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엄세현 부산기계설비건설협회 회장 “K기계설비 기술자 고령화, 청년 인재 육성 절실”
업계 불합리한 관행 타파에 전력
공공건축물 분리발주 시행 필수
대학에 건축설비 학과 신설해야

“지난해 실적 신고를 받아보니 전년보다 15% 정도 또 마이너스더라고요. 올해는 더 줄어들 걸로 보여요. 발주량이 그만큼 줄어들었거든요. 게다가 가면 갈수록 안전과 관련한 요구사항들은 많아져요. 그게 맞죠. 그런데 안전 교육 하느라 시간 빼고, 안전 장비 갖추느라 예산은 더 많이 들고, 1명 하는 일도 2인 1조로 늘리면서 인건비는 늘어나는데 저희가 받는 공사비는 그대로니 힘들죠. 품질도 마찬가지예요. 요구는 많아지는데 공사비에는 반영이 안 돼요.”
지난달 24일 대한기계건설협회 부산지회장으로 선출된 엄세현 신임 회장은 현재 업계가 원자재 가격 상승, 저가 수주, 인력난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다고 했다. 엄 회장은 1985년 건설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40여 년간 현장을 누비며, 협력업체와 발주처 사이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한 관행,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껴왔다. 그래서 회장 임기 3년 동안 불합리한 관행을 없애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특히 그는 업계가 오랫동안 요구해온 기계설비 분리발주에 대해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라고 힘줘 말했다. 분리발주란 공공건축물 공사 시 공정이나 공사 분야별로 별도 분리해 발주하는 방식으로, 하도급률을 분리해 산정하는 것을 말한다. 대개 지방자치 조례로 적용 범위와 조건을 정한다. “고급 건물일수록 기계설비의 비중이 높아요. 높은 건 40%까지도 차지하죠.” 건축물에서 뼈대에 해당하는 구조물을 제외한 나머지 배관, 환기, 냉난방, 주방, 방음, 방진, 내진 등 건축물 내부 공사들 대부분이 기계설비에 해당한다.
“설비법이 만들어졌지만 건설산업기본법에 종속돼 있고, 대형건설사들이 분리발주를 원치 않죠. 설비 분야 발주를 대형건설사들이 받아서 가져가지만 직접 하는 게 아니거든요. 결국 마진을 챙기고 아래로 하청을 내리는 건데, 일 자체가 분리돼 있어 분리발주를 안 하면 대형건설사들만 좋은 일 시키는 거예요.” 업계의 요구로 공공건축물 상당 부분이 분리발주가 되고 있지만 아직도 대형건설사들이 가져가는 부분도 많다.
더욱이 부산에서 이뤄지는 공사 중 작은 공사들은 그나마 부산 업체들이 많이 하고 있지만, 큰 공사일수록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 등에서 업체를 데려와 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기계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지역에서 이뤄진 기계설비·가스공사 중 계약액 10억 원 미만의 경우 부산업체 참여율이 66%였지만 10억 원 이상일 땐 39%로 훨씬 낮았다.
“그나마 선계약을 하는 레미콘, 철근 등 골조 부문은 지역업체 참여율을 맞추기 위해 지역업체 계약을 많이 하지만 요구 비율을 맞추고 나면 저희처럼 후계약 후공정을 하는 기계설비는 지역업체 비중에 신경을 안 쓰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문건설업과 기계설비업의 하도급률을 따로 해달라는 요구도 하고 있어요.”
엄 회장은 젊은 인재들에게 기계설비업계의 비전을 제시하고 K기계설비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대학 강단에도 서고 있다. 해외 진출과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이다.
“젊은 인력들이 3D 업종이라고 기피하면서 기존 기술자들이 고령화되고 있어요. 특성화고나 대학에도 학과를 신설할 필요가 있어요. 대학에도 있던 건축설비과가 건축학과로 다 통폐합되고, 기계과도 많이 줄어들었는데 갈수록 설비 기술자가 귀해지고 가치는 올라가고 있거든요. 기계설비법에 따라 건물에는 기계설비 유지 관리자가 상주해야 해요. 다들 퇴직하면 갈 데가 없다는데 설비 기술자들은 이런 데를 가요. 노후에도 전문성을 살려 일을 할 수 있는 거죠.”
협회가 사회공헌 차원에서 하고 있는 ‘노후 노유자 시설 그린 리모델링 시범사업’에 대한 반응도 좋다. 경로당 내 환기장치를 설치해 냉난방 에너지 소비량을 줄여주고 공기도 쾌적하게 만들어주는 사업인데, 엄 회장은 “어르신들 반응도 좋고, 에너지 절감에도 좋아 부산시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확대해 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