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파에 경고장 날린 李대통령 “개혁하려다 초가삼간 태우면 안 돼”

안소현 2026. 3. 9.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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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SNS에 ‘현실적 개혁’ 원칙 재차 강조
“檢·법원·언론 개혁, 외과시술식 교정”
당내 검찰개혁 강경론에도 속도조절 메시지
이재명 대통령.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검찰·법원·언론 개혁을 둘러싼 정치권의 강경 기류에 제동을 걸었다. 개혁의 필요성은 분명하지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 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내에서 검찰개혁 법안을 둘러싼 강경론이 분출하는 상황에서 국민통합을 위한 속도조절을 주문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개혁은 외과 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는 제목의 글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옥석을 분명히 가려야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문제를 제거하고 문제 인사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되, 무관한 다수 구성원의 의욕을 잃거나 상처 입게 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며 “아무리 어려운 개혁이라도 절대 포기하지 않되, 그로 인한 상처와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해 제 나름대로 고심한 결과임을 이해해달라”며 “개혁은 혁명보다 어렵다고 한다. 지난하고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혁명을 할 수는 없다”고 언급했다. 또 “더디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조금 마뜩잖더라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든든하게 함께 가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사법부에 대한 전면적 불신을 경계했다. 한 지지자가 과거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을 거론하며 “법원 전체가 이 대통령을 낙마시키려 했다”고 주장한 글에 답하는 형식으로 글을 올려 “공직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다. 법원에도 정치적으로 정의를 비트는 경우가 있지만, 사법 정의와 인권 보호를 위해 법과 양심에 따라 용기 있게 판결하는 법관들이 훨씬 많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의 사법 신뢰도는 세계적 수준이라는 게 법조인으로서 저의 믿음”이라며 “시민운동 과정에서 부패 검찰의 수사·기소권 남용으로 오랫동안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가 반복됐지만 양심적 법관들의 정의로운 판결 덕에 지금껏 살아남아 대통령 직무까지 수행하고 있다”고 돌아봤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 경험도 언급했다. 시민운동 시절부터 검찰 수사와 기소를 여러 차례 겪었지만 결국 법원의 판단으로 무죄가 인정됐다는 점을 강조하며 “검찰이 기소할 때마다 결국 법원이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것이라고 믿었고 지금도 믿는다”고 말했다.

이번 메시지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된 검찰개혁 입법을 둘러싼 갈등과도 맞물린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설치법을 둘러싸고 정부안보다 더 강력한 개혁을 요구하는 강경파와 속도 조절을 주장하는 현실론 사이의 의견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친명계 황명선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갈등이 아니라 결속”이라며 “최근 검찰개혁에 대한 구체적 방법론을 둘러싸고 과도한 갈등이 표출되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대통령의 메시지가 정부안 중심으로 검찰개혁 입법을 추진하자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원내 관계자는 “이 대통령 메시지는 정부안을 최대한 지키자는 의미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당내 논쟁이 쉽게 정리될지는 미지수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최근 “미진한 부분이 발견되면 입법권은 당에 있어 조율이 가능하다”고 언급해 법안 수정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일부 강경파 인사들도 “국민과 당원의 눈높이에 맞는 검찰개혁을 해야 한다”며 추가 보완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의 메시지가 개혁의 방향을 유지하되 과도한 정치적 충돌을 피하려는 ‘현실적 개혁 노선’을 다시 확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과 사법개혁을 둘러싼 강경 기류 속에서 대통령이 직접 갈등 완화를 주문하면서 향후 입법 논의의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안소현 기자 ashright@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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