍 대중은 여전히 이스라엘의 공격적 군사 행동을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점에서 걸프 통치자들엔 상당한 국내 정치적 부담을 안길 수 있다.
미국 정치에도 큰 영향을 줄 걸로 예상했다. 에너지 가격 급등, 미군 사상자 발생, 불확실한 목표로 점철된 지루한 중동 전쟁은 미국 내 불만을 키울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의 지지 기반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 내에서 대선 공약을 어기고 중동 문제에 개입하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꽁무니를 따른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많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 그 균열은 더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

"결정적 국면, 지역 위기와 함께 시작돼"
압도적 공군력에도 베트남 전쟁서 패배
분쟁을 확대하고 정치화하는 이런 이란의 장기전 전략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가 취할 대응과 관련해 페이프는 "전략적 갈림길에 섰다"라면서 추가로 공중 자산을 투입해 공중 작전을 배가하던가, 아니면 "목표가 달성됐다"고 선언하고 이 시점에서 군사 개입을 끝내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트럼프는 미국이 지금 당장 짧고 제한적인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 아니면 추후 더 길고 불확실한 정치적 비용을 감수할지를 판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2025. 12. 29 [로이터=연합뉴스]](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3/09/552865-A1PVkLX/20260309184056986ayrh.jpg)
한편,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페이프는 1965년부터 미국이 압도적 공군력을 바탕으로 제2차 세계대전 전체 기간에 사용한 것보다 3배나 많은 양의 폭탄을 북베트남에 투하하고, 1967년 가을 무렵엔 주요 통신, 군사, 산업 센터와 간선 도로들을 폐허로 만들었지만, 북베트남이 분쟁을 시골과 남베트남의 주요 도시, 정치 영역으로 확대하고 워싱턴의 국내 정치적 계산도 바꿔냄으로써 결국은 장기전에서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yooillee22@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