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소각장 논란 풀 열쇠,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있다? 현실과 모순

김정덕 기자 2026. 3. 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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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수도권 쓰레기 직매립 금지 시작
신규 소각장 설치 논란으로 시끌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따로 있어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 지켜야
첫걸음은 종량제 봉투값 현실화
쓰레기 배출 많은데 값 싸도 되나
쓰레기 배출량 관리부터 시작해야

"오염된 환경의 피해 복구 비용은 원인을 제공한 이가 부담한다." 현행법이 규정한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을 쉽게 설명한 말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도 이 원칙에서 시행됐다. 그렇다면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은 '비용부담책임'을 근거로 매겨졌을까. 예컨대 서울에서 쓰레기가 가장 많이 나오면 서울 봉투 가격이 가장 비쌀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전국 2위인 서울의 종량제 봉투 가격은 전국 평균치를 밑돌았다.[사진|뉴시스]
"쓰레기 폭탄 돌리기가 시작됐다." 수도권 쓰레기가 졸지에 갈 곳을 잃은 탓에 나오는 얘기다. 그럼 수도권 쓰레기는 왜 폭탄이 됐을까. 배경은 5년 전인 202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기후에너지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다. 핵심은 '2026년부터는 수도권에서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폐기물을 별도의 처리 절차 없이 곧바로 파묻는 직매립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럼 시행규칙 개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필요한 건 뭘까. 바로 공공소각장 신설이다. 그래야 생활폐기물을 1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정부가 시행규칙 개정 후인 지난 2022년 7월 "수도권 10개 시장(서울·인천·고양·부천·안산·남양주·안양·화성·김포·광주)들은 임기종료 6개월 전까지 정해진 용량의 소각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공표한 것도 그래서다.

문제는 새로운 공공소각장을 설치하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점이다. '내 집' 주변에 온갖 쓰레기를 긁어모을 공공소각장이 들어서는 걸 원하는 지역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서울시는 마포구에 공공소각장을 설치하려다 마포구의 반대로 행정소송까지 벌였고, 최근 패소판결을 받아 계획이 무산됐다.

서울시는 '소각장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기존 소각장을 증설하려 하고 있지만, 이 역시 주민들 반대를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수도권 쓰레기를 다른 지역으로 보내 소각하는 '원정 소각' 주장도 나오지만, 역시 근본적인 대책은 아니다.

그러자 일부에선 좀 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오염원인자의 비용부담책임(환경정책기본법 제7조)'이라는 원칙을 실현해서 이를 토대로 실마리를 풀어보는 건 어떻겠냐는 거다. 무슨 말일까.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 원칙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자기의 행위 또는 사업활동으로 인해 환경오염의 원인을 야기한 자는 그 오염의 방지와 오염된 환경의 회복 및 피해구제에 소요되는 비용을 부담한다." 1995년 1월부터 시행한 '쓰레기 종량제'도 바로 그 원칙에서 등장했다. 종량제 봉투를 사서 쓰레기를 담아 버리도록 함으로써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을 지우려 한 거다.

하지만 종량제 봉투를 통한 비용부담책임은 오염원인자에게 100% 전가되지 않고 있다. 비용부담책임이 오염원인자에게 얼마나 전가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를 '주민부담률'이라 하는데,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7개 광역 지자체의 평균 주민부담률은 27.2%에 불과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이 너무 낮아서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사진|뉴시스]
■ 종량제 봉투 가격 분석해보니 = 그럼 쓰레기 발생량이 많은 지역일수록 종량제 봉투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긴 한 걸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더스쿠프가 '가정·생활쓰레기용 규격봉투(재사용규격봉투 포함·마대 제외) 20L'를 기준으로 총 231개 지자체의 종량제 봉투 가격을 직접 분석해봤다.

