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하면 패가망신”...20배 뛴 공정위 과징금, 기업 경영 흔들 변수로

김남명 기자 2026. 3. 9.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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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과징금 기준율 최소 매출 0.5%→10%
10년 내 반복 위반 땐 과징금 2배로 올려...
김근성 공정거래위원회 심판관리관이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과징금 고시 개정안 행정예고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정위는 과징금 부과 세부 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이달 10일부터 30일까지 20일간 행정예고를 한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과 총수 일가 사익편취 등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과징금 기준을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담합에 대한 과징금 부과기준율 하한이 기존 0.5%에서 10%로 최대 20배 뛰면서 기업 입장에서는 위반 행위 적발 시 부담해야 할 비용 규모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공정위는 이같은 내용의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이달 10일부터 20일간 행정예고 한다고 9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담합 과징금 부과기준율은 전반적으로 상향 조정된다. 담합의 위반 정도에 따라 중대성이 약한 위반 행위의 경우 기존 0.5~3%에서 10~15%로, 중대한 위반 행위는 3~10.5%에서 15~18%로 높인다. 매우 중대한 위반 행위의 하한 기준율은 10.5%에서 18%로 올린다. 상한 기준율은 20%로 기존과 동일하다.

특히 약한 담합의 경우에도 최소 10%의 과징금이 적용되도록 하면서 하한선이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담합과 관련된 매출이 1000억 원일 경우 기존에는 최소 5억 원 수준의 과징금 부과에 그쳤지만 개정안이 적용되면 최소 100억 원까지 늘어난다. 과징금 규모가 기업 손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으로 커지는 셈이다.

총수 일가 사익편취와 부당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도 한층 강화된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금액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과징금 기준율을 기존 20~160%에서 100~300%로 상향 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당지원 금액을 전액 환수하는 수준을 넘어 최대 세 배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된다.

공정위는 반복적인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도 강화한다. 특히 담합의 경우 최근 10년 내 위반 전력이 있는 기업이 다시 담합을 저지를 경우 과징금을 최대 100%까지 가중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이 동일한 위반 행위를 반복할 경우 사실상 과징금 규모가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나는 셈이다.

기업들의 ‘과징금 줄이기 전략’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그동안 기업들은 조사 협조나 자진 시정 등을 통해 과징금을 감경받는 리니언시 제도로 제재 부담을 줄여왔으나 이번 개정으로 감경 폭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구체적으로 지금까지는 조사 과정에 협조하거나 심의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자료를 제출할 경우 각각 최대 10%씩 총 20%까지 과징금을 감경받을 수 있었지만, 개정안에서는 전 과정에 협조한 경우에만 최대 10% 감경이 가능하도록 바뀐다.

위반 행위를 스스로 시정할 경우 적용되던 감경 폭도 크게 축소된다. 자진 시정에 대한 감경 비율은 기존 30%에서 10%로 낮아지고, 단순 과실을 이유로 한 감경 규정은 아예 삭제된다. 공정위는 조사 단계에서 협조해 감경을 받은 기업이 이후 소송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할 경우 감경 조치를 취소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

이 같은 제도 개편은 그간 일부 기업들이 과징금을 사실상 사업 비용처럼 인식하고 위반 행위를 반복한다는 지적이 계속된 탓이다. 이에 대해 김 심판관리관은 “과징금이 부당이익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 경우 위반 행위를 억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며 “부당이익을 넘어서는 수준의 과징금 부과를 통해 법 위반에 대한 억지력을 높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수치적으로 부담이 늘어났다고 보일 수도 있지만 오히려 기존 기준이 상대적으로 완화됐던 것이라는 반성이 필요하다”며 “정당하게 기업 활동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심의하거나 조사할 때 충분히 합리적으로 다룰 것”이라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이달 말까지 의견을 수렴한 뒤 공정위 전원회의 의결을 거쳐 4월 중 시행될 예정이다. 강화된 기준은 고시 시행 후 발생하거나 계속되는 위반행위부터 적용된다. 이미 종료된 행위에는 소급하지 않고 기존 기준을 적용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기업들의 담합 가격 조작 행위에 대한 엄벌을 여러 차례 촉구해왔다. 앞서 이 대통령은 이달 6일 X(옛 트위터)에 “담합 가격조작은 대국민 중대범죄”라며 “그 대가가 얼마나 큰지 곧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불법을 자행하며 국민 경제 질서를 어지럽히는 악덕 기업들에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평범한 사실을 깨우치게 하겠다”며 “합법적 수단을 총동원하여 경제 영역에서도 비정상의 정상화를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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