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지금 사도 될까… 2000~4000만원대 모델 전격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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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금·배터리·주행거리까지 구매 가이드

얼마나 내렸나?
올해 전기차 가격 경쟁은 테슬라가 시작했다. 테슬라는 지난해 12월 31일 예고 없이 전기 SUV '모델Y'와 세단 '모델3'의 가격 인하를 발표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Y RWD는 기존 5299만원에서 300만원 인하됐다. 가격은 낮아졌지만 옵션은 오히려 개선됐다. 디스플레이는 기존 15.4인치 풀HD에서 16인치 QHD로 업그레이드됐고, 실내 소재와 색감도 이전보다 깔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모델Y 롱레인지 모델 역시 기존 6314만원에서 315만원 인하됐다. 롱레인지는 삼원계 배터리(NCM)를 탑재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모델Y RWD보다 주행거리가 긴 장거리 모델이다.
테슬라는 세단 모델3 가격도 크게 낮췄다. LFP 배터리를 탑재한 모델3 스탠다드 RWD 모델을 새로 출시하면서 가격을 4199만원으로 책정했다. 보조금을 적용하면 실구매가는 3700만원대까지 내려간다. 모델3 고성능 모델인 모델3 퍼포먼스는 기존 6939만원에서 무려 940만원 인하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테슬라 차량 가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내 판매 차량은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중국 현지 가격보다도 더 저렴하다. 모델Y RWD는 중국보다 약 600만원, 모델3 퍼포먼스는 약 1230만원 낮다. 말 그대로 역대급 가격 공세다.
테슬라의 공세에 결국 현대차와 기아도 가격 인하에 나섰다.
기아는 준중형 전기 SUV EV5 롱레인지 모델과 EV6 가격을 각각 280만원, 300만원 인하했다. EV9은 저가형 라이트 트림을 새로 출시하며 가격을 800만원 이상 낮췄다.
현대차 역시 아이오닉5, 아이오닉6, 아이오닉9, 코나 일렉트릭 등에 금융 지원을 확대하며 실질 구매 가격을 낮추고 있다. 아이오닉6는 최대 650만원, 코나 일렉트릭은 610만원, 아이오닉5는 550만원 수준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은 다른 수입 브랜드로도 확산하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전기 소형 SUV EX30 가격을 최대 761만원 인하했다. 가장 저렴한 '코어(Core)' 트림은 4752만원에서 3991만원으로 낮아졌다.
중국 브랜드 BYD도 새해 들어 저가 모델을 적극 선보이고 있다. 소형 해치백 전기차 돌핀은 출고가 2450만원 수준이다. 준중형 SUV 아토3는 3150만원, 중형 세단 씰은 4490만원으로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운다.
보조금 고려한 '실구매가'가 핵심
전기차를 구매할 때는 차량 가격보다 보조금을 적용한 실구매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국가 보조금과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으로 나뉜다. 서울에 사는 사람이 전기차를 구매하면 정부와 서울시 보조금을 각각 받는다.
국고 보조금은 동일하지만 지자체 보조금은 지역별 차이가 크다. 일반적으로 서울이 가장 적고 수도권에서 멀수록 많다. 서울은 약 50만~150만원 수준이지만 전남·경북 일부 지역은 최대 1000만원 이상 지원되기도 한다. 같은 차량이라도 지역에 따라 실구매 가격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이유다.
전기차 가격이 5300만원 미만이면 보조금이 100% 지급되고, 53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이면 50%만 지급된다.
여기에 배터리 종류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은 보조금이 상대적으로 적고, 삼원계(NCM) 배터리를 사용하는 차량은 보조금이 더 많다. 서울 기준으로 LFP 차량은 약 200~250만원 수준이지만 NCM 차량은 최대 750~8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또한 전기차 보조금은 매년 예산이 정해져 있어 구매 시기 및 지역에 따라 예산이 빠르게 소진되기도 한다. 구매 시점에 따라 실구매 가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상황을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차 선택의 기준은 예산
실구매가를 파악했다면 예산별로 비슷한 가격대의 차량을 비교해 선택하는 것이 좋다. 크게 2000만원대, 3000만원대, 4000만원대로 구분해볼 수 있다.
전기차를 선택할 때는 차량 가격뿐 아니라 주행거리, 배터리 종류, 충전 속도, 충전 인프라, 서비스 네트워크, 중고차 가격 방어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같은 가격대라도 차량 성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전기차는 겨울철 주행거리 감소폭이 차량마다 다르기 때문에 실제 사용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아파트 충전 환경이나 회사 충전 인프라 여부에 따라 체감 편의성도 크게 달라진다.
2000만원대, 도심형 실속 전기차
레이 EV / 캐스퍼 일렉트릭 / BYD 돌핀
실구매가 2000만원대는 실속형 전기차 구간이다. 선택지는 기아 레이 EV(약 2228만원), 현대 캐스퍼 일렉트릭(약 2230만원), BYD 돌핀(약 2309만원)이다.

