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2세에 어린이집 특별활동이 이렇게 많다고?

신학기가 시작된 요즘, 만 0세부터 2세 영아를 둔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에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다. 어린이집을 찾다보면 적지 않은 곳에서 주 3~4회의 특별활동이나 특성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부모들은 이러한 프로그램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연령에 맞게 실내외에서 충분한 놀이를 경험하기를 원하는 부모들에게는 선택의 폭이 매우 좁아진 현실이 또 다른 고민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에서 특별활동이 반 전체 활동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자기 아이만 참여하지 않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 발달에 맞는 환경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도 실제로 선택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혼란을 느끼는 경우가 늘고 있다.
◇ "반려견도 매일 산책을 시키는 세상인데... 바깥놀이를 충분하게 하는 곳을 찾기 어려운 부모들의 당황스러운 현실"
실제로 한 부모는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가까운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어린이집에 보내려고 이용하고 있는 부모들에게 알아보니 1년 동안 바깥놀이를 거의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차를 타고 조금 먼 어린이집을 보내게 됐습니다."
또 다른 부모는 이용 중인 어린이집에서 바깥놀이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과정이 그래도 되는지 구청에 문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예상과 달랐다. "구청 담당자는 우리 지역 어린이집들은 여러 활동을 많이 한다면서 특별활동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하는 것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부모는 구청 담당자에게 바깥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큰 변화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 영아기에는 놀이와 탐색 경험이 매우 중요한 시기
영아기(0~2세)는 뇌 발달이 매우 빠르게 이루어지는 시기다. 이 시기에는 지식 전달식 활동보다 몸을 움직이고 환경을 탐색하는 경험이 중요하다는 것이 발달 연구의 공통된 견해다. 영아기의 놀이 경험과 신체 활동, 자연환경 경험이 인지·정서·언어 등 모든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역시 이러한 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현재 적용되고 있는 표준보육과정과 누리과정은 모두 "영유아 중심·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기본 철학으로 삼고 있다. 즉, 국가 교육과정의 취지는 어린 시기일수록 실내외에서의 놀이와 탐색 경험이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한국보육진흥원에서 3년에 한 번씩 실시하는 어린이집 평가 기준에서도 일상적인 실외놀이 제공은 어린이집 보육환경의 중요한 요소로 제시되고 있다.

◇ 저출생으로 더욱 심화되는 '프로그램 경쟁'
그러나 최근 현장에서는 또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저출생으로 어린이집 이용 아동 수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어린이집 간 경쟁이 더욱 더 심해지고, 그 과정에서 특별활동과 특성화 프로그램이 늘어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수의 어린이집에서 1~2세 영아부터 영어·체육·음악·오감놀이 등 다양한 외부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학부모의 관심을 끌려고 한다.
물론 부모들의 교육관은 다양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을 선호하는 부모도 있다. 문제는 놀이 중심 환경을 원하는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의 발달을 고려하기보다는 부모의 요구나 경쟁 구조에 의해 특별활동이나 특성화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흐름이 더욱 더 강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현장에서 제기된다.
◇ "부모 선택권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아이의 발달권을 우선 고려해야"
부모가 어린이집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부모의 선택권도 존중되어야 하지만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서 생활하는 당사자인 아이들의 발달권이 우선 고려되어야 한다. 영아기에는 신체 활동, 감각 경험, 교사나 또래와의 자유로운 놀이가 뇌 발달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경험이기 때문이다. 특히 바깥놀이는 운동 발달, 감각 발달, 탐색 능력, 정서 발달, 사회적 상호작용 등 다양한 발달 영역과 연결되어 있다. 이 때문에 영아기에는 교사 주도로 실내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 중심 교육보다 실내외에서 영아가 주도성을 가지고 진행하는 놀이와 탐색이 더 중요한 경험이자 교육이다.

◇ 영아의 발달권 보장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경쟁 완화 정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는 유보통합 정책을 추진하면서 어린이집 관리체계를 교육부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유보통합이 현장에서 충분히 자리 잡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많은 영아와 부모들이 어린이집을 이용하고 있는 만큼, 아이들의 발달에 적합한 교육환경이 실제 현장에서 구현될 수 있도록 경쟁을 완화시킬 수 있는 정책적 관심과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더 이상 저출생으로 인한 극심한 운영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아이들의 발달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부의 적극 행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놀이 중심 환경을 운영하는 어린이집, 충분한 바깥놀이를 제공하는 어린이집이 더 많이 확산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리체계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어린이집은 부모와 아이 모두에게 중요한 생활 공간이다. 부모들의 교육관이 다양하듯 어린이집의 운영 방식도 다양할 수 있다. 그러나 최소한 영유아가 스스로 원하는 놀이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영유아 중심·놀이 중심 환경의 어린이집을 부모들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영아의 발달권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어린이집에서 충분히 놀고, 움직이고, 탐색하며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더 넓게 확산되도록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김영명은 영유아교육·보육 현장과 학계를 오가며 30년 가까이 연구와 실천을 이어온 아동 보육·교육 전문가다.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중앙보육정보센터, 인천광역시 보육정보센터 센터장을 역임하며 정책과 현장을 두루 경험했다. 현재 영유아 권리 존중 단체 '아이들이행복한세상' 공동대표로 활동하며, 베이비뉴스 칼럼을 통해 아이의 일상과 권리를 중심에 둔 보육·교육 정책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다.
【Copyrightsⓒ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
Copyright © 베이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난임치료 전액 지원 길 열리나... 김미애 의원, 저출생 대응 법안 2건 발의 - 베이비뉴스
- 번쩍이는 장난감이 가득한 환경, 영아의 뇌 발달에 괜찮을까 - 베이비뉴스
- “지방선거는 나와 아이의 삶을 바꾸는 선거... 정당 아니라 사람 봐야” - 베이비뉴스
- [비버리지 트렌드] 광동제약, '광동 초당옥수수차' CU 단독 출시 外 - 베이비뉴스
- 틱 증상 치료, 눈꺼풀떨림·눈떨림 원인부터 살펴야 하는 이유 - 베이비뉴스
- “유보통합·저출생 대응... 한국보육진흥원 역할 기대해 달라” - 베이비뉴스
- 교권 침해 학부모, 학교·유치원 운영위원 못 맡는다... 백승아 의원 법 개정 추진 - 베이비뉴스
- 5월 1일 노동절, 법정 공휴일로... 행안위 소위 통과 - 베이비뉴스
- 이유식할 때 흔히 하는 실수 3가지 - 베이비뉴스
- [푸드 트렌드] 출시 50분 만에 ‘완판’… 노티드, ‘애프터눈티 투고 세트’ 사전 예약 조기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