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서울시장 오세훈도 ‘빨간 점퍼’ 거부? 지선 앞 코너 몰린 국힘
“사상 초유 사태” “사달이 났다”…당내 ‘지선 패배’ 위기감 확산
긴급 의총이 당 노선 분수령? “민심 외면하면 자중지란 속 공멸”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당 노선 정상화'라는 선결 과제를 풀어낼 때 패배의 길을 승리의 길로 바꿀 수 있다. 지금도 그 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당 지도부와 의원들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인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 같은 입장을 밝히며 자당의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신청을 거부했다. 해당 사태에 국민의힘 내부는 "수도 서울에서 현직 시장이 소속 정당에 공천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비상이 걸렸다는 분위기다. 일부 인사들은 장동혁 지도부를 향해 "윤어게인 정당으로 인식되도록 당을 망쳤다(윤희숙 전 의원)" "전국정당은 커녕 'TK(대구·경북)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윤상현 의원)"이라며 책임론에 불을 지피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위원회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 신청 마감 시한은 지난 8일 오후 6시였다. 하지만 오 시장이 해당 시간까지 등록하지 않아 공관위는 오후 10시로 마감 시한을 한 차례 연기했다. 그럼에도 오 시장은 끝내 등록을 거부했다. 그는 서울시 언론 공지를 통해 장동혁 대표가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점을 미등록 사유로 꼽으며 차후 지도부 입장이 나올 때까지 관망하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현직 시장이자 유력 후보인 오 시장의 돌발 행동에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일단 이정현 공관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 입장문을 통해 "후보 없이 선거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공천 기강은 반드시 세우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하지만 현역 시장을 공천 대상에서 제외하고 선거를 치르는 것은 당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만큼, 공관위는 후보 추가 등록 접수 등 '플랜B'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오 시장이 당장 빨간 점퍼를 벗고 무소속 출마나 서울시장 불출마를 결정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오 시장의 이번 행동으로 국민의힘의 약점인 절윤 등 노선 문제가 다시금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당 지방선거 전략에도 비상불이 켜진 상황이다. 이에 국민의힘은 9일 긴급 의원총회를 통해 당 노선과 서울 선거 대응 방향, 오 시장의 공천 미등록 사태를 둘러싼 책임론 등을 놓고 격론을 벌일 방침이다.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吳의 마지막 경고
당내 개혁파 인사들은 지도부 책임론을 놓고 이미 공세에 돌입했다. 서울이 지역구인 조은희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오 시장의 후보 미등록 사태에 대해 "우리 당의 현주소"라고 직격했다. 이어 "오 시장을 어제도 뵙고 여러 가지 상황을 보니까 오 시장은 '이대로 가면 다 죽는다'는 생각을 갖고 계시다. 그동안 쭉 '장동혁 디스카운트'를 얘기하시면서, 당 노선을 바꾸지 않고서는 고스란히 우리가 다 물에 빠져서 그냥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국민의힘 서울시당위원장을 맡고 있는 배현진 의원은 언론 공지를 통해 "오 시장이 빠진 경선은 사실상 선거 포기"라며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한시도 지체 말고 수습하고 즉시 후보 재공모를 결정해달라"고 요구했다. 최근 배 의원 역시 당 지도부와 갈등을 벌이던 중 당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1년'이란 중징계를 받았으나, 법원이 배 의원이 낸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서울시당위원장으로 복귀했다.
당 중진들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습이다. 대구시장에 출마한 6선의 주호영 국회부의장은 YTN 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에 출연해 "오 시장이 현직 시장인데, 우리 당에서 계속 상처 내는 일들이 많이 있었다. 그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도부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 본인은 이렇게(절윤) 하고 싶은데, 당은 다른 쪽(윤어게인)으로 가고 있다. 이러면 승리의 가능성을 훨씬 낮게 본 것"이라며 "서울 시민들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고 민심을 알고 있으니까, 지금 당의 방향이 이래서는 어렵다는 것을 항의한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과거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했던 5선의 윤상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오 시장 미등록 사태는) 당에 던져진 무거운 정치적 경고"라고 봤다. 이어 "공천 신청 현황을 보면 경기지사 2명, 인천·대전·세종·전북·제주 등은 각 1명 수준"이라며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전국정당은 커녕 영남 자민련도 못 되는 'TK 자민련'으로 쪼그라들 것이라는 비판이 결코 과장이 아닐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민심의 경고를 계속해서 외면한다면 우리는 경쟁 정당과 싸우기도 전에 자중지란 속에서 공멸할 수도 있다"고 역설했다.
오 시장과의 경선 경쟁을 불사했던 서울시장 경선 후보 윤희숙 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당 지도부를 직격했다. 그는 "결국 현역의원 출마자는 오직 영남권에만 붐빌 뿐, 다른 지역엔 전무하다"며 "이런 모습은 아직까지 윤어게인을 떨어내지 못한 당의 후보로 선거를 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자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윤어게인 당으로 인식되도록 이제껏 당을 이끌어온 의원들마저도 나서지 못한 것은, '절윤 없이는 심판받을 뿐'이라는 걸 자신들도 알고 있다는 뜻"이라며 "적극적으로 동참했든지, 방관했든지 간에 국힘 의원들이 아니었더라면, 지금의 장동혁 지도부가 이렇게까지 당을 망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이날 의총에서 의원들의 집단지성으로 절윤을 이끌어 내지 못한다면, 한 발짝도 문 밖에 나서지 마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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