레이 EV는 경차 혜택이 가장 큰 장점이다. 공영주차장 할인,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취등록세 감면 등 경차 혜택이 적용돼 유지비 부담이 적다. 다만 구형 LFP 배터리를 사용해 1회 충전 주행거리가 상온 기준 약 205km 수준이며 겨울에는 약 160km까지 줄어든다. 고속도로 장거리 주행보다는 도심 출퇴근용 세컨드카 성격이 강하다.


캐스퍼 일렉트릭은 소형차지만 완성도는 레이 EV보다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NCM 배터리를 사용해 상온 기준 약 315km, 겨울에도 약 240km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충전 속도와 전비도 비교적 좋은 편이다. 다만 인기가 높아 대기 기간이 길다는 점은 단점이다. 일부 트림(세부 사양 등급)은 출고 대기가 2년 걸려 있기도 한다.

BYD 돌핀은 캐스퍼보다 한 체급 큰 해치백이다. 신형 LFP 배터리를 탑재해 상온 복합 주행거리 307km, 겨울철에도 약 282km 주행이 가능하다. 기본 트림부터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대형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편의 사양이 포함돼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중국 브랜드라는 점에서 A/S 네트워크와 중고차 가격 방어는 변수로 꼽힌다.
이 가격대에서는 도심 주행 중심인지, 차량 크기와 옵션을 중시하는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진다.
3000만원대, 가성비 경쟁 가장 치열
기아EV3 / 볼보 EX30 / 테슬라 모델3
3000만원대는 전기차 가성비 경쟁이 가장 치열한 구간이다.


기아 EV3 스탠다드 모델이 대표적인 선택지다.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SUV 스타일 디자인과 넉넉한 실내 공간을 갖춰 최근 관심이 높은 모델이다. 수입차를 고려한다면 볼보 EX30 Core, 테슬라 모델3 RWD도 선택지에 포함된다.

기아 EV4는 아반떼급 전기 세단이지만 전기차 특성상 실내 공간은 소나타급에 가까운 것이 특징이다. 전기차 특유의 평평한 바닥 구조 덕분에 공간 활용성이 좋다는 평가가 많다.

볼보 EX30은 비교적 작은 차체지만 볼보 특유의 안전 기술과 디자인이 강점이다. 테슬라 모델3는 주행 성능과 소프트웨어 완성도가 높은 모델로, OTA(무선 업데이트)를 통해 차량 기능이 계속 개선되는 것도 특징이다.
중형급 차량을 원한다면 KGM 토레스 EVX나 BYD 씰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토레스 EVX는 SUV 특유의 높은 시야와 넓은 실내 공간이 장점이며, BYD 씰은 비교적 낮은 가격에 중형 세단급 차체 크기와 긴 주행거리를 제공한다.
이 가격대에서는 SUV와 세단 선택, 브랜드 신뢰도, 주행 성능이 주요 선택 기준이 된다.
4000만원대, 메인카 전기차
테슬라 모델Y / 현대차 아이오닉5 / 기아 EV6

4000만원대는 전기차를 메인카로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보는 구간이다.
이 가격대부터는 차량 크기와 성능, 옵션 수준이 크게 올라가 내연기관 중형차를 대체할 차량으로 고려되는 경우가 많다. 이 구간에서는 테슬라 모델Y RWD가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가진다는 평가가 많다. SUV 차체에 넉넉한 실내 공간, 비교적 긴 주행거리,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동시에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주문량이 많아 출고 대기가 길 수 있다는 점은 변수다.


A/S 접근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현대차 아이오닉5·아이오닉6, 기아 EV6도 현실적인 선택지다. 아이오닉5는 실내 공간과 승차감이 강점이며, EV6는 비교적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갖췄다는 평가가 많다. 아이오닉6는 공기저항을 줄인 디자인 덕분에 전비(전력 효율)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이 가격대에서는 주행거리, 충전 속도, 서비스 네트워크가 중요한 선택 기준이 된다. 장거리 운행이 많다면 배터리 용량과 실제 주행거리를 우선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전기차 가격, 왜 갑자기 내려갔나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은 전기차 시장 구조 변화와 맞물려 있다.
첫째, 전기차 시장이 '캐즘' 구간에 들어섰다. 초기 얼리어답터 수요가 어느 정도 채워지면서 일반 소비자 시장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판매 증가 속도가 둔화했다.
둘째, 고금리와 경기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자동차는 대부분 할부로 구매하기 때문에 금리가 오르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된다.
셋째, 배터리 가격 하락이다. 전기차 가격의 약 30~40%를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최근 크게 떨어졌다. 특히 중국 업체들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대량 생산하면서 전기차 생산 비용이 낮아졌다.
넷째,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시장 확대다. BYD 등 중국 브랜드들이 낮은 가격을 앞세워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기존 자동차 업체들도 가격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시장이 기술 경쟁 중심 단계에서 가격 경쟁 중심의 대중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취재 육종심(경제 전문 프리랜서)
사진 각 브랜드 홈페이지·게티이미지뱅크
하은정 기자 haha@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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