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류현진, 42세 노경은이 운명 걸린 대만전 마운드에 올랐다… 마운드 새 에이스가 없다, 재확인된 한국 야구 현주소

심진용 기자 2026. 3. 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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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 대표팀 류현진이 8일 대만전 선발 등판해 홈런을 허용하고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39세 류현진이 8일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만전 선발 마운드에 올랐다. 42세 노겅은은 어떻게든 추가점을 막아야 할 10회초 승부치기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대표팀 마지막 투수로 등판했다. 이날 기준 WBC 역대 최고령 등판 기록을 세웠다. 8강 명운이 걸렸다던 대만전 처음과 끝 투수가 불혹의 노장들이었다.

젊은 투수들의 성장이 더디고, 국제대회에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강력한 에이스가 잘 눈에 띄지 않는다는 최근 한국 야구의 고민이 WBC 대만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류현진, 노경은 같은 베테랑이 여전한 기량으로 국제대회에서도 활약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존경할 만하다. 이날 대만을 상대로도 류현진, 노경은은 제 역할을 했다. 선발 등판한 류현진은 홈런 하나가 아쉬웠지만 3이닝 1실점으로 선방했다. 10회초 2사 2루에서 등판한 노경은도 앞서 홈런을 때렸던 대만계 메이저리거 스튜어트 페어차일드를 외야 뜬공으로 처리하며 더 큰 화를 막았다.

문제는 결정적인 순간 이들 베테랑을 제치고 마운드에 오를 젊은 투수가 없다는 것이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앞서 대만전 선발로 류현진을 예고하며 “현시점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라고 했다. 류현진의 마지막 WBC 등판은 2009년이다. 그 후로 17년이 지났다. ‘괴물’ 류현진도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 긴긴 세월이 지났는데 내년이면 40세가 되는 류현진을 확실히 앞선다고 할 만한 국내 투수가 잘 보이지 않는다.

WBC 대표팀이 8일 대만전 10회 등판해 실점 위기를 막고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펜 역시 사정이 다르지 않다. 20대 투수들이 각 구단 마무리를 꿰차며 한때 구위 좋은 젊은 불펜진이야말로 야구 대표팀의 비교우위라는 평가까지 나왔지만, 막상 국제대회 뚜껑을 열어보니 가장 약한 고리로 전락했다. 2024년 프리미어12에서 젊은 계투들이 고전했고, 이번 WBC는 연습경기 단계부터 불펜 제구 난조가 벤치를 머리 아프게 했다. 42세 노경은이 대만전 10회 마운드에 오른 게 대표팀 불펜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대표팀이 이번 WBC에 100% 마운드 전력을 갖추지 못한 건 사실이다. 사실상 유일한 ‘확실한 에이스’로 평가받던 안우진이 ‘벌칙 훈련’을 받다 어깨를 다쳐 일찌감치 대회 출전이 무산됐고, 좌우를 가리지 않고 활약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 구창모는 구단의 반대로 대회에 불참했다.

이들이 빠진 이후 대표팀 원투펀치로 낙점됐던 문동주, 원태인은 최종명단 발표 전후로 차례로 부상 이탈했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부상 때문에 그러잖아도 헐거운 대표팀 마운드 운용이 더 꼬였다. 당장 류현진만 해도 애초 계획은 일본전 선발이었지만, 대만전 ‘2번째 투수’로 역할이 바뀌었고 대회 직전 다시 대만전 선발 투수로 변경됐다.

부상 변수가 아쉽다고 하지만, 더 근본적인 문제는 그만큼 국내 투수들의 선수층이 얇다는 것이다. 주축 몇 명만 빠져도 국제대회에 쓸 만한 투수를 찾기가 어려워지는 게 이번 대회에서 재확인된 한국 야구의 현실이다. 최강 일본은 야마모토 요시노부 등 빅리그 투수들 외에도 국내리그 각 구단 에이스들이 한 수 위 기량으로 상대 타선을 압도했다. 대만은 2000년생 동갑내기 원투펀치 쉬뤄시와 구인루이양이 호주와 한국 타선을 꽁꽁 묶었다. 이들 외에 다른 투수들도 대다수 호투했다.

대표팀은 곽빈이 대만전 최고 157.5㎞ 빠른 공을 던지며 3.1이닝 1실점으로 분전했지만, 그 외 다른 젊은 투수들의 활약은 기대 이하였다. 상대 좌타자는 확실하게 잡아달라는 벤치의 기대를 받고 일본전 마운드에 오른 김영규가 연속 볼넷에 2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무너졌다. 지난해 KBO리그 통합 우승팀 마무리 유영찬은 프로 선수가 손에 꼽는 체코를 상대로도 고전하며 실점했다. 이후 일본, 대만전은 아예 불펜 구상에서 제외될 만큼 구위가 좋지 않았다.

WBC 대표팀 김영규가 지난 7일 일본전 부진 후 교체되고 있다. 연합뉴스
WBC 대표팀 유영찬이 지난 5일 체코전 투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표팀은 체코, 일본, 대만을 상대로 WBC 3경기에서 8홈런을 맞았다. 도쿄돔이 워낙 홈런이 잘 나오는 구장이라고 하지만 그걸 감안해도 너무 많이 맞았다. 같은 조건인 대만이 4경기를 다 치르는 동안 4홈런만 맞았고, 호주는 3경기 1홈런밖에 내주지 않았다. 이번 WBC 조별 라운드가 ‘홈런 더비’로 불리는 것도 냉정히 말하면 야구를 부업으로 하는 체코(3경기 7피홈런)와 한국 두 나라가 만든 착시 현상에 가깝다.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 윤석민 등 확실한 대표팀 에이스들의 시대가 저물면서 한국 야구의 국제대회 성적은 급전직하했다. 이들을 대신할 새로운 마운드 자원들이 동시다발로 나타나지 않는 한 앞으로도 한국 야구는 국제대회에서 고전을 피하기 어렵다.

도쿄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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