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알레르기 일으키는 단백질 찾았다

콩을 먹으면 괜찮은데 땅콩을 먹으면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이 음식을 안전하다고 받아들이는 과정을 뜻하는 '구강 내성'이 음식마다, 사람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구강 내성을 작동시키는 단백질 조각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식품 알레르기 환자를 위한 면역요법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미 블럼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원팀은 면역시스템이 음식을 안전하다고 판단하는 신호가 되는 단백질 조각 '에피토프(epitope)'를 대두(콩)·옥수수·밀에서 각각 하나씩 발견했다. 에피토프는 면역 반응을 억제해 내성을 유도하는 특수 면역세포인 ‘조절 T세포’와 상호작용해 구강 내성을 작동시킨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이뮤놀로지(Science Immunology)' 6일자에 실렸다.
식품 알레르기는 어린이의 6%, 성인의 3~4%가 경험한다. 땅콩·달걀 같은 알레르겐 속 단백질을 항체가 위협으로 인식하면 ‘비만세포(mast cells)’와 ‘호염기구(basophils)’ 등 염증 세포가 활성화되면서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난다.
반면 조절 T세포는 이 반응을 억제해 내성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조절 T세포가 내성에 관여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어떤 단백질이 조절 T세포를 자극해 무반응 상태를 유도하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일반 식단을 먹인 쥐에서 조절 T세포를 분리했다. 조절 T세포가 결합하는 물질을 추적해 사료의 특정 성분으로 역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 결과 조절 T세포가 인식하는 에피토프 세 종류를 찾아냈다. 세 가지 모두 씨앗에서 유래한 단백질로 식물성 식품에 풍부하게 들어 있는 종자 단백질이 면역시스템의 주요 내성 대상임을 보여준다.
옥수수 에피토프에 반응하는 T세포가 가장 많았다. 이는 옥수수 알레르기가 드문 이유를 뒷받침한다. 주요 알레르겐인 대두에서도 내성 에피토프가 발견됐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대두 알레르기가 생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어서다. 대두 에피토프를 인식하는 수용체가 참깨에도 반응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콩에 내성이 있으면 참깨에도 내성이 생기는 교차 내성 현상을 설명하는 단서다.
조절 T세포는 주로 장에 위치하며 염증 환경에서는 염증을 줄이고 건강한 환경에서는 염증이 없는 상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학계는 조절 T세포를 중증 식품 알레르기 치료를 위한 유망한 면역요법 경로로 주목해왔다. 특정 음식에 대한 내성을 갖도록 미리 프로그래밍된 조절 T세포를 만들어 주요 알레르겐에 대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치료법도 개발 가능해질 수 있다.
블럼 연구원은 "면역시스템이 어떤 단백질을 안전하다고 인식하는지 이해하면 알레르기 환자의 내성을 촉진하는 새로운 치료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개발한 단백질 추적 시약을 다른 연구자들도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추적 방법 적용 연구로 이어져 구강 내성에 관한 새로운 통찰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
<참고자료>
doi.org/10.1126/sciimmunol.aeb4684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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