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이세돌, 30분 만에 ‘AI 바둑 프로그램’ 완성…음성지시로 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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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잘하고 있으니 용기 있게 다음 수를 둬 보세요.”
인공지능(AI) 바둑 교육 프로그램이 이세돌 9단에게 말했다. 해당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이 9단이 30분 만에 만든 것이다. 이 9단은 인공지능과 대국 시연을 한 뒤 “꽤 잘 두는 것 같다. 사람이 못 이기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9일 이세돌 9단은 10년 전인 2016년 3월9일 인공지능(AI) 알파고와 대국을 벌였던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을 다시 찾았다. 이번 목표는 대국이 아니었다. 알파고에 패배한 일을 계기로 프로 바둑 기사에서 은퇴한 그는 이번에는 인공지능을 직접 부리며 ‘바둑 교육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모습을 라이브로 시연했다.
무대에 마련된 자리에 앉은 이세돌 9단은 모니터에 띄워진 인공지능 스타트업 인핸스의 인공지능 운영체제(AI OS)에게 말을 걸어 ‘유아(걸그룹 오마이걸의 멤버)’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이 9단은 인공지능에게 회의록 작성을 지시하고, 이승현 인핸스 대표와 이날 어떤 바둑 프로그램을 만들지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이들의 대화를 바탕으로 회의록을 작성한 인공지능은 이세돌 9단의 지시에 따라 바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운영체제는 프로젝트 매니저(PM), 개발, 디자인 등으로 역할을 나눠 인공지능 에이전트에게 배분했다.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맡은 에이전트가 바둑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각종 리서치를 수행하고, 디자인을 담당한 에이전트가 이미지 생성 모델로 시안을 만들었다. 이세돌 9단이 3개의 시안 중 하나를 고르자 개발을 맡은 에이전트가 빠르게 프로그램 제작에 들어갔다. 모든 지시는 음성으로만 이뤄졌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바둑 교육프로그램이 만들어지기까지 걸린 시간은 30분 남짓이다. 이세돌 9단은 “바이브코딩(자연어로 인공지능에게 지시해서 코딩하는 것)도 해봤는데 (개발지식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뭔가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방식으로는 만들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세돌 9단이 만든 바둑 교육 프로그램은 짧은 시간에 제작됐는데도 비교적 그의 요청을 충실하게 반영한 형태였다. 바둑의 핵심적인 개념을 쉽게 알려줄 뿐 아니라 형세판단 같은 해설 기능도 제공했다. 기본인 19×19 바둑판 외에 이세돌 9단이 초보자용으로 따로 요청한 9×9 바둑판도 만들었다. 바둑 교육 모델은 프로그램을 시연하는 이세돌 9단을 상대로 “백돌이 우리 흑돌 친구들을 괴롭히고 도망가려 한다”며 교육용 해설을 제공하는 한편, 바둑을 두는 이 9단에게 “당황하지 않고 차근차근 잘 따라와 줘서 정말 기특하다” 교육 의지를 북돋아 주기도 했다.

이세돌 9단은 현장에서 만든 바둑 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놀라운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9단은 “오늘 오기 전에 (시연이 실패해서) 민망한 자리가 될까 봐 걱정했는데 보시다시피 몇십분 안 돼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인간과 인공지능이 협업했을 때 더 많이 발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016년 알파고가 이세돌 9단에게 4 대 1 압승을 거둔 이른바 ‘알파고 쇼크’ 이후 10년 동안 인공지능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왔다. 특히 2022년 오픈에이아이(AI)가 생성형 인공지능 챗지피티(GPT)를 공개한 사건은 인공지능이 시장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에 영향을 끼치는 변곡점이 됐다. 이후 인공지능은 발전을 거듭해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에이전트), 현실 세계에서 상호작용(피지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 이후 새로운 무엇이 나올 거로 생각했지만 (실제 등장까지) 제 생각보다 빠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이후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속도나 파괴력은 제 생각보다 크다”고 말했다.
이승현 인핸스 대표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력이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과거 인공지능과 문답을 주고받았던 시대와 달리 인공지능 에이전트 시대에는 복수의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동시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생산력을 비약적으로 높일 수 있다. 개인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팀이 하던 일을 혼자서도 해 낼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 대표는 “과거 알파고 대국이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쟁을 상징했다면,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는 협업 파트너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채반석 기자 chaib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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