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원 대신 내 집에서”…의료·요양·보살핌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시대 열린다
대구시, 지난해 9월부터 ‘단디돌봄’ 시범운영
병원·복지관 흩어진 서비스 ‘원스톱’ 연계

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든 대한민국의 오늘날, 편안한 노후는 누구나 바라지만 쉽지가 않다. 생의 마지막까지 누군가가 곁에서 돌본다는 것은 축복에 가까운 일이다. 지역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요양시설이 이를 대변한다. 어르신들에게 요양시설은 '현대판 고려장'으로 여겨진다. '한 번 들어가면 죽어서야 나올 수 있는 곳'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깔려 있다. 이 때문에 베이비부머 등 다수의 중·장년층들은 "가능하다면 내 집에서 생을 마감하겠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
이들의 마음을 대변하듯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이 오는 27일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이 법은 노인·장애인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주민이 살던 곳에서 의료·요양·돌봄서비스를 연계해 지원받는 것이 핵심이다.

◆돌봄, 무엇이 달라지나
2024년 3월 제정된 지역돌봄 통합지원법은 중앙정부 주도의 획일적인 복지서비스에서 지자체 중심의 다양성과 맞춤형을 갖춘 복지·의료·요양 등 돌봄 전반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대구시 등에 따르면 통합돌봄 정책은 복지에서 나아가 의료와 요양까지 더했다. 과거 복지 서비스는 희망자의 기관별 신청을 통한 분리된 개별 서비스에 그쳤다.
이를 개선한 단디돌봄은 대상자의 건강관리, 식생활 지원, 주거안전 개선, 정서적 지원 등 다양한 영역의 돌봄 지원이 한 번의 신청으로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상자가 지역사회에서 보다 안전하고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더욱 촘촘한 돌봄안전망이 구축된 것이다. 일명 '원스톱' 시스템인 셈이다.
대구시가 조사한 결과, 지역돌봄 통합지원 대상자군은 장애인과 어르신 6만 명씩 총 12만 명이 대상이다. 전체 사업비는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68억 원이 투입된다.
현재 시행일에 맞춰 9개 구·군별로 복지정책과 통합돌봄팀이 신설됐으며, 평균 4명의 공무원이 소속돼 있다. 전체 직원은 38명이며, 이들은 역할을 분담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대구시는 올 하반기부터 복지·간호·보건직 등 150여 명을 확대 충원할 계획이다.

◆시범운영 해보니…어르신들 '만족'
달성군에 홀로 거주하는 김철수(91·가명) 어르신의 시계는 12년 전 아내와 사별하면서 멈춰 섰다. 재래식 화장실이 달린 낡은 집에서 쓸쓸한 나날을 보냈다. 유일한 낙은 복지관에서 걸려오는 주 2회 안부전화다. 이 어르신의 마지막 병·의원 진료는 7~8년 전이었다. 심한 난청으로 의사소통이 어렵고, 병원에 대한 거부감으로 건강 관리마저 포기했다.
수성구 범어4동 반지하에 홀로 거주하는 기초생활수급자 박영수(71·가명) 어르신은 일찍이 가족들과 단절된 뒤 중증 지체장애(하지기능)와 시각 경증 장애를 앓고 있다. 실내에서 이동할 때엔 주변 서랍장이나 가구를 붙잡거나, 기어서 이동해야 할 정도로 몸이 불편하다. 불면증으로 수면제 등 여러 종류의 약물을 상시 복용하고 있다.
하지만 '단디돌봄' 서비스를 받고 난 이후 김 어르신과 박 어르신의 일상이 달라졌다. 지속적인 안부전화는 물론, 구·군 통합돌봄팀 관계자가 병·의원까지 동행한 덕분에 건강을 되찾은 것이다. 김 어르신은 "이렇게 직접 찾아와 나의 건강과 안부를 확인해 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준비 완료된 단디돌봄, 신청방법은?
지역돌봄 통합지원이 필요한 1인 가구나 그의 가족이 읍·면·동이나 시·군·구, 건보공단 등에 신청하면 된다. 이후 전문가들이 의료·요양·돌봄 필요 정도에 따른 종합판정 사전조사를 거친다. 조사를 거쳐 통합돌봄 지원자로 선정되면 시·군·구가 주관하는 통합지원회의에서 대상자의 신체 상태, 생활환경, 돌봄 욕구 등을 전반적으로 파악해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한다. 이어 재택의료기관, 장기요양기관, 사회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서비스를 맞춤형으로 지원한다.
특히 지역사회에서 돌봄이 필요한 분들에게 요양원과 요양병원 등 요양시설이 아닌 거주하던 곳에서 보건·의료, 주거,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연계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단, 통합돌봄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를 받던 수요자를 중심으로 통합적으로 연계해 제공된다. 요양원이나 병원에 입소하거나, 관할 행정구역을 벗어나면 해당 서비스는 종료된다.
과거 복지서비스가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 사회서비스 중심이었다면, 통합돌봄 서비스는 소득 기준에 따라 부담금액이 다르다. 차상위계층은 전액 무료다. 기초연금 수급자는 자부담 20%, 그 외에는 자부담 100%를 부담한다. 서비스 종류마다 가격이 다르다.
강경희 대구시 복지정책과장은 "병원에서 완치 후 집에 오고 싶지만, 돌아오기 힘드신 분들이 통합돌봄으로 인해 마지막까지 돌봄 서비스를 받으며 내 집에서 보낼 수 있다"며 "지자체별로 기관과 대상자군이 다양하기 때문에 사회적 돌봄 필요도에 따라, 제도 시행 후에는 지자체별 맞춤형 사업이 생겨날 것"이라고 말했다.
구아영 기자 ayoungo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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