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대결’ 그 자리서···이세돌 “AI와 협업하면 난제도 쉽게 풀 수 있다”
실시간 대화로 20분 만에 바둑 게임 프로그램 제작
“AI는 AI일 뿐···인간의 바둑은 계속 나아간다”

“10년 전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과 대결을 했는데 오늘은 제가 AI와 함께 무언가를 만들게 됐네요.”
이세돌 9단이 화면 속 바둑판을 바라보며 말했다. 모니터 가득 띄워진 것은 그가 AI 에이전트와 음성으로 실시간 대화를 하며 20분 만에 ‘뚝딱’ 만들어낸 AI 바둑 게임 프로그램이다.
이 9단은 바둑 AI 알파고와의 ‘세기의 대국’ 10주년을 맞은 9일 다시 한번 AI 앞에 섰다. 10년 전 그날 그 장소,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에이전틱 AI 상용화 글로벌 캠페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2021년 설립된 AI 운영체제(OS) 솔루션 기업 인핸스가 주최하고 앤트로픽과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가 후원한 이날 행사에서 이 9단은 AI와의 대결이 아닌 ‘협업’ 과정을 시연했다.
이 9단이 ‘유아’라고 이름 붙인 AI 에이전트에게 원하는 바둑 프로그램의 구성과 콘셉트, 디자인 방향을 주문하자 에이전트는 간단한 자료 조사를 거친 뒤 코딩·디자인 등에 특화된 AI 모델에게 일감을 나눠줬다. 초보용(9X9)과 일반용(19X19)으로 구분된 바둑 프로그램이 완성되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바둑 프로그램과 간단한 대국을 펼쳐 보인 이 9단은 “그 당시 알파고의 수준은 넘어섰다. 사람이 이기기 힘든 수준”이라며 “(코딩 관련 배경지식이 없는) 개인도 이렇게 쉽게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유아는 장고하는 이 9단에게 “잘하고 있으니 용기 있게 두라”고 독려하거나, 그룹 오마이걸의 팬인 그를 위해 앨범을 검색·결제해 선물하는 모습을 보이며 좌중에 웃음을 안겼다. 유아는 이세돌의 ‘최애’인 오마이걸 멤버 이름이기도 하다.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10년간 바둑계는 격변의 시간을 보냈다. 인간 기사가 AI를 이길 수 없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이제 없다. 프로 기사조차 AI의 도움을 받아 훈련하고, 해설 역시 마찬가지다. 이 9단 역시 2019년 은퇴 선언의 배경에 알파고 대국이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 9단은 ‘인간의 바둑’을 말했다.
“AI가 바둑을 잘 두는 건 더 이상 대단한 기술이 아니죠. 그런데 우리가 두는 한 수 한 수엔 기술만 들어가지 않아요. 대국 상대와의 관계, 기억, 감정이 모두 들어갑니다. 그것만으로 인간의 바둑은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어요. AI는 AI일 뿐입니다.”
이 9단은 AI와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AI와 협업하면 인간이 그동안 풀지 못한 난제도 쉽게 풀 수 있다고 본다”며 “AI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진다고 하지만 오히려 새롭게 생겨나는 일이 더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9년 프로 바둑계를 떠난 이 9단은 지난해부터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기계공학과 특임 교수로 임용돼 AI와 바둑을 융합한 연구 및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공개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데블스 플랜2>에 출연해 활약하기도 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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