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시면 집에 오는데…돌봄 공백에 학부모들 “초등학교 입학 마냥 반갑지는 않아요”

새 학기를 맞아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보다 훨씬 이른 하교 시간으로 인해 부모의 퇴근 시간까지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보통 오후 3시까지 운영되며, 연장 보육을 이용하면 오후 5~6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다. 반면 초등학교 저학년의 정규 수업은 4~5교시로 끝나, 오후 1~2시께 하교한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정에서 아이를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이다.
맞벌이 가정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돌봄 공백은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동북지방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대구의 결혼 가정 가운데 맞벌이 가구의 비율은 42.3%에 이른다.
초등학교 입학 이후 가정에서 필요한 돌봄 시간은 늘어나지만, 맞벌이 가정의 증가로 부모가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다. 이 같은 돌봄 공백은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4년 대구지역 사교육 참여율은 81.8%로 전국 평균(80%)보다 1.8%p 높았다. 학교급별로는 초등학교 사교육 참여율이 87.9%로 중학교(81.2%)와 고등학교(70.5%)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교 3학년에 진학하는 자녀를 둔 배모(31·달성군·여)씨는 "유치원 때는 오후 4시에 마쳐 비교적 여유가 있었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에는 점심을 먹고 곧바로 하교해 돌볼 사람이 필요해졌다"며 "지금도 오후 1시 전후에 수업이 끝나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없어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돌봄교실을 신청했지만 탈락했고, 결국 하교 직후 아이가 이동할 수 있도록 태권도와 공부방 등에 보내고 있다"며 "이 때문에 매달 40만 원가량의 비용이 들어 부담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 한 초등학교에서 자녀를 보내는 신모(38·여)씨도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 피아노 학원과 운동 학원에 보내고 있다"며 "하교 시간이 빨라 돌봄을 대신할 방법을 찾다 보니 학원을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각 학교에서는 돌봄 공백을 줄이기 위해 방과 후 보육 체계인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지만, 희망하는 모든 학생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달서구의 한 초등학교 관계자는 "학생 규모가 큰 학교의 경우 돌봄교실 신청 인원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다"며 "1~2학년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방과후학교는 교실을 빌려 운영할 수 있어 최대한 수용하려 하지만, 돌봄교실은 별도의 공간이 필요해 인원에 제한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2학년 학생이 200~300명 규모인데 신청 비율이 50%를 넘는다"며 "맞춤형 프로그램은 최대한 받아주려고 하지만 돌봄교실은 물리적으로 모두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구의 한 초등학교의 돌봄교실 담당자 역시 "1·2학년 학생 수가 각각 200명이 넘는데 맞춤형 프로그램과 돌봄교실 신청자가 매우 많다"며 "맞춤형 프로그램은 교실을 확보해 최대한 운영하고 있지만 돌봄교실은 정원이 제한돼 신청자가 정원을 크게 넘어선 상태"라고 말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대구시교육청은 지역사회 중심의 돌봄센터 운영을 확대하고 있다. 돌봄센터는 맞벌이 가정 등 가정에서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경우에 보육·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학교 외 기관을 말한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돌봄 공백 시간을 줄이기 위해 학교마다 돌봄교실을 운영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을 우선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있다"며 "신청하면 선정될 가능성이 높지만, 학교마다 여건이 달라 탈락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경우 지자체가 운영하는 지역아동센터나 다함께돌봄센터와 연계해 지원하고 있다"며 "돌봄 서비스가 필요한 가정들이 최대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명규 기자 kmk@idaegu.com
김도경 수습기자 gyeong@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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