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전쟁 여파 물가 3년 만에 최대 오른 중국…비료·화학산업 원료 수급난 등 경제 그림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 여파로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서 중국의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석유뿐만 아니라 비료, 메탄올 원료 등 원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9일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2월 소비자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3% 상승했다. 2023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며 로이터통신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0.8%)보다 0.5%포인트 높다. 생산자 물가지수는 0.9% 하락해 지난 1월(-1.4%)보다 낙폭을 줄였다.
둥리쥐안 중국 국가통계국 수석통계사는 “세계적인 지정학적 갈등이 에너지 가격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배럴당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한 이날 중국 매체들은 휘발유와 디젤의 리터당 소매 가격이 0.27~0.32위안(약 58~69원)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1년간 1300만배럴의 원유를 비축한 것으로 추정된다. 3개월 동안 원유 수급에는 문제가 없는 양이라고 전해진다. 하지만 미·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당국과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일주일 넘게 이어진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석유 외에도 비료 원료, 각종 원자재 수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농가가 봄철 파종기를 맞았지만 비료 원료인 황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해관총서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해 전체 황 수요의 약 56%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오만, 바레인,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등 걸프 지역 6개국에서 수입했다.
대부분 비료 제조업체들이 1개월치 비축분을 갖고 있어 당장 ‘비료 대란’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지만 분쟁 장기화로 비료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 황은 석유 정제 과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기 때문에 석유 생산 감소는 비료 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
플라스틱 등 화학 합성물 원료인 메탄올 원료도 수급 차질이 우려된다. 중국 금융기업 갤럭시 퓨처스에 따르면 중국의 1·2위 메탄올 수입국은 사우디(329만t)와 이란(81만t)이다. 중국은 세계 2위의 메탄올 생산국이자 폴리에틸렌과 요소의 주요 수출국으로 이란 전쟁 여파로 화학 산업 전반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차이신이 전했다.
차이신은 이 밖에도 유조선과 수출 컨테이너선의 국제 보험료가 0.25%에서 1%로 4배 오르면서 기업들이 비용 압박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가 상승 여파로 일각에서는 디플레이션 해소에 기대를 걸지만 중국 경제가 오히려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쑤젠 베이징대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성장률 하락과 실업률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SCMP에 말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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