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불때야 하는데 막막” 초록색 딸기 바라보며 한숨[르포]

양지혜 기자 2026. 3. 9.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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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육적온 맞춰야 하는 농가들 직접 타격
화훼농가는 난방비 200~300만 원 올라
실내등유 가격, 중동사태 이후 220원 ↑
어민들도 시름 “조업 완전 포기할 수도”
경기 남양주시 조안면의 한 딸기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딸기가 떨어진 기온에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남소정 기자

9일 오전 경기 남양주 조안면에서 1650여 ㎡(약 500평) 규모의 딸기 체험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김효준(58) 씨는 이맘때면 빨갛게 익었어야 하지만 여전히 초록빛을 띠고 있는 딸기를 바라보면서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 딸기의 생육적온인 주간 20도, 야간 10도를 맞추기 위해 등유 보일러를 사용하는 김 씨는 최근 150만 원의 기름값을 지불했다. 올 1월까지만 해도 100만 원이었던 난방비가 등유 가격 폭등으로 50만 원가량 치솟은 것이다. 김 씨는 “농촌에서는 난방을 위해 특히 등유가 많이 사용되는데 이란에서 전쟁이 발발한 후로 하루가 다르게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늘어나고 있다”며 “딸기 수정을 돕기 위해 호박벌을 빌려왔는데 기온이 떨어지면 활동량이 절반으로 줄어 등유 보일러를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내 기름값이 연일 고공 행진을 하는 가운데 휘발유·경유뿐 아니라 하우스 농업이나 화훼 농가 등에 사용되는 실내 등유까지 폭등해 농어업 종사자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의 유가 정보 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국내 주유소 평균 실내 등유 판매 가격은 ℓ당 1534.25원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날인 지난달 28일(1313.88원) 대비 220.37원 상승했다. 같은 기간 보통 휘발유와 자동차용 경유도 각각 202.43원, 319.87원 올랐다.

난방을 위해 등유를 주로 사용하는 화훼 업계 역시 즉각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이날 경기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의 한 화훼센터에서 만난 안 모 씨는 “체감상 기름 가격이 지난해보다 못해도 20~30%는 오른 것 같다”며 “매일 오후 3시부터 다음 날 해 뜰 때까지, 오늘처럼 추운 날에는 하루 종일 난방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요즘에는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안 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700만~800만 원에 그치던 한 달 난방비가 최근에는 1000만 원까지 치솟았다. 남사읍에서 10여 년간 화훼센터를 운영했다는 이 모 씨도 “요즘 기름 가격 때문에 난리”라며 “원래 (기름) 500만 원어치를 구매하면 난방을 한 달은 땠는데 최근에는 한 달도 안 돼 또 기름을 넣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부분의 화훼센터가 비닐하우스로 돼 있어 난방을 안 때면 춥다”며 “꽃값은 올릴 수도 없고 난방을 안 하면 다 시들어버리는데 기름값도 오르니 이도 저도 못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인천 소래포구의 한 어선 정박장에 어선들이 줄이어 정박해 있는 모습. 황동건 기자

농민뿐 아니라 어민들의 시름 또한 깊어져가고 있다. 이날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항에서는 ‘서비스를 달라’는 손님의 요구에 상인들이 “우리도 기름값이 올라서 남는 게 없다”고 난색을 표하는 장면들이 포착되기도 했다. 어민들은 수협이 결정하는 해상용 면세유(경유·중유) 가격이 오를 경우 기름이 많이 투입되는 대형 어선들이 조업을 중단할 가능성이 커져 노심초사하고 있다. 고기잡이배 등에 들어가는 해상용 면세유 가격은 이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 어민은 “올 2월에 200ℓ 드럼 단위당 16만 7000원이었던 면세유 가격이 3월에는 1만 3000원가량 오를 것이라는 문자를 받았다”며 “특히 한 번 나가면 장기간 조업을 해야 하는 새우·오징어·대게잡이 배들은 기름값이 오르면 타격이 불가피해 단가가 맞지 않으면 조업을 포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들 역시 유가 급등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로 유류비를 대부분 스스로 부담하기 때문에 기름값 상승은 곧장 수익 감소로 이어진다. 이에 택배기사들 사이에서는 배송 물량을 조정하거나 장거리 배송을 기피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컬리와 알리익스프레스 물품 배송 기사로 일하는 A(32) 씨는 “지난주 기름값 폭등으로 장거리를 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일 안 하는 게 돈을 버는 거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며 “일부는 아예 휴가를 가는 경우도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양지혜 기자 hoje@sedaily.com남소정 기자 nsj@sedaily.com황동건 기자 brassgun@sedaily.com이용성 기자 utilit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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