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기 교육·돌봄 경험의 질, 국가가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권 돼야"

이유주 기자 2026. 3. 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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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정책연구소, ‘행정 통합’ 넘어 질 중심 유보통합 체계 구축 방향 제시

【베이비뉴스 이유주 기자】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를 추진하는 국가 정책 '유보통합'이 본격화되면서, 영유아가 어느 기관을 이용하든 차별 없이 동등하고 질 높은 교육·보육 경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유보통합 논의가 단순한 제도 통합을 넘어 교육·보육의 질적 수준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로 확장되는 가운데, 육아정책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보고서 '영유아기 최상의 교육·보육을 위한 미래 과제: 유보통합의 질적 전환과 재개념화를 중심으로'(박창현 저, 김근진·정다솔 공동연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 보고서는 심화되는 저출생 위기와 가족구조 변화, 아동권리 보장에 대한 시대적 요구 등 새로운 사회적 현상을 고려해 단순한 행정 통합을 넘어선 질 중심 유보통합 체계 구축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를 추진하는 국가 정책 '유보통합'이 본격화되면서, 영유아가 어느 기관을 이용하든 차별 없이 동등하고 질 높은 교육·보육 경험을 보장받을 수 있는 체계 구축에 대한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베이비뉴스

◇ 유보통합 3.0으로의 전환

먼저 보고서는 유보통합의 흐름을 세 단계로 구분했다.

유보통합 1.0은 행정 관할의 일원화를 핵심으로 하는 단계였다.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로 나뉘어 있던 관할을 교육부로 이관하고 추진체계를 구축하는 한편, 시범사업을 통해 통합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였다.

이어 유보통합 2.0은 현 정부의 국가책임 유보통합 국정과제 단계다. 교사 대 아동 비율 축소, 무상교육·보육 확대, 틈새돌봄 확충, 보육교사 처우 개선, 장애영유아 지원 등 다섯 가지 과제를 중심으로 통합의 실질적 내용을 채워가는 과정으로 설명된다.

보고서는 다음 단계로 유보통합 3.0을 제시했다. 행정 통합이나 제도 정비를 넘어 영유아 교육·보육의 질을 근본적으로 높이는 질적 심화 단계라는 점이 골자다.

◇ 현 정부 5대 국정과제, '질 중심 유보통합'으로 전환 필요

보고서는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 관련 5대 과제 역시 양적 확대를 넘어 질 중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먼저 "교사 대 아동 비율 감소는 단순히 정량적 수치를 낮추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교사가 실제로 영유아와 의미 있는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확보되는지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비율 감소 정책을 교육·보육 경험의 질과 연동해 설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무상교육·보육 정책 역시 비용 면제 중심에서 벗어나 '경험의 최소 질 보장'으로 정책 목표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기관 운영비와 인건비에 대한 직접 지원을 확대하고, 무상 정책의 재정 기반을 지방재정이 아닌 중앙 일반재정으로 넓혀 지역 간 재정 여건에 따라 교육·보육의 질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틈새돌봄 정책도 단순히 돌봄 시간을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돌봄 경험의 연속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규 교육과정과 돌봄 시간이 분리돼 있을 경우 영유아는 하루 동안 서로 다른 환경과 인력, 규칙을 오가며 단절된 경험을 겪게 된다. 이에 따라 틈새돌봄을 기관의 하루 일과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하고, 아이돌봄서비스·지역아동센터·육아종합지원센터 등 관련 서비스와의 연계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보육교사 처우 개선 역시 단순한 급여 인상에서 벗어나 전문직으로서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교사의 소진이 급여 수준뿐 아니라 시간 부족, 과도한 행정 업무, 전문성을 발휘할 기회의 부족, 감정노동의 비가시성 등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급여 체계의 예측 가능성 확보 ▲전문성 개발을 위한 시간 제도화 ▲행정 부담의 구조적 완화 ▲경력 개발 경로 설계 ▲교사의 심리적 안전과 권리 보호 장치 마련 ▲양성 교육의 질 제고와 현직 연수 체계 강화 등을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장애영유아 지원 정책은 단순히 기관 내 '자리 마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포용적 참여를 보장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장애 진단에서 기관 배치까지 이어지는 전이 과정을 통합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통합학급에서 장애영유아를 지원할 보조인력과 치료지원 인력을 상시 배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유아특수교사 양성과 배치를 확대하고, 장애영유아 가족을 위한 상담·정보·지지 체계를 기관과 연계해 제공하며, 장애 조기 발견과 연계 체계 역시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교육·돌봄 경험의 질, 국가가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권 돼야"

보고서는 "이러한 다섯 국정과제가 충실히 이행될 때 유보통합 2.0의 토대가 놓인다"며 "다음단계 3.0은 궁극적으로 영유아기 교육·돌봄을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권으로 올려 세우는 것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본사회정책이 소득·주거·의료의 최소선을 국가 책임으로 정하듯, 영유아기 교육·돌봄 경험의 질 역시 국가가 보장하는 보편적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유보통합 3.0의 핵심 명제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영유아기 교육·돌봄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국가가 보장해야 할 기본권이라는 점이다.

둘째, 기본교육의 기준은 조기 학습 성취나 결과 중심의 평가가 아니라 안녕, 관계, 상호작용, 참여 등 영유아가 경험하는 교육·돌봄의 질에 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장애영유아, 영아(0~2세), 다문화·이주 배경 영유아 등 취약 영역은 부가적 고려 대상이 아니라 제도의 성패를 판단하는 핵심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유보통합 3.0을 교육격차를 사후적으로 보정하는 정책이 아니라,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생애 초기의 출발선을 보장하는 선제적 국가전략으로 규정했다. 

이는 저출생 대응, 여성의 노동 지속성 확보, 지역 소멸 대응 등과도 맞닿아 있는 기본사회 국가전략의 핵심 인프라라는 설명이다. 영유아기 기본교육 제도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면 부모의 삶의 안정과 노동 지속성이 높아지고, 지역 공동체의 회복과 사회적 신뢰 형성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앞서 언급한 기본사회정책에 대해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소한의 토대를 국가가 책임지는 것이다. 소득의 최저선, 주거의 최저선, 의료의 최저선이 있듯이, 영유아기 경험의 최저선이 있어야 한다"며 "그 최저선은 비용의 면제가 아니라, 안녕·관계·응답·참여라는 경험의 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최저선 아래로 어떤 아이도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 가장 취약한 아이일수록 더 두텁게 도우는 것, 이것이 포용적 기본교육체제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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