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르노의 두 번째 야심작, '필랑트'
AI 인포테인먼트부터 다채로운 자체 앱 탑재
탁월한 정숙성·주행 안정성·효율성 고루 갖춰

| 경주=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필랑트는 르노의 휴먼 퍼스트 철학과 첨단 기술이 집약된 플래그십 크로스오버로 글로벌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릴 핵심 모델입니다."


'오로라2'. 르노코리아가 차세대 친환경 신차 개발에 돌입하며 발표한 '오로라 프로젝트' 두 번째 결과물 필랑트의 코드명이다. 필랑트는 지난 2024년에 선보인 오로라1 '그랑 콜레오스'와 함께 브랜드 미래를 결정지을 넥스트 카드로 꼽힌다.
출발은 매우 순조롭다. 이달 둘째 주부터 고객 인도를 앞두고 지난달 기준 사전 계약 누적 대수는 7000대에 육박한다. 과연 필랑트는 성공적인 데뷔를 이뤄낼 수 있을지 안팎을 상세히 살폈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중간 트림 '아이코닉'이다.
◆디자인·공간성·AI까지…플래그십다운 구성
외관은 시대를 앞선 디자인을 자랑한다. 그간 크로스오버 모델에서 볼 수 없었던 특유의 외적 요소가 신선함을 전달한다. 강렬한 첫인상을 결정지은 부분은 앞모습. 얇게 다듬은 입체적인 헤드램프와 다이아몬드 형태의 로장주 엠블럼을 형상화한 그릴 패턴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옆모습이 크로스오버의 형태를 가장 잘 드러낸다. 제원상 차체 크기는 길이 4915㎜, 너비 1890㎜, 높이 1635㎜로 그랑 콜레오스보다 70㎜ 낮고, 135㎜ 더 길어진 비율이 참 매력적이다. 긴 차체와 대비돼 완만한 루프 라인이 그려내는 쿠페형 실루엣이 매력 포인트. 뒷모습은 입체적으로 빚은 테일램프와 테일게이트, 공력성능을 고려한 플로팅 타입의 리어 스포일러가 어우러져 플래그십 크로스오버 다운 존재감을 뽐낸다. 별똥별에서 착안한 차명을 의미하는 후면 중앙의 'FILANTE' 레터링도 개성 넘친다.


차별화된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돋보인다. 오픈알의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PC와 유사해 적응이 빠르고 편하다. 크래시 패드를 뒤덮은 12.3인치의 계기판(클러스터)·중앙·동승석 디스플레이 3개는 각각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하면서 응답성도 빠르다.
다만 동승석 모니터는 해상도가 다소 떨어진다. 이는 운전석에서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하는 관련 법규를 충족하기 위해 전용 필름을 부착한 탓이다. 그랑 콜레오스에서도 불편했던 부분인데 화면이 일그러지는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만족도가 더 높아졌을듯하다.


사용법은 '하이 르노' 또는 '에이닷'이라 외치면 차량과의 대화가 시작된다. 가령 "경주 맛집을 추천해 줘"라고 말하면 티맵과 연동돼 주변 맛집을 소개하고 이어 "가장 인기 많은 곳으로 안내해 줘"라고 하면 경로를 해당 목적지로 곧바로 설정해 운전 중에도 편리하다.
게다가 운전자의 운행 데이터를 학습해 출퇴근, 나들이 등 시간에 맞춰 목적지도 알아서 추천한다. 다만 차량용 어시스턴트인 만큼 안전을 위해 답변이 100자 내외 수준으로 제한돼 흔히 사용하는 생성형 AI만큼의 자세한 대화를 기대하긴 어렵다.
'프리미엄 테크 라운지'라는 콘셉트답게 넉넉한 공간감을 자랑한다. 긴 전장의 이점을 살린 2820㎜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2열 무릎 공간 320㎜, 헤드룸 874㎜(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적용 시)의 여유로운 공간감을 확보했다. 뒷좌석은 평균 키의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아도 불편함이 전혀 없을 정도다. 게다가 1.1㎡ 크기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 덕분에 개방감도 뛰어나다. 적재 공간은 기본 633ℓ, 2열 폴딩 시 2050ℓ까지 확장된다.
◆한층 다듬은 하이브리드…주행 감각과 성능 모두 개선


그러나 성능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르노코리아는 튜닝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하이브리드의 동력 시스템에 응답성을 높였다. 제원상 수치도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 250마력, 엔진의 최대 토크는 25.5kg·m로 소폭 늘었다. 그래서 주행 감각 자체는 해치백처럼 경쾌하며 힘도 넘친다. 가속 페달을 살짝만 밟아도 기민한 초기 반응 덕분에 1.7t(톤)이 넘는 차체를 가뿐히 밀어낸다. 이 차의 안전 최고 속도인 시속 180km까지 속도계 바늘을 올리는데 전혀 무리가 없다.

동시에 준수한 승차감까지 양립했다. 보통 주행 안정성을 높이게 되면 승차감은 다소 부족해지기 마련이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커다란 방지턱도 유연하게 넘어가며 오돌토돌한 노면을 손쉽게 완충하는 능력이 준대형급 세단 못지않다. 물론 플래그십 대형 세단 같은 우아한 안락함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움직임이 전반적으로 깔끔하다.

세단의 느낌을 주는 데에는 정숙성도 한몫한다. 르노코리아의 가장 진보한 소음 저감 기술인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NC)' 기능 덕분이다. 엔진음과 타이어 소음 등을 10개의 스피커로 반대 위상 주파수를 송출해 상쇄시킨다. 또 도어 실링과 바닥, 엔진룸에 흡차음재를 아낌없이 사용했고 앞 유리를 포함한 1·2열 창문을 모두 '이중 접합 차음유리'로 틀어막았다. 그래서 주행 중 전기 모터만 구동될 경우 웬만한 전기차처럼 고요한 분위기를 맛볼 수 있다.


반면 최종 목적지까지 달린 약 83km는 리터당 11.2km를 기록했다. 참고로 복귀 코스는 대부분 뻥 뚫린 고속도로와 급코너가 이어진 굽잇길로 이뤄졌다. 이 결과는 필랑트의 뛰어난 기본기에 감탄해 해당 코스에서 가속 페달을 신나게 밟은 영향이 컸다. 아무리 효율이 좋은 파워트레인이라도 연비는 운전 방식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만큼 공인 연비 이상의 효율을 얻고 싶다면 보다 여유로운 주행이 답이다.
필랑트 하이브리드 E-Tech의 판매 가격은 친환경차 세제 혜택 적용 기준 ▲테크노 4331만원 ▲아이코닉 4696만원 ▲에스프리 알핀 4971만원 ▲에스프리 알핀 1955 트림 5218만원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