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치현의 기후과학] 지구 뜨거워지는데 꽃샘추위 사라질까?
기후과학이 예측하는 꽃샘추위의 미래
기후변화가 던지는 새로운 질문

그러나 기후위기(변화) 시대에 꽃샘추위는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지구가 뜨거워지는 상황에서 봄의 문턱에서 되돌아오는 꽃샘추위는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기온이 올라가고 있다면 꽃샘추위 역시 사라지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하는 의문도 뒤따른다.
기후과학의 답은 분명하다. 꽃샘추위는 가까운 미래에 사라지지 않는다. 지구 평균기온이 상승하더라도 북극과 시베리아에 형성되는 겨울 냉기는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꽃샘추위의 발생 빈도와 지속 기간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온난화 속에서도 반복되는 꽃샘추위
지구 평균기온은 분명히 상승하고 있다. IPCC와 WMO 관측에 따르면 최근 10년(2014~2023)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1~1.3℃ 높다. 하지만 이러한 온난화 추세 속에서도 늦겨울 냉기 유입, 즉 꽃샘추위는 사라지지 않았다.
기상청 장기 자료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1.8℃ 상승했다. 특히 겨울 평균기온 상승 폭은 2.3℃에 이른다. 혹한일수는 1970년대 연평균 10일 안팎에서 최근 4~5일 수준으로 줄었다. 전체적인 겨울 추위는 분명 약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꽃샘추위는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3월 초 일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5℃ 이상 급락하는 늦겨울 한기 유입 사례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관측된다. 2010년 3월 초 전국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6℃ 낮았다. 2018년 3월에는 중부지방에 1~5cm의 봄눈이 내렸다.
이런 현상은 북쪽에 남아 있는 거대한 냉기 저장고 때문이다. 겨울 동안 북극과 시베리아에는 –30℃ 이하의 차가운 공기가 축적되고 시베리아 내륙에서는 –40℃ 이하의 극저온 공기 덩어리가 형성된다. 이 냉기는 수천 km 규모로 유지되며 상층 제트기류가 남쪽으로 굽이칠 때 동아시아 중위도까지 빠르게 이동한다.

제트기류와 냉기의 이동 경로
지구 대기에는 상층 10km 높이에서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강한 바람대가 존재한다. 제트기류다. 이 흐름은 북극의 차가운 공기와 중위도의 따뜻한 공기를 구분하는 경계 역할을 한다.
겨울철 제트기류가 강하게 유지되면 북극의 냉기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고위도 지역에 머문다. 그러나 기류가 약해지면 흐름이 남북 방향으로 크게 굽이친다. 이때 북극이나 시베리아에 머물던 차가운 공기가 중위도까지 내려온다.
이러한 냉기 남하 현상을 기상학에서는 ,콜드 서지(cold surge)'라고 부른다. 동아시아 겨울 한파의 핵심 메커니즘이다. 겨울 후반이나 초봄에도 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며 꽃샘추위 역시 같은 구조에서 만들어진다.
최근 기후 연구에서 주목하는 변화는 북극 온난화다. 북극은 지구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따뜻해지고 있다. 이를 '북극 증폭(Arctic Amplification)'이라고 한다. 북극과 중위도의 온도 차이가 줄어들면 제트기류의 흐름이 약해지고 파동이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부 연구는 이러한 변화가 중위도 지역의 한파 패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 가설은 아직 학계에서 논쟁이 진행 중이다. 국제 기후 연구에서는 북극 온난화와 중위도 한파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평가한다.
관측 자료가 보여주는 꽃샘추위의 변화
장기 관측 자료를 보면 늦겨울 한파의 성격은 과거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평균기온은 꾸준히 상승했다. 동아시아 대부분 지역에서 겨울 평균기온은 지난 수십 년 동안 1.5~2℃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한기의 지속 기간은 짧아졌다. 과거에는 며칠 이상 이어지던 강한 추위가 이제는 하루나 이틀 정도의 짧은 이벤트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냉기 유입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늦겨울 한파의 발생 빈도가 줄어들었지만 강도는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거나 지역에 따라 오히려 강해진 사례도 확인된다. 이 때문에 기후과학자들은 꽃샘추위를 단순히 감소하는 현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평균 기온 상승 속에서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현상으로 해석한다.
봄이 빨라질수록 더 두드러지는 추위
온난화가 꽃샘추위를 더 눈에 띄게 만드는 또 다른 이유는 계절의 이동이다. 최근 수십 년 동안 봄의 시작은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한반도의 벚꽃 개화 시기는 평균 일주일 이상 빨라졌다. 과수와 산림 식물의 생육 주기 역시 비슷한 속도로 앞당겨지고 있다. 이 변화는 늦겨울의 냉기가 과거와 같은 시기에 발생하더라도 봄이 시작된 뒤 나타나는 추위처럼 보이게 만든다.
