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수의 시선] 피지컬로 인한 미스 매치, 그래도 버티려고 했던 정인덕
정인덕(196cm, F)은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든 대처했다.
농구는 공격수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스포츠다. 그리고 득점을 많이 하는 선수가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다. 주득점원이 높은 연봉을 받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코칭스태프는 ‘수비’를 강조한다. “수비가 되면, 공격은 자동적으로 풀린다”고 하는 사령탑이 많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는 수비에 집중하고, 기회를 얻고자 하는 백업 자원들도 ‘수비’부터 생각한다.
사실 기자도 ‘공격’에 집중했다. ‘누가 어시스트했고, 누가 득점했다’가 기사의 90% 이상을 차지했다(사실 100%에 가깝다). 그래서 관점을 살짝 바꿔봤다. 핵심 수비수의 행동을 기사에 담아봤다. 기사의 카테고리를 ‘수비수의 시선’으로 선택한 이유다.

# INTRO
창원 LG는 2019~2020시즌부터 2021~2022시즌까지 세 시즌 연달아 봄 농구를 하지 못했다(2019~2020시즌은 코로나19로 조기 중단됐다). 그러나 조상현 LG 감독이 2022~2023시즌부터 부임한 후, LG는 3시즌 연달아 4강 플레이오프로 향했다. 순식간에 강팀으로 거듭났다.
LG가 강팀이 된 이유. ‘수비’다. 조상현 LG 감독이 수비 시스템을 철저히 입혔다. 그리고 아셈 마레이(202cm, C)가 수비 시스템의 핵심을 자처했다. 그래서 LG는 어지간하면 무너지지 않았고, 마레이의 가치 또한 점점 높아졌다.
다만, 국내 선수들이 수비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다면, 조상현 LG 감독의 철학과 마레이의 노력 모두 헛수고로 돌아갔을 것이다. 실제로, 조상현 LG 감독과 마레이 모두 국내 선수들의 수비 에너지 레벨을 칭찬했다.
다만, LG는 서울 SK전에서 힘을 내야 한다. LG가 SK한테 1승 3패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 SK와 4라운드 맞대결에서 알빈 톨렌티노(196cm, F)한테 2쿼터에만 14점을 내줬다. 그래서 톨렌티노를 잘 제어해야 한다.
# Part.1 : 바뀌는 매치업
SK는 김낙현(184cm, G) 없이 싸우고 있다. 오재현(185cm, G)도 다쳤다. 그래서 전희철 SK 감독은 스타팅 라인업(이민서-안성우-에디 다니엘-김형빈-대릴 먼로)을 확 바꿨다. 정인덕의 매치업도 에디 다니엘(190cm, F). 정인덕은 우선 다니엘의 힘과 에너지를 견뎌야 했다.
정인덕은 다니엘의 볼 없는 움직임을 놓쳤다. 다니엘한테 레이업을 너무 쉽게 내줬다. 다니엘의 순간 스피드와 점프력을 지켜봐야 했다.
다만, 다니엘의 3점슛 성공률이 23.7%에 불과하다(LG전 직전 기준). 그래서 정인덕은 다니엘과 거리를 둘 수 있었다. 다니엘의 골밑 침투를 경계함과 동시에, 페인트 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체크했다. 즉, 골밑 수비를 용이하게 해냈다.
정인덕은 경기 시작 4분 46초 만에 안영준(196cm, F)과 마주했다. 안영준과 대릴 먼로(196cm, F)의 2대2를 대처하지 못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먼로의 스크린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먼로와 미스 매치됐고, 먼로에게 파울을 쓰고 말았다.
정인덕은 안영준에게 뚫렸다. 그렇지만 마레이가 안영준을 커버했다. 안영준의 킥 아웃 패스를 유도했다. 그리고 양준석(181cm, G)이 김형빈(200cm, F)의 패스를 가로챘다. 속공 전개 후 뒤따라오는 마레이에게 볼을 줬다. 마레이는 이를 덩크로 마무리. LG는 1쿼터 종료 3분 18초 전 17-12로 앞섰다. SK의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이끌었다.
SK가 ‘안영준-알빈 톨렌티노-오세근’을 동시에 활용했다. SK의 라인업이 확 높아졌다. 정인덕이 톨렌티노에게 향했다. 그러나 SK의 라인업이 높았기에, LG는 바꿔막기를 곁들여야 했다. 정인덕은 어쨌든 주어진 임무에 집중했다. 그리고 1쿼터 종료 1분 28초 전 벤치로 물러났다.
# Part.2 : 양홍석+타마요
정인덕이 2쿼터를 벤치에서 시작했다. 유기상(188cm, G)이 톨렌티노를 막았다. 그렇지만 유기상은 톨렌티노의 독특한 타이밍에 흔들렸다. 톨렌티노에게 슛 동작 파울 자유투를 내줬다.
SK의 주요 옵션은 ‘안영준-자밀 워니 2대2’였다. LG는 탑에서 이뤄지는 안영준과 자밀 워니(199cm, C)의 2대2를 막아야 했다. 그러나 여의치 않았다. 워니의 골밑 침투까지는 잘 막았지만, 워니의 킥 아웃 패스를 제어하지 못했기 때문. 이로 인해, SK 선수들한테 ‘코너 3점슛’을 계속 허용했다.
그러나 LG는 SK의 2대2에 익숙해졌다. 워니의 1대1을 강제했다. 마레이가 워니의 1대1을 수비. LG는 SK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했다. 그 사이, 3점과 속공을 연달아 성공. 2쿼터 시작 4분 15초 만에 31-22로 달아났다.
양홍석(196cm, F)과 타마요가 함께 뛰었기에, 조상현 LG 감독의 박수는 더 크게 다가왔다. LG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이력을 발휘하려면, 양홍석과 타마요가 시너지 효과를 내야 해서다.
다만, 이들이 함께 뛸 때, LG의 공수 전환 속도가 살짝 느렸다. 이로 인해, 안영준을 너무 달리게 했다. 또, 양홍석과 타마요가 도움수비를 신경 썼기에, 두 선수는 페인트 존 쪽으로 처져야 했다. 코너에 있는 슈터와 거리를 둘 수밖에 없었다.
정인덕은 2쿼터 종료 4분 5초 전 코트로 돌아갔다. 다니엘과 함께 하는 시간이 길었다. 다니엘의 속공 패스를 잘 차단했고, 다니엘의 힘싸움을 잘 버텼다. 그 사이, LG는 SK와 멀어졌다. 44-36으로 전반전을 마쳤다.

