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넘치는 투자가뭄 여전...연기금 신산업 스타트업 기피, 이유는

최우영 기자 2026. 3. 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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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기후테크 등 신산업 분야 초기기업들에 연기금 등 공공기관의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투자를 간절히 원하는 초기기업 대신 이미 재무적 안정성이 확보된 대·중견기업으로만 공적자금이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투자는 단순한 자금의 의미를 넘어선다. 투자받은 기업에 대한 공신력을 높이고 장기 투자라는 측면에서 경영 안정성을 더해준다. 새로운 산업 분야의 초기기업에는 공적자금 투입을 쉽게 만들도록 '투자 허들'을 낮출 방법이 필요하다는 업계의 의견이 나온다.
스타트업 기피의 시작 '20% 룰'
공공기관들이 규모가 너무 작은 스타트업 등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이다. 이에 따르면 지분 20% 이상을 보유할 경우 투자자가 영향을 미치는 '지분법상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피투자사의 손익을 기관 회계처리에 즉각 반영해야 하기에 관리가 까다로워진다.

20% 미만의 지분을 보유한다고 하더라도 지분율이 높아지는 만큼 리스크 역시 늘어난다. 피투자사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대주주로서의 관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공적자금의 경우 투자를 통해 취득하는 지분의 심리적 마지노선을 10~15%로 잡고 실제로는 한 자릿수 지분을 취득하는 데 그칠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연기금이나 산업은행 펀드 등 굵직한 자금은 기업가치가 큰 곳으로 쏠리게 된다. 한 초기기업 관계자는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알아보면 대부분 '3000억원' 이상 규모의 기업에 투자한다는 암묵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더라"며 "초기기업 중에 그 정도 덩치가 없다 보니 기껏 조성된 펀드 자금 등이 다 대기업으로만 흘러간다"고 전했다.
'품' 들어가는 쪼개기 투자 역시 난색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사진=-국민연금공단
일부 스타트업들은 공공기관이 지분을 적게 가져가면서 필요한 자금을 공급해줄 수 있도록 '소액 투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다. 하지만 공공기관 투자 담당자들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안이라며 이를 일축했다.

우선 행정력의 한계 때문이다. 투자금의 규모가 작든 크든 피투자 업체를 실사하는 데 필요한 과정은 비슷하다. 투자를 위한 내부심의·의결, 사후 공시 절차 등도 투자 '건수'가 늘어날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이는 고스란히 비용 부담으로 돌아온다.

특히 '수익률'을 중시하는 연기금에서는 위험부담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 소액을 투자한 초기기업 중 일부의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전체 수익률에 미치는 효과가 크지 않다. 반면 피투자사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이는 고스란히 연기금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쪼개기 투자가 '하이 리스크 로우 리턴'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국민연금 운용역 출신의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기금을 운용하는 입장에선 10억원을 100곳에 주는 것보다 1000억원을 한 곳에 주는 게 훨씬 속 편하다"며 "마음대로 인력을 늘리지도 못하는 공공기관 입장에서 '쪼개기 투자'를 강제당한다면 이는 행정적 재앙에 가까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전략 분야 초기기업에 공적자금 할당 필요"
한성숙(오른쪽 세번째)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김성환(오른쪽 다섯번째)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공덕동 프론트원에서 열린 '기후테크 혁신 연합 출범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장관은 기후테크 스타트업들과 수시로 소통하며 의견을 반영해 육성 정책을 만들기로 약속했다. /사진=중소벤처기업부
공공기관들의 기피에도 불구, 신산업 분야로 공적자금이 흘러 들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후테크나 뉴스페이스 등 국가 자본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신산업에서는 '투자 제한' 범위를 유연하게 설정해야 산업 성장을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초기기업 대표는 "공적자금마다 탄소중립·녹색성장·ESG(환경·사회·지배구조) 명목의 펀드들은 다 만들어놨는데 신생 기업들의 규모가 작다 보니 조성된 펀드자금이 갈 곳이 없다"며 "국가전략상 중요하고 공공의 성격을 띠는 분야에 대해서는 전체 공적자금의 10%만이라도 예외적으로 소규모 투자를 할당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산업 분야에서는 기술특례상장 등을 통해 IPO(기업공개)에 성공하더라도 시가총액이 3000억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공공기관들이 작은 규모의 신생 기업에도 투자할 수 있는 여지를 정부가 만들어달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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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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