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3조 매도에 삼전닉스 급락…코스피 변동성 금융위기때 수준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6. 3. 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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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검은 월요일'
중동충격·AI투자 축소 겹쳐
3월에만 서킷브레이커 2회
코스피 변동성 극도로 확대
분쟁수혜 방산·정유주도 흔들

중동 분쟁 격화에 외국인이 9일 코스피에서 3조원 넘게 주식을 내다 팔면서 '분쟁 수혜주'로 꼽히던 방산주와 정유주 주가까지 흔들리는 '블랙 먼데이'가 찾아왔다. 유가 충격에 인공지능(AI) 투자 감축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며 아시아 증시는 동반 하락했다. 석유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수출 제조업 위주의 산업 구조를 지닌 아시아 주요국이 이란전이란 대외 변수에 공통적으로 취약성을 드러낸 것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전해진 오픈AI와 오라클의 미국 텍사스주 애빌린 데이터센터 확장 계획 철회 소식은 아시아 반도체주 투자심리를 짓눌렀다. 9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7.81%, 9.52% 급락했다. 외국인 순매도 물량 대부분이 삼성전자(1조3890억원)와 SK하이닉스(1조2010억원)에 집중되면서 삼성전자는 장중 한때 '16만 전자'까지 밀렸다.

일본 증시에서도 반도체주들의 줄하락으로 닛케이225는 2월 초 수준까지 하락했다. 이날 도쿄일렉트론 주가는 6.87%, 어드반테스트는 11.03% 하락하는 등 투자 축소 우려에 반도체 장비주들이 약세를 보였다.

대만 증시 역시 '핵심 반도체 기업' TSMC 주가가 4.23% 빠지면서 자취엔지수가 약세를 피하지 못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코스피의 실적 개선 기대가 여전한 가운데 중동 지정학적 위기가 증폭되며 국내 증시 변동성은 극도로 확대됐다.

이날 원화값 급락까지 겹치면서 외국인투자자는 코스피시장에서만 3조179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선물을 1조3000억원어치 매도한 점을 고려하면 현물·선물을 다 합쳐 4조5000억원 규모 매물을 쏟아낸 것이다.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5440억원어치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외국인 매물이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에 집중되면서 지수 하락폭을 키웠다.

'육천피'까지 치솟았던 코스피는 전쟁 이슈 발발 뒤 하루에도 수백 포인트씩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들어 코스피시장에서는 사이드카(프로그램 호가 일시 효력 정지)가 네 차례, 20분간 주식 매매를 중단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두 차례 발동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한 2020년 한 해 동안 코스피시장에서 사이드카가 7차례 발동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는 3월 한 달에만 이미 당시 연간 수준의 불안이 재현된 셈이다.

이른바 한국판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도 금융위기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V-KOSPI는 코스피200 옵션 가격을 바탕으로 한 달 뒤 지수 변동성을 예측하는 지표로 수치가 높을수록 시장의 불안심리가 크다는 뜻이다. 통상 50을 넘으면 '극단적 공포' 구간으로 해석되는데 지난 4일 80선을 돌파한 뒤 연일 60선 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날도 전 거래일보다 14.51% 급등한 71.82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중동 정세가 진정되기 전까지 국내 증시의 고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지정학적 긴장이 완화되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실적 개선 기대가 다시 지수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긴장이 재차 고조되면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빠르게 확산하는 양상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수석연구위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달리 이번에는 코스피가 6000선을 넘어 조정 압력이 누적된 국면에서 충격이 발생했다"며 "지수를 끌어올린 실적 기대는 여전히 유효한 만큼 향후 증시는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큰 폭의 등락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코스피 상승 종목은 74개에 그쳤다. 수혜주로 꼽히던 방산·정유주마저 몇몇을 제외하고는 전방위 하락세를 나타냈다. 이날 방산 대장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보다 3.17% 내린 143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 전쟁에서 요격미사일 '천궁-Ⅱ'의 성능이 부각되면서 관련 무기체계를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시스템·LIG넥스원은 직전 거래일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이날은 한화시스템을 제외하고 모두 하락 마감했다. 천궁-Ⅱ 체계에서 LIG넥스원은 교전통제소와 요격미사일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은 각각 발사대와 다기능 레이더를 생산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장 초반 150만원 선을 회복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하며 지난 6일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LIG넥스원도 장중 89만원까지 올랐으나 결국 4.56% 하락 마감했다. 장중 10% 가까이 급등했던 한화시스템 역시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채 2.39% 오르는 데 그쳤다.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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