# Part.3 : 잃어버린 주도권
SK가 안영준과 톨렌티노를 동시에 투입했다. 정인덕이 안영준을 막았고, 유기상이 톨렌티노와 마주했다. 정인덕의 피지컬과 힘이 유기상보다 나았기에, 정인덕이 안영준과 매치업됐다.
그러나 정인덕도 안영준을 어려워했다. 특히, 탄력 붙은 안영준을 제어하지 못했다. 안영준의 스피드를 따라가지 못한 것. 그래서 SK도 3쿼터 시작 3분 16초 만에 47-46으로 쫓겼다.
SK가 안영준 대신 다니엘을 넣었다. 정인덕이 더 버거울 것 같았다. LG 벤치는 3쿼터 시작 4분 24초 만에 정인덕을 벤치로 불렀다. 양홍석을 코트로 투입했다. ‘양홍석-타마요 조합’을 또 한 번 활용했다.
양홍석이 다니엘을 막았다. 그렇지만 양홍석은 다니엘의 막무가내 드리블(?)에 속수무책이었다. 돌파하는 다니엘을 쳐다봐야 했다. LG도 동점(51-51)을 허용했다. 조상현 LG 감독은 3쿼터 종료 3분 38초 전 후반전 첫 번째 타임 아웃을 썼다.
LG는 허일영(196cm, F)과 양홍석을 투입했다. 허일영이 다니엘을 막았고, 양홍석이 최부경 앞에 섰다. 유기상이 톨렌티노와 마주했다. 미스 매치가 어느 정도 발생했다. 그래서 LG는 바꿔막기를 어느 정도 동반했다.
LG가 3쿼터 마지막 수비 때 있는 힘을 다했다. 마이클 에릭(208cm, C)이 워니를 진심으로 막았다. 워니를 3점 라인과 먼 곳으로 밀어냈다. 그렇지만 워니의 스텝 백 3점을 막지 못했다. LG는 이때 주도권을 놓쳤다. 56-58로 3쿼터를 마쳤다.
# Part.4 : 한 끗 차이
정인덕이 코트로 돌아왔다. 최형찬(189cm, G)이 안영준이나 톨렌티노를 잘 막아줬기에, 정인덕의 수비 부담은 줄었다. 4쿼터 시작 1분 20초에는 역전 3점슛(62-60)도 성공. 공격 진영에서도 수비 원동력을 마련했다.
그러나 정인덕은 다음 수비 때 워니의 스크린을 빠져나가지 못했다. 마레이가 정인덕 대신 안영준을 체크했지만, LG는 안영준에게 3점을 맞았다. 64-63. 확 치고 나가지 못했다.
정인덕은 그 후 다니엘과 맞섰다. 페인트 존 쪽으로 위치를 잡았다. 워니 그리고 안영준의 골밑 침투를 막기 위해서였다. 정인덕의 수비는 나쁘지 않았다.
그렇지만 수비 컨트롤 타워인 마레이가 경기 종료 4분 14초 전 4번째 파울을 범했다. 마레이가 제대로 부딪히지 못한다면, 다른 선수들이 수비 텐션이 떨어질 수 있었다. 정인덕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
LG는 스크램 스위치(볼 없는 지역에서 더 나은 수비 매치업을 찾기 위한 바꿔막기)를 많이 썼다. 안영준을 볼 핸들러로 삼는 SK의 2대2에 대응하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영준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LG의 수비가 안영준에게 집중해야 했다. 다니엘의 공격 리바운드를 놓치고 말았다. 다니엘에게 자유투 2개를 내줬다. 다니엘이 자유투 2개를 모두 넣었다면, LG는 역전을 당할 뻔했다.
양준석(181cm, G)이 안영준과 매치업됐다. 양준석도 안영준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페인트 존에 있던 정인덕이 도움수비수로 나섰다. 안영준의 패스 미스를 유도. 안영준의 위력을 줄였다.
LG는 SK와 시소 게임을 잘했다. 하지만 마레이가 경기 종료 37.6.초 전 턴오버를 범했다. 이는 워니의 역전 득점(70-71)으로 연결됐다. LG 벤치가 마지막 타임 아웃을 썼지만, LG의 공격이 연달아 실패했다.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잡지 못했다. 정인덕의 숨은 공헌도도 빛을 잃었다.

사진 제공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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