즉 과거에는 여전히 겨울로 인식되던 기온 하강이 이제는 꽃이 피어난 이후 나타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것을 더 강한 꽃샘추위로 느끼게 된다.
농업에서는 꽃샘추위가 특히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과수는 개화시기에 매우 약한 저온에도 큰 피해를 입는다. 사과나 배의 꽃은 영하 2℃ 정도의 기온이 몇 시간만 지속돼도 수정 기관이 손상될 수 있다.
국내 연구 자료를 보면 사과와 배의 개화시기는 1980년대보다 평균 7~10일 정도 빨라졌다. 반면 늦봄 냉기의 발생 시점은 그만큼 빠르게 이동하지 않았다. 그 결과 꽃이 피는 시기와 냉기가 겹칠 위험이 오히려 늘어났다.
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꽃샘추위
꽃샘추위는 한반도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중위도 대부분 지역에서 봄철 냉기 유입은 반복적으로 관측된다. 유럽에서는 이를 '스프링 콜드 스펠(Spring Cold Spell)'이라 부른다. 늦겨울이나 초봄에 북극 공기가 남하하면서 갑작스러운 기온 하강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유럽연합 기후 관측 프로그램인 코페르니쿠스(Copernicus) 분석에 따르면 2017년과 2021년 유럽 중부에서는 4월 늦봄 한파가 발생해 포도와 과수 농가에 대규모 피해가 발생했다. 프랑스와 독일에서는 당시 과수 생산량이 일부 지역에서 평년 대비 20~30% 감소했다.
북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 자료에 따르면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는 평균 기온이 상승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4월 이후 서리 발생 사례가 여전히 관측된다. 특히 2012년과 2020년에는 봄철 급격한 냉기 유입으로 과수와 옥수수 재배 지역에서 냉해 피해가 보고됐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식물 생육 주기의 변화가 있다. 온난화로 인해 북반구 중위도 지역의 봄 개화 시기는 지난 수십 년 동안 평균 5~10일 앞당겨졌다. 그러나 늦봄 서리의 발생 시점은 그만큼 빠르게 이동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개화 시기와 냉기 유입 시기가 겹칠 확률이 오히려 높아졌다.
기후 연구에서는 이를 '계절 불일치(Seasonal Mismatch)'로 설명한다. 기온 상승에 따라 생태계의 계절 변화는 빠르게 이동하지만 대기 순환과 냉기 이동 패턴은 상대적으로 느리게 변한다. 이 속도 차이가 봄철 냉해 위험을 높이는 구조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온난화가 진행될수록 늦봄 한파 즉 꽃샘추위가 개화 시기와 충돌하는 빈도가 증가하는 새로운 기후 패턴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기후모델이 예측하는 미래 꽃샘추위
기후 모델을 활용한 장기 예측 연구들은 대체로 비슷한 방향을 제시한다. 21세기 동안 지구 평균기온은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겨울 평균기온은 더욱 높아지고 전반적인 한파 발생 빈도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봄 초입의 꽃샘추위는 완전히 사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북극 냉기의 존재와 대기 순환의 자연 변동성 때문이다. 대기 흐름의 변화와 해빙 감소 등 여러 요인이 결합하면서 간헐적인 냉기 남하는 계속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장기적으로 보면 발생 빈도는 점차 줄어들고 지속 시간 역시 짧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연구에서는 세기 후반이 되면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꽃샘추위가 현재보다 상당히 약해질 가능성을 제시한다. 그러나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단정하는 연구는 거의 없다.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하는 추위
기후과학이 제시하는 결론은 단순하지 않다. 지구온난화는 분명히 겨울을 약화시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대기 순환의 구조를 변화시키며 기온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그 결과 늦겨울이나 초봄에 나타나는 냉기 유입은 더 짧고 불규칙한 형태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평균적으로는 따뜻해지지만 특정 시기에는 예상보다 강한 추위가 나타날 수 있다는 뜻이다.
꽃샘추위의 미래는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이라기보다 점점 희귀해지지만 때때로 예상 밖의 강도로 나타나는 기후 이벤트에 가까울 가능성이 높다. 지구가 따뜻해지는 시대에도 어느 봄날 갑작스럽게 차가운 북풍이 불어올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겨울과 봄 사이에서 충돌하는 대기의 흐름이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 봄, 한반도에는 어김없이 꽃샘추위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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