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자 모지타바, 하메네이보다 초강경…미국에 항전 메시지
“공습에 부모·아내 잃어 강한 복수 의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지 여드레 만인 8일(현지시각) 후임 지도자로 그의 차남 모지타바 하메네이가 공식 선출됐다.
강경 성향의 성직자인 모지타바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강경파 성직자들의 지지를 받으며 오랫동안 이란 권력 핵심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그의 집권은 이란이 기존의 강경 노선과 반미 외교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신호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그의 선출을 두고 “타협이 아닌 대결을 택했다는 명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1969년 9월 이란 북동부 성지 마슈하드에서 태어난 그는 종교 중심 도시 쿰의 신학교에서 보수 성직자들 밑에서 수학하며 호자톨에슬람 직급의 성직자가 됐다. 미 엔비시(NBC) 뉴스는 그의 직급이 아버지 알리 하메네이의 ‘아야톨라’보다 낮아서 성직자 체제를 이끌 종교적 권위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56살인 그는 공식 정부 직책을 거의 맡지 않았지만, 정보기관과 성직자 네트워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아버지의 권력 기반을 관리하는 ‘비공식 권력 브로커’로 활동해 왔다. 특히 그는 최고지도자 측근으로서 사실상의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보안기관과 정치·종교 엘리트 사이의 연결 고리를 구축해 온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강경파 정치 세력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2009년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당시 대통령의 재선 당시 부정선거 의혹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는데 시위 진압 과정에서 혁명수비대·바시지(민병대)와 협력해 강경 대응을 주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개혁파 지도자 메흐디 카루비는 2017년 하메네이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를 직접 거론하며 모지타바를 지목한 바 있다. 이 사건 이후 무사비와 카루비는 15년 넘게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
특히 이번 미·이스라엘 공습으로 모지타바의 아버지뿐 아니라 어머니와 아내까지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그가 서방을 향해 강한 복수 의지를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직 미국 외교관 출신 이란 전문가인 앨런 아이어는 로이터통신에 “그는 아버지보다 더 강경하고 극단적인 인물”이라며 “보복을 실행할 동기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 내부에서 그의 대중적 기반이 취약하다는 평가도 있다. 모지타바가 정권 핵심 인사 자녀들이 특권과 부를 누리는 현상을 비판하는 표현인 ‘아가자데’의 대표적 상징으로 불려 왔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지난 1월 탐사보도를 통해 그가 런던 고급 주택과 유럽 호텔 등을 포함한 해외 부동산 네트워크를 구축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의 선출은 이란 지도부가 미국의 ‘무조건 항복’ 요구를 거부하고 강경 대응을 택했다는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된다.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 폴 세일럼은 로이터통신에 “지금 등장하는 지도자는 누구도 타협을 선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강경한 순간에 내려진 강경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최고지도자 자리가 사실상 부자간 세습 형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란 내부에서도 논란을 낳고 있다. 왕정 세습을 부정하며 출범한 혁명 체제가 오히려 세습 권력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의 집권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하메네이의 아들은 나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라며 “우리는 이란에 평화와 조화를 가져올 지도자를 원한다”고 말했다고 액시오스가 전했다. 그는 또 모지타바를 “경량급 인물”이라고 평가하며 승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후계자 이름이 공식 발표되기에 앞서 에이비시(ABC) 뉴스 인터뷰에서도 “우리의 승인을 받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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