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로 버티죠”...중동발 기름값 급등에 농민들 ‘울상’ [르포]

남소정 기자 2026. 3. 9. 18:1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기름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데 딸기 사러 오는 손님은 뚝 끊겼어요. 농가야말로 더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9일 오전 경기 남양주 조안면의 한 비닐하우스.

이 씨는 "주변에서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는 소리에 연탄도 아껴 쓰고 있다"며 "하루 연탄을 32장씩 때야 하는데, 한 달 전부터 24장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진행된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기름값 담합 행위 등 불법행위 단속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등유 ℓ당 200~300원씩 올라”
생육적온 중요한 딸기에 치명적
청년창업위주 지원에 재설비 난항
9일 방문한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딸기체험 농장. 남소정 기자

“기름값은 하루가 멀다하고 치솟는데 딸기 사러 오는 손님은 뚝 끊겼어요. 농가야말로 더이상 버티기 어렵습니다.”

9일 오전 경기 남양주 조안면의 한 비닐하우스. 비닐하우스 문을 열자 더운 공기와 함께 ‘웅웅’ 거리는 소리가 귀를 때렸다. 드럼통을 가로로 눕혀놓은 모양의 온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500평 (약 1650㎡)규모의 딸기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준(58) 씨는 “월 100만 원 들었던 난방비가 최근 150만 원까지 올랐다”며 “온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상품성이 떨어지는 딸기 재배라 여간 힘든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실제 김 씨가 가리킨 농장 곳곳엔 생육이 더뎌 초록빛을 띤 딸기가 매달려 있었다.

비닐하우스 내부 온도계는 21도를 가리키고 있었다. 딸기는 낮 20도, 밤 8~10도인 딸기의 생육 적정온도를 벗어나면 수정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김 씨가 매일 등유를 열풍기에 주유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씨가 고개를 돌린 방향엔 딸기꽃 사이를 오가는 호박벌들이 보였다. 김 씨는 “딸기 수정에 필요한 호박벌을 빌려왔다”며 “낮은 온도에선 호박벌의 활동량이 50%로 감소해 등유가 비싸도 울며 겨자먹기로 밤새 열풍기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온커튼이나 수막시설을 설치하면 난방비를 줄일 수 있지만, 수십 년간 농장을 운영해 온 이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김 씨는 “스마트팜을 창업하려는 청년들은 비교적 정부 지원을 받기 수월하다”며 “우리처럼 오랫동안 비닐하우스 농장 재배를 해온 사람들은 정부 지원을 받기 어려워 설비 재투자는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9일 방문한 경기 구리시 사노동의 한 꽃농원. 남소정 기자

농가와 마찬가지로 실내 온도 유지가 중요한 화훼업계도 이번 중동발 유가 폭등 유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경기 구리시 사노동에서 30년째 관엽식물 및 생화를 판매하는 60대 이 모 씨는 바닥난 연탄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비닐하우스 온도는 14.7도. 관엽식물은 최소 15도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기준에 못 미치는 수치였다. 이 씨는 “주변에서 기름값이 너무 올랐다는 소리에 연탄도 아껴 쓰고 있다”며 “하루 연탄을 32장씩 때야 하는데, 한 달 전부터 24장으로 줄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도매상에서 나무를 사오는데, 등유 가격이 올라 나무값도 올랐다”며 “경기가 어려워 꽃 소비도 줄어들어 판매 가격을 올리기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2년 전에 비하면 매출이 50%로 줄었다”며 “매출이 급감해 세금도 줄어드니 세무서에선 의심스럽다고 전화가 올 정도”라는 게 이 씨의 설명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길어지고 있어 유가가 안정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실내등유 판매가격은 리터당 1534.25원을 기록했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날인 지난달 28일 1313.88원 대비 220.37원 오른 금액이다.

청와대는 이같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유류세 인하폭 확대와 최고가격제 시행 등 도입을 예고했다. 사정기관도 기름값을 이용한 불법행위 단속에 나섰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진행된 정례기자간담회에서 중동 사태로 인한 국제 유가 변동 가능성에 대비해 기름값 담합 행위 등 불법행위 단속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경찰청 주관으로 ‘민생물가 교란범죄 척결 TF’를 구성해 전국 시도경찰청에서 운영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

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