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해협 봉쇄한 이란 “국제 유가 200달러 만들겠다” 위협

세계 원유 공급량 30% 이동하는 초크 포인트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이하 현지 시간) 이란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나서자 이란은 또 다시 호르무즈해협 봉쇄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에브라힘 자바리 이란 혁명수비대 소장은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을 침몰시키고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수출되지 못하게 막아 국제 유가를 배럴당 200달러(약 30만 원)까지 치솟게 만들겠다"고 경고했다. 이란이 이처럼 호르무즈해협 통행을 막으면서 에너지 수송이 중단되는 등 각국이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에 유조선과 컨테이너선 등 각종 선박 1000여척이 묶여 있으며, 이 중에는 한국 선적의 선박 26척도 포함돼 있다. 해상 보험사들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보험을 중단했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중동행 화물 예약을 받지 않고 우회 항로로 선박들을 운영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의 해상 운송이 사실상 멈춰선 셈이다. 과거 중동 위기 때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위협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실질적인 통항 중단이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평상시 호르무즈해협은 유조선과 화물선, 컨테이너선 등을 합쳐 하루 평균 138척이 통과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석유 물량은 하루 1500만 배럴 수준이다. 여기에 LNG 등 기타 에너지 운송량 500만 배럴이 추가된다. 이들 물량의 주요 목적지는 중국과 인도, 일본, 한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다. 호주 커먼웰스 은행의 조지프 카패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동에서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 가운데 현 상황은 세계경제에 최악의 악재"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쿠웨이트와 이라크 등 중동 국가들의 원유 감산으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미국 뉴욕상품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3월 9일 전장 대비 14.85% 오른 배럴당 107.54달러(약 16만 원)를 기록했다. 서부텍사스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2022년 7월 이후 처음이다.
하메네이 차남, 이란 최고지도자 선출

한편 이란 '국가지도자운영회의(전문가 회의)'는 3월 8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국가 최고지도자로 선출했다. 강경 보수파를 대표하는 모즈타바가 이란 최고지도자인 라흐바르로 선출된 것은 혁명수비대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이라고 볼 수 있다. 모즈타바는 앞으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맞서 결사항전할 것이 분명하다.
호르무즈 해협 기뢰 부설 '자충수'
그렇다면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을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을까. 이란은 대형 유조선을 격침할 수 있는 해군력이 충분하다. 또한 해군 병력 4만5600명을 비롯해 소형 잠수함, 고속정, 프리깃함 등 각종 함정 220척을 보유 중이다. 특히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소형 가디르급 잠수함들은 어뢰 공격과 함께 기뢰 부설 능력도 갖추고 있다. 가디르급 잠수함은 2010년 천안함을 어뢰로 격침한 북한 연어급 잠수함의 수출형 모델이다. 크기가 작아 작전 범위는 좁지만 소음이 적어 탐지하기 어렵다. 수심이 낮은 해협에서도 작전이 가능하다. 또한 이란은 호르무즈해협 중간에 위치한 3개 섬과 자국 남부 해안에 지대함 순항 미사일을 배치해놓았다. 특히 혁명수비대는 자폭 드론 수십 대를 한꺼번에 띄워 민간 선박을 타격하는 이른바 '벌떼 공격'에 나설 수도 있다.
미국은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막고자 총력전을 펴고 있다. 무엇보다 미국은 이번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을 통해 이란 해군을 완전히 궤멸하려는 공격에 나서고 있다. 실제로 미군은 지금까지 이란의 드론 항공모함 등 각종 군함을 대거 격침하거나 파괴했다. 세계 최초 드론 항모인 샤히드 바게리호는 스키점프대 방식의 길이 180m 활주로를 갖추고 혁명수비대의 소형 자폭 드론과 헬기 등을 운용해 왔다. 이 함정은 2000년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된 3만6000t급 대형 컨테이너선 페라린호를 2년에 걸쳐 개조한 것이다. 미군은 또 스리랑카 남부 도시 갈레로부터 40해리(약 74㎞) 떨어진 인도양 해상에서 핵잠수함에 탑재된 주력 어뢰인 마크-48를 발사해 이란 호위함 아이리스데나호를 수장했다. 미군이 잠수함 어뢰를 사용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종식 이후 81년 만이다. 특히 미군은 이란 최대 해군기지가 있는 반다르아바스 항을 초토화했고 오만만에 있는 자스크, 코나라크 기지도 공격해 각종 함정을 침몰시켰다. 미군은 소해정은 물론, 기뢰를 탐지해 제거할 수 있는 로봇잠수정도 투입할 방침이다.
중국 선박 위장 꼼수도 등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한 경우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유조선에 대해 미 해군의 군사적 보호를 제공하겠다"며 "어떤 상황에서도 미국은 전 세계 에너지의 자유로운 흐름을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도 이례적으로 이란을 압박하고 나섰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란에 대해 "호르무즈해협의 항행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원유 수입량의 45%를 호르무즈해협으로 들여오는 중국은 이란과 협력해 자국 유조선 등 에너지 운반선의 안전 통행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그러자 일부 선박은 이란의 공격을 피하려고 중국 배로 위장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 이란 새 지도자인 모즈타바가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장기간 밀어붙일 경우 자칫 세계적으로 '오일쇼크'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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