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포럼] BTS 공연 앞둔 광화문, 한글 현판을 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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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상징물이다.
전 세계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가 열리고 있고, 외국인들이 BTS의 노랫말을 한글로 따라 적으며 눈물 짓는 시대다.
조선시대 왕들이 국정의 뜻을 담아 현판 글씨를 남겼듯이 요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한글 서체를 만들어 광화문에 현판을 함께 걸어 보자.
BTS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광화문 처마 아래 한글의 품격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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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건축물로 오해받을판
처마 밑에 한글로 병기해
문화주권 대내외에 알려야

광화문 광장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 상징물이다. 이 상징물 앞에서 오는 21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무대가 펼쳐진다. 바로 방탄소년단(BTS)의 복귀 공연이다. 경찰은 당일 현장에만 26만명의 인파가 몰릴 것으로 보고 비상 대응 체계에 돌입했다. 그러나 인파 관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날 전 세계로 송출될 '대한민국의 얼굴'이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연예인의 복귀 무대를 넘어선다. 경복궁 근정전의 곡선과 광화문의 위용을 배경으로 K팝이 울려 퍼질 것이다. 이는 수조 원의 광고 효과를 낳는 거대한 '국가 전시회'와 같다. 수많은 휴대전화와 언론 카메라에 담길 광화문의 모습이 곧 대한민국의 얼굴이 된다.
문제는 광화문의 상징인 현판이다. 현재 광화문에는 고증을 거친 '光化門' 한자 현판이 걸려 있다. 국가유산청과 일부 사학계는 역사적 진실성을 이유로 이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의 흔적을 보존하는 일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문화는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시대와 함께 호흡하는 살아 있는 유산이기도 하다.
냉정하게 보자.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전 세계 Z세대와 아미들에게 광화문의 한자는 어떤 의미일까. 한자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서구인에게 그것은 단지 '중국풍 건축 장식'처럼 보일 수도 있다. K문화 발원지의 한복판에서 정작 K문화의 근간인 '한글'을 찾기 어렵다는 점은 국가 전략 차원에서도 뼈아프다.
최근 정부와 문화계에서 "기존 한자 현판은 유지하되 하단 처마 등에 한글 현판을 같이 표기하자"는 논의가 나오고 있는 점은 의미 있는 변화다. 올해는 훈민정음 반포 580주년이자 한글날의 효시인 '가갸날' 선포 10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전통을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전통 위에 현대적 가치를 더하자는 제안이다.
세계는 이미 한글에 주목하고 있다. 전 세계 대학에서 한국어 강의가 열리고 있고, 외국인들이 BTS의 노랫말을 한글로 따라 적으며 눈물 짓는 시대다.
프랑스 루브르에는 프랑스어가, 이탈리아 콜로세움에는 이탈리아어가 있다. 언어는 곧 그 나라의 영혼이다. 한글은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이고 독창적인 문자로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가 문맹 퇴치 공로상 이름을 '세종대왕상'으로 정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국제기구가 왕의 이름으로 수여하는 상은 세종대왕상밖에 없다. 그러나 정작 대한민국의 대표 상징물인 광화문을 찾는 해외 아미들은 한글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마주칠 기회를 얻지 못할 처지다. 주인이 손님에게 보여줄 보물을 장롱 속에 꼭꼭 숨겨둔 것이나 마찬가지다. 손님들은 엉뚱한 문자를 구경하다 돌아갈 판이다.
이제 논쟁을 멈추고 즉각 실행할 때다. 조선시대 왕들이 국정의 뜻을 담아 현판 글씨를 남겼듯이 요즘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한글 서체를 만들어 광화문에 현판을 함께 걸어 보자. 이는 과거 권위주의 시대의 유물이 아니라 세종의 애민 정신이 현대의 민주주의와 맞닿아 있는 강력한 상징이 될 수 있다.
BTS가 빌보드를 점령하고 오징어게임이 에미상을 휩쓸더라도 국가 상징물에 우리 글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 문화적 뿌리는 허약해 보일 수밖에 없다.
3월 21일, 광화문은 전 세계에 보여줄 무대다. BTS 공연을 보기 위해 광화문에 모인 젊은이들이 찍은 인스타그램 사진과 틱톡 영상 속에 '광화문'이라는 세 글자가 또렷이 담기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수천만 달러 관광 홍보 예산을 쏟아붓는 것보다 훨씬 강력한 '문화주권의 선포식'이 될 것이다.
BTS의 공연이 시작되기 전 광화문 처마 아래 한글의 품격을 전 세계에 보여주자. 그것이 우리가 21세기에 실천해야 할 진정한 의미의 '세종 정신'이다.
[김명수 매일경제 이사 겸 매경AX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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