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식수 끊기면 국가 붕괴”… 담수화 시설 공격에 중동 지역 위기 고조

김송이 기자 2026. 3. 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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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바레인 담수화 시설 공격 받아
바레인 전체, 담수 시설에 식수 의존
“담수화 과정 일부 타격도 치명적“
에너지 시설 공격에 식수 불안 지속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이 확전하면서 당사국뿐 아니라 주변국의 민간 인프라도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은 사막 국가들의 ‘생명줄’로 불리는 해수 담수화 시설이다. 미국은 이란의 담수화 시설을, 이란은 주변 국가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하면서 중동 전역 식수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리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6일(현지 시각) 이스라엘 대사관이 있는 바레인 파이낸셜 하버 타워 상공에서 이란 드론이 요격된 뒤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 로이터=연합

8일(현지 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전날 미국이 자국 키슘섬의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30개 마을의 식수 공급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이튿날에는 바레인 정부가 이란 드론이 담수화 시설을 공격해 물적 피해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두 시설의 현재 가동 여부는 모두 확인되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NYT)는 보도했다.

지난달 28일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습하자 이란은 즉각 반격에 나서 주변국으로 자폭 드론을 발사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공항과 호텔이 피해를 입었으며, 이제는 담수화 시설까지 공격 대상에 포함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담수화 시설 공격으로 전쟁에서 타격 대상이 되는 기반시설의 범위가 확대됐다”며 “육상 담수 자원이 제한된 국가가 많은 이 지역에서 새로운 위험을 초래하는 단계적 확전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페르시아만의 바닷물에서 염분을 제거하는 담수화 시설은 중동 지역에서 수백만 명의 주민에게 식수를 공급하는 핵심 수원이다. 이란의 드론 공격을 받은 바레인의 경우 인구 160만 명의 식수를 거의 전적으로 담수화 시설에 의존하고 있다. AP통신에 따르면 쿠웨이트에서는 식수의 약 90%가 해수 담수화를 통해 공급되며, 오만은 약 86%, 사우디아라비아는 약 70%를 담수화 시설에 의존한다.

물산업 국제 정보분석기관인 글로벌 워터 인텔리전스(GWI)의 중동 담당 편집자 에드 컬리넌은 담수화 시설이 취수 시스템, 처리 시설, 에너지 공급 등 여러 단계로 구성돼 있으며 이 과정의 어느 한 부분이라도 손상되면 생산이 중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동 전역의 약 5000개 담수화 시설이 이 지역 식수 공급을 지탱하고 있는 만큼, 이란의 공격은 식수 공급 중단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마이클 크리스토퍼 로우 미국 유타대 중동센터 교수는 “사람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그 이웃 국가들을 석유 국가로 생각하지만, 나는 그들을 ‘바닷물 왕국(saltwater kingdoms)’이라고 부른다”며 “담수화 시설은 20세기 중동 국가들이 이뤄낸 기념비적 성취인 동시에 취약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담수화 시설 타격이 중동 국가들의 존립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담수화 기반 시설은 이 지역에서 가장 취약한 군사 목표물 중 하나로, 이것이 없으면 걸프 지역의 거대 도시들은 사실상 붕괴될 것”이라고 전했다. AP통신 역시 “담수화 시설이 없다면 주요 도시들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2010년 미 중앙정보국(CIA) 분석에 따르면 담수화 시설에 대한 공격은 여러 걸프 국가에서 국가적 위기를 촉발할 수 있으며, 핵심 장비가 파괴될 경우 공급 중단이 수개월 동안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많은 걸프 국가들은 전략적 물 비축량을 보유하고 있지만, 바레인과 같은 소규모 국가는 생산 능력이 손상될 경우 며칠 만에 비축량이 고갈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걸프 국가 중 가장 큰 사우디아라비아 정도만 주변 국가들보다 물 공급에 대한 공격을 상대적으로 더 오래 견딜 수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란의 공격이 주변국 에너지 시설로도 확대되면서 식수 공급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물 안보 담당 선임연구원 데이비드 미셸은 많은 걸프 지역 담수화 시설이 열병합 발전 방식으로 발전소와 물리적으로 통합돼 있어 전력 인프라가 공격받을 경우 물 생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시설이 국가 전력망과 연결돼 있고 예비 공급 경로를 갖추고 있더라도, 한 곳에서 발생한 장애가 서로 연결된 시스템 전반으로 연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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