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타닉 침몰 같다" 손흥민 떠나자 스퍼스 산산조각…'어게인 1977' 공포에 팬 집단 탈출 기미까지→BBC "한국인 캡틴 공백이 치명타"

박대현 기자 2026. 3. 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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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대현 기자] 강등 위기에 몰린 토트넘 홋스퍼를 바라보는 영국 언론 시선은 대체로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북런던을 떠난 지 1년도 되지 않은 손흥민(LAFC)의 공백이다.

손흥민이 떠난 뒤 토트넘은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한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빅 6' 지위를 지키며 유럽대항전 단골손님으로 꼽히던 팀이 이제는 강등권서 싸우는 처지로 전락했다. 최근 이어진 부진 속에 팬들과 현지 언론은 한목소리로 손흥민 존재감을 떠올리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6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EPL 크리스탈 팰리스와 홈 29라운드에서 1-3으로 역전패했다. 이 패배로 토트넘은 리그 5연패에 빠졌고 2026년 들어 치른 11경기에서도 4무 7패로 승리가 없다.

시즌 초반 분위기는 지금과 달랐다. 토트넘은 9라운드까지 3위에 오르며 상위권 경쟁을 이어갔다. 그러나 이후 급격히 무너지면서 현재는 7승8무14패(승점 29)로 16위까지 추락했다. 강등권인 18위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승점 28)와 승점 차가 단 1점에 불과하다.

EPL에선 18~20위 팀이 다음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으로 강등된다. 토트넘이 실제 강등될 경우 1977년 이후 무려 49년 만에 '수모'를 겪게 된다. 축구 통계 전문 '옵타'는 올해 토트넘 강등 확률을 16%로 추산했는데 이는 리그 20개 팀 가운데 다섯 번째로 높은 수치다.

팰리스전 종료를 앞두고 일부 팬은 자리를 떠났다. 수천 명의 팬이 휘슬이 울리기도 전에 경기장을 빠져나갔고 현지 온라인 커뮤니티엔 자조적인 성토가 쏟아졌다. 한 팬은 “마치 나이 든 친척이 서서히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같다” 꼬집었고 또 다른 팬은 “빙산에 부딪힌 배가 가라앉는 모습을 보는 기분”이라 지적했다.

▲ 연합뉴스 / Reuters
▲ 연합뉴스 / Reuters

토트넘 몰락은 단기간에 빚어진 일이 아니다. 여러 요인이 겹쳤지만 가장 큰 변화는 상징적인 선수들의 '줄이탈'이 꼽힌다. 특히 지난해 8월 손흥민 이적 후 공격력과 리더십 공백이 동시에 드러났다는 평가가 많다.

손흥민은 2015년 북런던에 입성한 뒤 팀의 상징적인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빠른 스피드와 결정력을 앞세워 EPL 최고 윙어 중 한 명으로 성장했고 특히 해리 케인(바이에른 뮌헨)과의 찰떡 호흡으로 수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2021-2022시즌 EPL 득점왕에도 오르며 세계적인 골게터로 인정받았다.

케인이 팀을 떠난 뒤에도 손흥민은 런던에 남아 스퍼스를 이끌었다. 주장 완장을 차고 젊은 선수단을 통솔했고 지난 시즌엔 유로파리그 우승 트로피까지 들어 올리며 피치 안팎으로 구심점 역할을 했다.

하나 손흥민은 지난 시즌 종료 후 새로운 도전을 단행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로스앤젤레스 FC로 이적하면서 토트넘에서의 10년 여정을 마무리했다.

