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외국인 지갑 1400억 열었다… 성수동 상권 흔드는 ‘K-뷰티 약국’

김수연 2026. 3. 9. 16:4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여기 좀 봐봐, 어제 성형외과에서 말하던 제품이 여기 있네. 일단 이거부터 챙기고."

지난 1월 성수레디영약국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연 이른바 'K-뷰티 약국'인데, 문을 열자마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쉴틈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K-뷰티 전문 약국의 잇단 오픈은 최근 숏폼 플랫폼을 타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약국 쇼핑 콘텐츠'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외국인들과 시민들이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성수레디영약국 앞을 지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


“여기 좀 봐봐, 어제 성형외과에서 말하던 제품이 여기 있네. 일단 이거부터 챙기고….”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6시, 서울 성수동 지하철2호선 성수역 4번출구 인근 올리브영N성수 건너편 한 건물 앞이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파란색 바탕에 하얀색으로 ‘레디영’이라고 써놓은 간판이 멀리서도 눈에 띈다. 지난 1월 성수레디영약국이라는 간판을 달고 문을 연 이른바 ‘K-뷰티 약국’인데, 문을 열자마자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쉴틈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도 많은 이들이 한국어·일본어·중국어로 번갈아가며 매장 밖까지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로고송에 이끌려 매장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매장 안은 각종 연고, 패치, 파스, 스킨케어 제품, 뷰티 기기 등 국산 의약·뷰티 제품을 구경하는 외국인들로 활기를 띠었다. 50여평 공간에 밀집한 고객 약 30명 중 어림잡아도 외국인이 80%는 돼 보였다.

흰 약사 가운을 입은 약사들이 뷰티 매장 같이 생긴 이곳 계산대에서 손님을 응대하는 모습이 새롭다. 매장 곳곳에는 파란색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서 있었는데, 직원들의 명찰엔 이름이 없고 대신 ‘日本語’, ‘中國語’라고 적혀 있었다. 외국인 고객들을 밀착 지원하기 위해 명찰에 지원 가능한 언어를 표시해 둔 것이다.

메인 매대는 ‘K-PHARMACY BEST’. 직역하면 ‘최고 잘나가는 한국 약’이다. 영양제부터 피부 재생 크림, 인공눈물, 벌레물린 데 바르는 연고까지 한번에 살펴볼 수 있게 꾸며 놓았다.

성수레디영약국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


외국인들이 오랜 시간 머무는 공간은 ‘K-PHARMACY Skin care’ 코너였다. 약국에서 파는 스킨케어 제품을 진열해 놓은 매대다.

특히 이곳에선 올리브영에는 없는 제품들을 차별화 상품으로 밀고 있었다. 외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유명 성형외과가 자체 브랜드를 달고 내놓은 안티에이징·미백 앰플 등이 대표적이다.

피부를 자가 진단할 수 있는 기기도 외국인들의 흥미를 끌었다. 동양인 남성부터 서양 여성까지 다양한 고객들이 기기 앞에서 본인의 피부 타입을 진단하고 있었다. 인근 피부과, 성형외과의 처방전을 들고 왔다가 뷰티 제품 쇼핑까지 하는 이들도 많아 보였다.

볼 것 많고 즐길 것 많은 성수에서 외국인들은 왜 여기로 모여드는 걸까. 이날 매장에서 만난 외국인 관광객들은 ‘전문성’을 그 이유로 들었다.

성수레디영약국에서 외국인 고객들이 피부 자가 진단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 사진= 김수연기자 newsnews


일본 후쿠오카에서 온 유이나(19·여)씨는 “스킨케어 제품을 사러 왔는데 다른 매장에선 못 보던 제품, 특히 전문적인 기능성 제품들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대만 관광객 핀첸(55·여)씨는 “친구들과 놀러 왔다가 매장이 눈에 띄어서 들어왔다”며 “특히 스킨케어 제품이 다양해 맘에 든다”고 했다.

성수에는 이 매장처럼 뷰티 로드숍을 연상케 하는 ‘K-뷰티 전문 약국’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성수역 반경 300m 내에만 성수레디영약국, 성수역퓨어약국, 그린애플약국, 성수베리뉴약국 등이 성업중이다.

이 같은 K-뷰티 전문 약국의 잇단 오픈은 최근 숏폼 플랫폼을 타고 외국인들 사이에서 ‘한국 약국 쇼핑 콘텐츠’가 확산한 영향으로 보인다. 한국 약국에서 쇼핑하는 것이 새로운 K-관광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약국이 ‘뉴 핫플’로 뜨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은행 하나금융연구소의 ‘한국인처럼 살아보기’ 보고서를 보면, 2025년 외국인이 약국에서 지출한 금액은 1414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42.2% 급증했다. 보고서는 “한국 쇼핑 콘텐츠가 주목받으면서 화장품과 영양제 등 약국 웰니스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newsnew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