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프국 ‘생명선’ 담수화 시설까지 공격···민간 피해 커지는 이란 전쟁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군사 기지 등을 정밀 타격하는 것을 넘어 민간의 생명선인 해수 담수화 시설까지 겨누는 난타전으로 번지고 있다. 중동 지역 전체의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으로 사태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전날 미국이 이란 케슘섬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선례를 만든 건 이란이 아니라 미국”이라며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바레인 정부는 이날 이란 무인기(드론) 공격으로 담수화 시설 1곳이 손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물이 부족한 걸프 지역에서 해수를 담수로 바꾸는 시설은 생존과 직결된 핵심 인프라로 꼽힌다. 바레인은 식수 대부분을 담수화 시설을 통해 공급하고 쿠웨이트(식수의 90%), 오만(86%), 이스라엘(80%), 사우디아라비아(70%) 등도 담수화 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AP통신은 2010년 미 중앙정보국(CIA) 보고서를 인용해 “걸프 지역에서 생산되는 담수 90% 이상이 해안선에 밀집된 56개 핵심 대형 시설에서 생산된다”며 “주요 담수화 시설 가동이 중단된다면 일부 도시들은 단 며칠 만에 식수 대부분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중동 전문가 압둘라 바부드 일본 와세다대 교수는 NYT에 “바레인의 담수화 시설을 표적으로 삼는 것은 중요한 선을 넘는 행위이며 심각한 상황 악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이어 “걸프 지역의 담수화 시설은 단순한 기반 시설이 아니라 수백만명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필수적인 생명선”이라며 “이에 대한 공격은 군사적 충돌을 민간인의 생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바꿀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전쟁이 확대되면서 민간 피해는 갈수록 늘고 있다. 이란에선 전날 밤부터 이날 새벽까지 테헤란 북서부 주요 연료 보급 기지인 샤흐런 저유소 등 연료 저장시설 4곳이 집중 공습을 받았다. 이 공격으로 테헤란 하늘이 검은 연기와 유독가스로 뒤덮이면서 낮에도 종말이 온 듯 어두컴컴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일부 지역에선 검은색 ‘기름비’가 내렸다. 전쟁 발발 이후 처음 석유 기반 시설을 공격당한 이란은 “민간인을 상대로 한 고의적인 화학전을 벌인 것과 다름없다”고 반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처음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발생했다.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인근에 있는 알카르지 지역에 군용 포탄이 떨어져 주민 2명이 사망하고 12명이 다쳤다. 쿠웨이트에선 정부 청사가 화염에 휩싸였으며 국경 경비병 2명이 숨졌다. 바레인에선 주거 지역이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아 2세 어린이를 포함한 32명이 다쳤다. 레바논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지난 일주일 동안 최소 394명이 숨졌으며 부상자는 1130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에서도 이날 첫 전사자가 나왔다. 레바논 남부에서 발생한 전투로 이스라엘군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중부사령부는 이번 전쟁으로 숨진 미군이 7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란에서는 전쟁 발발 뒤 지금까지 최소 1230명이 숨졌다고 AP는 전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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