토트넘은 손흥민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공격진을 대폭 보강했다. 구단 역사상 최고 이적료를 투자해 사비 시몬스(←RB 라이프치히)를 영입했고 모하메드 쿠두스(←웨스트햄 유나이티드) 주앙 팔리냐(←바이에른 뮌헨) 랑달 콜로 무나이(←파리 생제르맹) 등을 뒤이어 합류시켰다. 주장 완장은 부동의 주전 센터백 크리스티안 로메로에게 넘겨줬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에 크게 못 미쳤다. 감독 교체에도 팀은 반등하지 못했다. 시즌 초반 팀을 이끌던 토마스 프랑크 감독은 선수단 관리 문제와 성적 부진 속에 지난달 경질됐고 후임으로 이고르 투도르 감독이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투도르 감독 부임 이후 치른 리그 3경기에서도 모두 패해 총체적 난국에 휩싸였다.

부상 악재도 겹쳤다. 핵심 중원 자원인 데얀 쿨루셉스키와 제임스 매디슨이 동시 이탈하면서 공격 전개가 크게 약화됐다. 창의적인 패스와 포지션 기점 역할을 수행하던 둘이 사라지자 득점력 역시 급격히 떨어졌다.

선수단 내부 분위기도 어수선하다. 최근 경기에서 풀백 페드로 포로는 교체 직후 벤치를 강하게 차고 음료수를 던지는 장면이 포착됐고 부주장 미키 판더펜은 프랑크 전 감독 패싱 논란을 일으켜 빈축을 샀다. 캡틴 로메로 역시 지난달 퇴장으로 4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공격 지표 역시 심각하다. 손흥민 등 번호 7번을 물려받은 시몬스는 리그 1골에 그치고 있고 콜로 무아니, 마티스 텔도 각각 1골과 3골에 머물러 있다. 그나마 '구관' 히샬리송이 8골로 팀 내 득점 선두를 기록 중이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최근 세 시즌간 팀 공격을 책임진 주축 공격수 3인이 차례로 떠난 것이 현재 위기의 출발점”이라 분석했다. 토트넘 주전 골키퍼 출신인 폴 로빈슨은 BBC와 인터뷰에서 “케인과 손흥민, 브레넌 존슨 등 최근 몇 년간 팀 득점 상위권 선수가 모두 팀을 떠났다”며 “이 공백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현지 매체도 손흥민 공백을 언급하고 있다. 토트넘 소식을 전문으로 다루는 ‘토트넘 HQ’는 지난 7일 “공격력과 리더십 모두 손흥민이 남긴 자리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떠난 뒤 팀의 중심이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손흥민은 미국에서 여전히 최고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LAFC에서 특유의 스피드와 '지저분한' 움직임, 높은 결정력을 앞세워 MLS에 큰 반향을 일으키며 팬들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토트넘 팬들에겐 그의 활약이 더욱 아쉬움을 남기는 상황이다.

보드진 운영 기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년간 구단 살림을 총괄한 다니엘 레비 전 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수뇌부 정책이 비판 대상에 오른 양상이다. 우승 경험이 있는 명장은 잇달아 영입했지만 로스터 구성에 있어선 '윈 나우'를 꾀할 만한 즉시 전력감 또는 A급 스타플레이어를 품에 안는 데 소극적이었단 일침이다.

BBC는 올해 토트넘이 실제 강등될 경우 티켓 수입과 스폰서 계약 감소 등으로 약 2억5000만 파운드(약 4980억 원)의 재정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전망했다.

아울러 강등이 현실화되면 '스쿼드 엑소더스' 역시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굴리엘모 비카리오, 로메로 등 일부 주전급은 이미 이적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강등 시 연봉이 최대 50%까지 삭감되는 조항이 계약에 포함돼 있단 보도까지 나오면서 '대탈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한때 유럽 축구계에서 높은 경쟁력을 자랑하던 토트넘이 지금처럼 흔들릴 것이라 전망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나 부상과 부진, 리더십 공백, 그리고 장기간 쌓인 경영 기조 문제까지 여러 악재가 맞물리면서 위기는 현실이 됐다.

현재 토트넘은 유럽대항전 일정을 앞두고 있다. 오는 11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챔피언스리그 16강 원정 1차전을 치른다. 자국에서 깊은 부진에 빠진 토트넘이 예상 밖 선전을 거듭 중인 챔피언스리그 전장에서 반등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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