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종의 눈물’ 영화 이어 서점가·유튜브 적셨다
22개월만 1천만 한국영화 기록
박지훈 비극적 군주 열연 '몰입감'
전세대 아우른 서사 구조도 한몫
이재명 "1천만 기록 소식 뜻깊어"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이하 왕사남)의 흥행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이후에도 상승 곡선이 이어지며 장기 흥행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왕사남’의 인기는 서점가와 유튜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점가에서는 단종과 관련된 역사 서적의 판매량이 급증하고, 유튜브에서는 단종을 소재로 한 콘텐츠의 조회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개봉 5주만 1천만 돌파…1천200만 가시권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왕사남’은 개봉 5주만인 지난 6일 오후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역대 34번째 1천만 영화이자 한국영화로는 25번째 기록이다. 코로나19 이후 개봉작 가운데 여섯 번째 1천만 영화이며,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외한 단일 작품으로는 ‘서울의 봄’과 ‘파묘’ 이후 세 번째다. 한국영화 1천만 관객 기록은 ‘범죄도시4’ 이후 약 22개월 만이라는 점에서 더욱 반갑다. 사극 장르로서는 ‘왕의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명량’에 이어 네 번째 1천만 영화가 됐다.
‘왕사남’은 지난 7일 하루 동안 75만4천549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다. 9일 기준 누적 관객 수는 1천150만 명이다.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이번 주말 중 1천200만 관객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왕사남’ 신드롬 빠진 서점가와 유튜브
영화의 흥행 열기는 서점가도 후끈 달아오르게 하고 있다. 광주·전남을 비롯한 전국 온·오프라인 서점에는 조선 단종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서와 관련 도서를 찾는 독자들이 크게 늘고 있다. 영화 관람을 계기로 인물과 시대적 배경을 더 깊이 이해하려는 이른바 ‘독서 역주행’ 현상이 서점가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왕과 사는 남자’가 개봉한 지난달 4일부터 이달 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조선왕조실록’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이 개봉 이전 기간보다 2.9배 증가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에 따르면 영화 개봉 이후 한 달 동안 ‘단종’을 키워드로 한 도서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천565.4%나 증가했다. 어린이 역사서부터 실록 해설서, 역사 소설 등 다양한 장르에서 판매가 급증했다.
고전 작품의 재출간도 덩달아 활발해지고 있다. 1928~1929년 동아일보에 연재됐던 춘원 이광수의 소설 ‘단종애사’는 작가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소멸되면서 최근 여러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되고 있다.
‘왕사남 신드롬’은 유튜브도 예외가 아니다. 인기 역사 강사나 교수 등 전문가들이 역사를 바탕으로 해석한 단종 주제 콘텐츠들의 조회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며 열띤 ‘시청 경쟁’을 벌이고 있다.
광주 영풍문고 관계자는 “‘왕사남’ 흥행 이후 단종과 관련된 역사서를 찾는 손님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특히 ‘단종애사’를 찾는 문의가 종종 들어오고 있으며, 조선왕조실록 등 조선 역사 관련 도서를 찾는 독자들도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사남’에 열광하는 이유는
전문가들은 ‘왕사남’이 장기 흥행을 이어가는 배경에는 작품의 정서와 대중적 접근성이 맞물린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무엇보다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서사가 흥행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특히 애절한 눈빛으로 비극적 군주의 모습을 표현한 박지훈의 연기는 관객들을 영화 속으로 빨아들이며 눈물샘을 자극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거의 없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거론된다. 비교적 자극적인 소재가 많은 최근 상업 영화들과 달리 전 세대가 함께 관람할 수 있는 이야기 구조를 갖추면서 가족 단위 관객층까지 폭넓게 흡수했다는 평이다.
또 장항준 감독의 대중적 이미지,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실존 인물인 단종을 둘러싼 역사적 이야기들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입소문 확산에 기여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역사적 인물과 관련한 다양한 해석과 콘텐츠가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유되며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흥행 요인으로 거론된다.
영화인 조대영씨는 “일반 관객들에게 단종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이를 드라마틱하게 풀어낸 점이 흥행의 기본적인 요인으로 보인다”며 “박지훈과 유해진, 두 배우가 만들어내는 비극적인 드라마가 관객들의 몰입을 이끌어냈다”고 평가했다.
‘왕사남’이 1천만 관객을 돌파하자 대통령과 정치권에서도 축하 메시지가 이어졌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한국 영화 산업의 저력을 보여준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축하의 뜻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돌파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며 “2024년 이후 약 2년 만에 나온 기록이라 더욱 뜻깊다”고 말했다.
최소원기자 ssoni@md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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