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석의 그라운드] "39세도 대표"…음성군청 30대 3명 정구 태극마크 뒤엔 '배고픈' 감독

김종석 기자 2026. 3. 9.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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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권 박재규 박환 태극마크. 아이치 나고야 향한 첫 관문
- 5년 연속 대표 배출. 국가대표 인연 없던 유승훈 감독 소통 리더십
- 진천선수촌 입촌. 최종 5인 엔트리 향한 내부 경쟁
30대 정구 국가대표 3명을 배출한 음성군청 유승훈 감독과 팀 내 최고령인 39세 태극마크 주인공이 된 박환. 음성군청 제공

음성군청 유니폼을 입고 당당히 정구(소프트) 국가대표로 선발된 3명의 평균 연령은 35세입니다. 코트에서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 나이지만 30대 삼총사의 라켓 열정은 음성의 유명한 고추만큼이나 매운맛을 떨치고 있습니다. 최근 전남 순천 팔마 실내 정구장에서 끝난 2026년 정구 국가대표선발전에서 남자부 복식 1위를 차지한 이현권(32)과 박재규(34) 그리고 박환(39)이 그 주인공입니다. 박환은 김현수(대전동구청)과 연합팀을 이뤄 남자부 복식 3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달게 됐습니다. 

  정구 단일 실업팀에서 세 명의 국가대표를 배출한 것은 흔치 않은 일입니다. 더욱이 평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지방자치단체 운동부의 경우는 몸값이 많은 에이스급 선수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게다가 30대로만 3명이 대표 선발전을 통과한 건 이례적인 사건이라는 평가입니다. 체력과 스피드를 앞세운 젊은 선수들이 득세하는 상황에서 경험과 노련미로 여전히 전혀 녹슬지 않은 존재감을 지켜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오히려 후배들에게는 충분한 자극도 될 것 같습니다. 인구 11만3000명 정도인 음성군에서 나온 이번 쾌거에 찬사가 쏟아지는 이유입니다.

유승훈 감독을 비롯한 음성군청 선수들이 과거 한 실업연맹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섰다. 음성군청 제공

이러한 성과에는 유승훈 음성군청 정구부 감독(53)의 탄탄한 지도력과 독특한 훈련 문화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휴일이던 8일에도 음성군에서 열린 군 협회장배 생활체육 정구대회를 이끈 유 감독은 음성 초-중-고를 거쳐 충북대에서 정구 선수로 뛰었습니다. 정구를 시작한 계기에 대해 "배가 너무 고파 빵과 우유의 유혹을 못 이겨 운동을 시작했다"라며 웃었습니다. 정구부에 들면 간식을 먹을 수 있어 라켓을 처음 잡게 된 겁니다. 

  그리 길지 않은 선수 생활 동안 큰 주목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상무(국군체육부대) 제대 후 이천시청에서 1년 동안 짧은 실업 선수로 뛰다 은퇴했습니다. 교사 임용고시를 준비하다가 모교인 충북대 정구부 후배를 지도하면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렇게 첫발을 내디딘 뒤 충북대 감독으로만 18년을 일했습니다.

음성군 로고

2022년 음성군청 사령탑에 부임한 유 감독은 야심 찬 도전에 나섰습니다. "음성군청을 대한민국 최고의 실업팀으로 만들겠다는 다짐으로 감독직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목표는 단순한 성적이 아니라 지속해서 대표 선수를 배출하는 팀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실제로 음성군청은 최근 5년 연속 2명 이상의 국가대표를 배출하며 꾸준한 경쟁력을 보여왔습니다. 유 감독은 "이번에 3명이 대표로 선발된 것은 우리 팀이 명문 팀으로 거듭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흐뭇하게 여겼습니다. 정작 유 감독 본인은 선수 때 국가대표가 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30대 선수들의 투혼에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유 감독은 "30대 선수라고 해서 연습을 게을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준비했고 충분히 대표가 될 자격이 있다. 오히려 젊은 선수들에게는 더 큰 절실함과 간절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정구 국가대표선발전 복식 1위를 차지한 이현권과 박재규. 대한정구협회 제공

이번 대표 선발전에서 음성군청 선수들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며 정글과도 선발전에서 살아남았습니다. 이현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이 최대 강점으로 큰 경기에서 강심장을 발휘했습니다. 박재규는 안정적인 경기 운영과 공격적인 서브, 스매싱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박재규는 주장으로서 성실함까지 갖춰 선수단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새 40세를 눈앞에 둔 두 딸 아버지인 최고참 박환은 철저한 자기 관리로 유명합니다. 유 감독은 "박환 선수는 식단과 체력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기술을 아낌없이 전수하는 플레잉 코치 역할까지 해낸다"라고 칭찬했습니다.

  박환은 누구보다 이번 선발을 감개무량해하고 있습니다. 박환은 "2022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표로 선발됐지만 코로나 때문에 대회가 1년 연기되면서 출전이 무산됐다. 지난 4년 동안 정말 열심히 운동하면서 꼭 다시 대표가 되고 싶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장수의 비결에 대해선 "정구를 너무 좋아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습니다.

박환이 안정된 스트로크를 구사하고 있다. 채널에이 자료

대학 졸업 후 줄곧 음성군청에 뛰다가 지난해 1년 동안 몸담았던 이천시청에서 동아일보기 전국 정구대회 단식 우승을 차지한 박환은 올해 다시 친정팀으로 돌아왔습니다. 왼손잡이 박환은 "대학 졸업 후 첫 우승이던 동아일보기 우승 이후 체력과 기술 훈련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 결실이 선발전에서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진 것 같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일 4km 운동장 트랙을 뛰면서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박환은 커팅 서브와 리시브, 발리 플레이가 강점으로 꼽힙니다. 

  2003년 창단한 음성군청 정구부는 정구의 고장으로 불리는 음성에서는 군민과 생활체육 동호인을 중심으로 큰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조병옥 음성군수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팀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음성군에는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늘 공을 칠 수 있는 돔구장 4개 면(클레이코트)과 인조 잔디 코트 10개 면, 하드코트 2개 면 등이 있어 충분한 훈련 여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음성군청 정구부는 지역 동호인이나 관내 초-중-고 학생 선수를 위한 재능기부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습니다. 

  유 감독이 강조하는 팀 운영 철학은 수평적인 소통입니다. "우리 팀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고 기술을 공유합니다. 지도자와 선수 사이에도 거리감 없는 대화를 자주 나누고 있습니다."

  신구 선수들의 조화와 팀워크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게 유 감독의 설명입니다.

음성군청 정구부 선수단이 관내 학생 선수들에게 수시로 재능기부활동을 해 호평받고 있다.

유승훈 감독과 동갑내기 친구인 유영동 NH농협은행 감독은 "유승훈 감독은 대학에서 오랜 세월 학생들을 지도한 경험을 바탕으로 실업팀에서 더욱 정교하고 세심한 코칭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특유의 성실함도 한몫하고 있다"라고 평가했습니다. 

  대표 선발전을 마친 뒤 삼겹살로 팀 회식을 한 음성군청 30대 삼총사의 시선은 더 큰 무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다음 달 중순 진천선수촌에서 본격적인 강화훈련에 들어가며 9월 일본 아이치 나고야 아시안게임 최종 출전 선수명단 제출 직전까지 여러 차례 내부 평가전을 치러야 합니다. 여기서 최종적으로 합격을 받아야 아시안게임 코트를 밟을 남자 선수 5명 안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시간을 거스르는 베테랑들의 진짜 도전은 이제 시작입니다. 순천에서 태극마크를 단 음성군청 30대 삼총사가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주목됩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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