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미소로 버틴 8년 8개월, 이미향 우승의 교훈

방민준 2026. 3. 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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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아시안 스윙' 블루베이 LPGA 골프대회 우승을 차지한 이미향 프로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 촬영하는 모습이다. 사진제공=Getty_LPGA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하지 마십시오.)

 



 



[골프한국] 골프에서 시간은 종종 잔인하다. 재능이 있어도, 성실해도, 우승은 쉽게 오지 않는다. 한국 선수들이 세계 무대에서 수많은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동안에도 어떤 선수는 긴 시간 침묵 속에 머문다. 그 침묵의 시간을 견뎌낸 선수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이미향(33)이다.



 



지난 5~8일 중국 하이난섬 지안 레이크 블루베이 골프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투어 '아시안 스윙' 블루베이 LPGA에서의 이미향의 우승은 단순한 한 번의 승리가 아니다. 8년 8개월이라는 긴 시간을 통과해 얻은 LPGA투어 통산 3승의 결실이다.



 



골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슬럼프가 아니라 기다림이다. 좋은 샷을 해도 결과가 따라오지 않는 시간, 노력해도 트로피가 멀리 있는 시간, 많은 선수들이 이 시간에 지친다. 자신을 의심하고, 스윙을 바꾸고, 마음을 잃는다. 



 



그러나 이미향은 달랐다. 그녀는 웃음을 잃지 않았다. LPGA 투어에서 가장 환하게 웃는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그다. 그의 웃음에는 묘한 힘이 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도 골프를 즐기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골프를 즐긴다는 말은 가볍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골프를 사랑한다는 뜻에 가깝다.



 



겉으로 보면 이미향의 골프는 밝고 여유롭다. 그래서 '명랑골퍼'라는 애칭이 붙는다. 그러나 동계 훈련의 모습을 보면 전혀 다른 얼굴이 드러난다. 보는 이를 놀라게 하는 그의 훈련량과 강도, 집중력은 마치 생존을 건 사람처럼 치열하다. 웃음과 사력의 연습이 동시에 존재케 하는 균형이 그녀의 골프를 만든다.



많은 골퍼들이 이 둘을 혼동한다. 즐기면 연습이 느슨해지고, 연습에 몰두하면 골프가 무거워진다.



 



이미향은 그 둘을 분리할 줄 안다. 연습할 때는 전력을 다하고, 경기에서는 골프를 즐긴다. 이것이 그녀가 우승 없이 8년 8개월을 버틴 방식이자 힘이다. 



골프는 기술의 스포츠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태도의 스포츠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샷이 흔들리는 날도 있고, 스코어가 무너지는 날도 있다. 그러나 태도가 흔들리면 골프 전체가 무너진다. 



 



이미향의 우승이 특별한 이유는 그녀가 태도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성적이 없어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결과가 없어도 연습을 멈추지 않았고, 긴 시간에도 조급해지지 않았다. 이것은 기술이 아니라 인격의 문제다. 



 



한국 여자 골프는 세계 최강이다. 그러나 그만큼 경쟁도 치열하다. 짧은 시간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조급함이 선수들을 압박한다.



이미향의 우승은 말없이 이렇게 이야기한다. "골프는 그렇게 서두르는 게임이 아니다."라고.



 



골프는 씨앗을 심고, 뿌리를 기다리고, 싹을 지켜보는 스포츠다. 어떤 씨앗은 빨리 자라지만



어떤 씨앗은 오래 걸린다. 그러나 제대로 뿌리를 내린 씨앗은 결국 꽃을 피운다.



 



이미향의 우승이 감동적인 이유는 트로피 때문이 아니다. 그녀가 골프를 대하는 태도 때문이다. 웃으며 경기하고, 묵묵히 연습하고, 긴 시간을 견디는 태도. 이것은 단지 한 선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모든 골퍼에게 주는 메시지다.



 



골프는 때로 성공보다 지속을 시험하는 스포츠다. 8년 8개월을 건너온 한 번의 우승. 그 시간의 깊이를 생각하면 우리는 고개를 숙이게 된다. 그리고 깨닫는다. 골프에서 가장 강한 사람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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