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대전환-⑥보험] ‘위험 선별’에서 ‘위험 예방’으로 진화
상생금융과 AI가 만난다면 삶은 더 똑똑해질까? 고금리·고물가 국면에서 '상생금융'은 단순한 금리 인하를 넘어 정밀 리스크 산정과 차주별 맞춤 지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미국·이스라엘의 대 이란 공격을 계기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면서 금융권의 건전성 관리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가운데, 금융권은 이재명 정부의 '포용적 금융'이라는 숙제도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미디어펜은 AI가 포용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어떻게 재설계하는지를 총 네 차례에 걸쳐 금융업권별 사례로 분석한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보라 기자] 고금리·고물가 국면에서 상생금융의 새로운 실험은 보험산업에서도 진행 중이다. 최근 보험업권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해 고객의 건강 상태, 운전습관, 생활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위험을 정교하게 산출하는 방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이는 전통적인 보험 모델인 '위험 보장' 중심에서 나아가 '위험 예방' 중심으로 산업 구조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기반 데이터 분석이 등장하면서 보험사의 위험 평가 방식은 달라지고 있다.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차량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디지털 데이터가 축적되면서 개인의 행동 패턴과 건강 상태를 실시간에 가깝게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보험사들은 이러한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저위험 고객에게 더 낮은 보험료를 제공하고, 위험이 높은 고객에게는 예방 서비스나 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보험 모델을 재설계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알고리즘 편향, 데이터 격차, 고위험군 배제 등 새로운 사회적 논쟁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AI 기반 보험 모델 중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운전습관 데이터를 활용한 UBI(Usage Based Insurance) 보험이다. UBI 보험은 차량 주행 거리, 급가속·급감속 빈도, 운전 시간대, 속도 패턴 등을 분석해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내 보험사들도 이미 관련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착한드라이브 할인 특약'은 자사 플랫폼을 활용해 운전습관을 분석하고 안전운전을 할 경우 자동차보험료를 할인해준다. 현대해상 역시 '커넥티드카 보험' 서비스를 통해 차량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은 단순한 보험료 할인 정책을 넘어 운전자의 행동 자체를 변화시키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여러 연구에서 UBI 보험 가입자의 사고율이 일반 운전자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운전습관이 데이터로 기록된다는 인식이 안전 운전을 유도하는 것이다.
건강 데이터를 활용한 보험 상품도 빠르게 등장하고 있다.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되는 운동량, 심박수, 수면 패턴 등의 데이터를 보험 상품에 반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보험사는 질병 발생 가능성을 낮추고 장기적으로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
KB손해보험의 'KB건강보험+'는 고객이 건강 관리 앱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운동량을 달성하거나 건강 목표를 달성할 경우 보험료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제공한다. 삼성생명 역시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통해 고객의 건강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 건강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AI 기반 보험 모델이 항상 긍정적인 결과만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알고리즘 편향과 데이터 격차다.
특정 지역이나 연령대의 데이터가 부족할 경우 보험료 산정 과정에서 불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 또 디지털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령층이나 취약계층은 데이터 기반 보험 상품의 혜택을 충분히 누리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모델이 '고위험군 배제'라는 새로운 형태의 금융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위험이 높은 고객에게 보험료가 지나치게 높아질 경우 보험 가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보험사들은 AI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검증하기 위한 내부 통제 시스템도 강화하는 추세다. 금융당국 또한 '금융분야 통합 AI 가이드라인'을 통해 알고리즘 설명 가능성과 데이터 활용 기준 등을 제시하는 등 AI 금융 서비스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제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향후 보험 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 분석 능력과 예방 서비스 역량에 달려 있다. 보험산업이 '사고 이후 보상' 중심에서 '사고 이전 예방' 중심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AI와 데이터 기술은 핵심 인프라가 될 전망"이라며 "AI 기반 보험 모델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수익성과 포용성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