[※참고: 같은 지자체여도 재사용 여부나 용도(소각·매립)에 따라 가격이 다르면 각각 포함했고, 가격이 같으면 하나만 포함했다. 따라서 일부 지자체엔 중복이 있다. 20L 봉투 가격이 없는 지자체는 제외했다. 용도에 따른 가격 차이는 대부분 없었지만, 일부 지자체(강원 평창군, 경기 연천군, 인천 남동구, 충남 청양군 등)에선 큰 가격 차이를 보였다. 담당 관리부서에 따라 가격이 다른 경우(인천 계양구), 아무 이유 없이 가격이 두개로 책정된 경우(서울 은평구, 경북 청송군)도 있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자체의 20L 종량제 봉투 평균 가격은 541원이었다. 95개(41.1%) 지자체 가격은 평균치보다 높았지만, 136개(58.9%) 지자체의 가격은 평균치에 못 미쳤다. 지자체별 판매 가격을 보면 경기 연천군이 3000원(규격·매립용)으로 가장 비쌌고, 경북 청송군(규격·소각용)의 종량제 봉투는 140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쌌다.

소각용과 매립용의 가격이 다른 경우 주로 매립용의 가격이 비쌌다.[※참고: 지역 평균 가격을 계산할 때 최고 가격(가령 경기 연천군)과 최하 가격이 단독으로 있는 경우엔 합리적인 평균값을 구하기 위해 제외했다.]

■ 생활폐기물 발생량 고려 안 해 = 그럼 종량제 봉투 가격은 지역 생활폐기물 발생량과 비례할까.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전국 생활폐기물 발생량은 1704만5141톤(t)이었다. 경기(433만7886t)의 비중이 25.4%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서울(289만3576t), 경남(113만859t), 경북(94만673t), 부산(91만4513t), 인천(86만321t), 충남(81만1485t) 순이었다. 경기와 서울, 경남만 합쳐도 49.0%에 달한다.

주민 1인당 1일 생활폐기물 배출량은 제주가 2.1㎏으로 가장 많았다. 그 뒤는 충남·충북(1.5㎏), 강원·경남·경북·전남(1.4㎏), 경기·부산·인천(1.3㎏) 순이었다. 제주와 충청, 경상, 강원, 전남 등에서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이 많았던 셈이다.

이제 지역별 종량제 봉투 평균 가격을 보자. 전체 평균 가격은 554원이었다. 부산(784원)과 인천(745원), 광주(740원), 제주(700원), 대구(670원), 대전(660원), 경기(608원), 울산(600원)은 평균치보다 높았고, 나머지는 평균치보다 낮았다.

생활폐기물 발생량 1위인 경기는 평균치보다는 높았지만, 종량제 봉투 평균 가격은 그리 높지 않았다. 생활폐기물 발생량 2위인 서울은 490원에 불과해 평균치에도 못 미쳤다. 제주의 종량제 봉투 가격도 상위권이긴 하지만, 1인당 생활폐기물 배출량이 압도적으로 높다는 걸 감안하면 적절한 가격인지는 의문이다. 충청권(충북 430원·충남 408원) 종량제 봉투 가격도 마찬가지다. 그나마 부산과 인천이 제 역할을 하는 수준이었다.

[사진|뉴시스]
자! 이제 결론을 이야기해보자. 전국 지자체의 종량제 봉투 가격는 지나치게 낮은 수준이었다. 더구나 지역별 쓰레기 발생량과는 무관하게 책정돼 있었다.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 원칙이 무너진 셈이어서 개선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종량제 봉투 가격의 현실화는 지금처럼 공공소각장 설치 논란을 맞닥뜨린 상황에선 또다른 효과들을 불러올 수 있다.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고, 공공소각장 설치 비용을 조달할 수도 있으며, 공공소각장 설치를 위한 주민 설득에도 활용할 수 있다. '오염원인자 비용부담책임' 원칙의 실현으로 실마리를 모색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김용원 나라살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종량제 봉투 가격 현실화는 쓰레기 배출량 관리는 물론, 폐기물 처리와 관련한 재정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서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금지된 상황에서는 더더욱 시급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새 공공소각장 설치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는 얘기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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