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획] 지역이 살아야 학교도 산다 ④ 완주 삼우초, 소멸직전 2개교 통합에 친환경 공간 설계 ‘호기심’

이서영 기자 2026. 3. 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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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 출자금 모아 부지매입…정주공간 확보 나서
농촌 체험을 하고 있는 삼우초교 아이들. /삼우초등학교 제공

전북 완주군 고산면에 위치한 삼우초등학교는 '마을 주민과 교사가 함께 만든 기적'의 교과서로 불린다. 학생 수 부족으로 인근 거점 학교에 통폐합될 위기에 처하자, 삼기초와 고산서초 주민들은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마을은 미래가 없다"며 만장일치로 두 학교의 통합을 결정했다. 이름도 각 학교의 앞글자를 따 '삼우(三友)'라 지었다. 사라질 뻔한 두 학교가 하나의 공동체로 다시 태어난 순간이었다.

삼우초의 부활은 철저히 '사람'과 '공간'에 집중한 결과다. 농촌 학교의 희망을 꿈꾸던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부임해 혁신적인 학교 문화를 일궜다. 교장과 평교사가 이름 대신 '새멀 샘', '이룸 샘' 등 별명으로 소통하며 권위주의를 깼고, 1학년부터 6학년까지 6명을 한 팀으로 묶은 '멘토링단'을 운영했다. 선후배가 함께 밥을 먹고 청소하며 가족 같은 유대감을 쌓는 삼우초만의 '별난 문화'는 입소문을 타고 도심 학부모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공간 설계에도 파격을 더했다. 2004년 신축된 교사는 철저히 학생 중심으로 지어졌다. 교실이 도서실을 중심으로 둥글게 배치되어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책을 접하게 했고, 1층 교실 문을 열면 바로 텃밭과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생태 친화적 구조를 도입했다. "전교생 몇 명 안 되는 학교에 무슨 예산이냐"는 차가운 시선을 뒤로하고, 교사들과 주민들이 국회와 교육청을 발로 뛰며 확보한 29억 원의 예산이 일궈낸 결실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위장 전입'에 대한 단호한 거부다. 삼우초는 주소지만 옮기는 학생을 일절 받지 않고, 실제 마을로 이사 온 귀농인 자녀로 전입을 제한했다.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질 높은 교육을 찾아 수도권 등지에서 젊은 부모들이 대거 이주해 오면서 주변 어우마을에는 신축 주택이 들어서고 빈집이 채워졌다. 과거 평당 4~5만 원에 불과했던 땅값이 30만 원대를 호가하며 지역 부동산 시장까지 들썩이게 하는 기현상을 낳기도 했다.

효과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매년 서너 가구씩 꾸준히 외지 인구가 유입되고 있지만, 오히려 정주 공간이 부족해 전학을 포기하는 사례가 속출할 정도다. 이에 학부모와 교사, 주민들은 '고산향 교육공동체'를 창립하고 직접 출자금을 모아 부지 매입에 나섰다. 학교를 위해 마을이 직접 연립주택 등 거주지를 조성해 매년 2~5채씩 공급하겠다는 구상이다. 행정의 지원을 기다리는 대신 공동체가 스스로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일구는 자생적 모델을 구축한 셈이다.

통합 당시 폐교를 걱정해야 했던 삼우초는 이러한 20년의 혁신을 바탕으로 현재 전교생 70명 규모의 안정적인 농촌 소규모 학교 모델로 안착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