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로 극단적 산불 확률 두 배...온대 지역 위험”

온대 지역, 기후위기로 산불 더 커져
기후위기가 전 세계 산불 분포를 어떻게 바꿀지 분석한 연구가 최근 네이처에서 발표됐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레딩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소각면적, 화재 규모, 화재 강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이용해 지구 온도가 1.5°C 오르는 경우와 3~4°C 오르는 경우, 두 가지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했다.
결과는 지역에 따라 엇갈렸다. 아프리카·인도·동남아시아 등 열대 지역에서는 도로 확대, 농경지 증가 등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소각면적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온대·한대 지역에서는 반대 결과가 나타났다. 기후위기로 기온이 오르고 대기가 건조해지면서 화재 규모와 강도가 모두 증가했다. 스칸디나비아, 시베리아처럼 기존에 산불이 거의 없던 지역까지 산불이 번지는 것으로 시뮬레이션됐다.
1.5°C 억제 시나리오에서도 이 추세는 유지됐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파리협정 목표 수준으로 막아도 온대·한대 지역의 산불은 오히려 더 커지고 강해진다는 것이다. 탄소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열대 지역의 감소분을 기후 영향이 압도해 전 세계 소각면적이 현재보다 최대 60%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화 이전보다 두 배 잦아진 '산불 최적 날씨'
산불이 커지는 데는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 조건 변화가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미국 UC 머세드 연구진이 지난해 같은 학술지에 발표한 연구는 이 관계를 수치로 보여준다.
산불기상은 기온, 습도, 바람, 강수량 등을 종합해 숲이 얼마나 불에 타기 쉬운 상태인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을수록, 비가 적게 올수록 산불기상 수치가 높아진다.
연구진은 2002년부터 2023년까지 위성 데이터로 전 세계 산림 생태 지역별 '극단적 산불 연도(해당 지역에서 그해 소각면적이 역대 최대였던 해)'를 찾아내고 그 해에 기상 조건이 어땠는지를 분석했다. 극단적 산불 연도는 대부분 '극단적 산불기상'이 발생한 해와 겹쳤다. 기온이 높고 습도가 낮아 숲이 극도로 건조해지는 조건이 만들어져야 대형 산불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이런 기상 조건이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는 기후변화 이전과 비교하면 더 분명해진다. 산업화 이전(1851~1900년) 기후와 현재(2011~2040년) 기후를 비교했을 때, 극단적 산불기상이 발생할 확률은 전 세계 산림 지역에서 평균 88~152%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두 배 가까이 잦아진 것이다. 위험 증가가 특히 두드러진 지역 중 하나가 온대림이다. 한국의 산림 생태 조건이 이 범주에 해당한다.
극단적 산불 연도에는 대형 화재(상위 1%) 발생 건수가 비극단적 연도 대비 321% 많았고 탄소 배출량은 405% 많았다. 2019~2020년 호주 산불, 2023년 캐나다 산불이 대표적인 사례다. 두 사례 모두 역대 최고 수준의 산불기상이 기록됐던 해였다.

진화 위주 정책으로는 한계…예방·적응으로 전환 필요
두 연구는 공통적으로 현재의 산불 대응 방식이 앞으로의 조건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미국 UC 머세드 연구진은 "기후변화로 여러 지역에서 극단적 산불기상이 동시에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지면서, 불이 나면 진화하는 방식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된다"며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연료(나무·풀 등 불에 탈 수 있는 물질)를 미리 줄이고 인간 활동에 의한 발화를 막는 사전 예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과 레딩대학교 공동 연구진은 "산불이 잦아지는 지역에 나무를 심어도 결국 그 나무가 더 큰 불의 연료가 될 수 있다"며 "지역별로 조건이 다른 만큼 획일적 억제 정책 대신 각 지역 상황에 맞는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