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 버린 실버개미의 대반전… 70대 퇴직연금 수익률 58% 비결

곽창렬 기자 2026. 3. 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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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 젊어진 퇴직연금 포트폴리오… DC도 5년 만에 실적배당형이 대세

대기업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퇴직연금에 국내 코스피지수와 연동하는 ETF 상품을 담았다. 이씨는 원래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선택했는데, 작년 말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자 마음을 바꿨다. 이씨는 “원래 회사 업무가 많아서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워서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하도록 설정했는데, 치솟는 코스피 지수를 보면서 원리금 보장을 포기하고 수익률을 좇기로 했다”고 말했다.

일러스트=이철원

수익률을 스스로 챙기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2일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에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퇴직연금의 확정기여형(DC·가입자가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 성과도 챙기는 방식)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실적 배당형의 비율은 64.6%로 원리금 보장형(35.4%)의 두 배에 달했다. 2020년 말에는 원리금 보장형이 65%였고 실적 배당형이 3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실적 배당형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대신 운용 실적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유형이고, 원리금 보장형은 예금이나 저축은행, 국채 등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한다. 작년 4분기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42개 사업자 중 DC형 적립금 잔액이 16조2903억원으로 1위 사업자다.

그래픽=송윤혜

◇전 연령대 휩쓴 ‘투자 본능’… 젊어지는 퇴직연금

수익률 중심의 운용은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활동의 주축인 중장년층이 먼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DC형에 가입한 40대 가입자의 실적 배당형 비율은 75.3%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고, 50대 역시 72.8%에 달했다. 2020년 말 당시 40대(62.3%)와 50대(55.4%) 비중과 비교하면 크게 뛰어오른 수치로, 연금 자산 대부분을 공격적으로 굴리는 셈이다.

MZ세대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30대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69.6%, 20대는 57.1%를 기록했다. 2020년 말 20대(44.5%)와 30대(58.1%) 비중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투자 본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자산 10건 중 6건은 주식이나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에 쏠려 있다. 연금을 단순히 은행 이자만 받으며 쌓아두는 돈이 아닌, 글로벌 증시에 올라타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핵심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투자 고수들이 자산의 80%를 ETF로 채워 높은 수익을 내자, 이를 벤치마킹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며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득한 투자’의 승리… 70대(58%) 수익률 20대(31%)보다 월등

특히 ‘대반전’을 보여주는 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DB형으로 꾸준히 쌓은 퇴직금 1억2000만원을 은퇴 후 IRP 계좌로 이전받았다. 당초 자산을 운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쏟아지는 투자 뉴스에 자극받아 직접 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IRP 규정상 위험자산 투자 한도(최대 70%)를 고려해 5000만원은 국내 반도체 ETF에, 나머지는 안정성을 위해 채권형 펀드에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스피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시장 흐름을 탄 ETF 수익률이 빠르게 올랐고, A씨는 불과 두 달 만에 약 3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

A씨처럼 고령층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는 확 젊어졌다. 70대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0년 말 30.6%에서 올해 1월 말 72.2%로 수직 상승했다. 반대로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69.4%에서 27.8%로 쪼그라들었다. 예금 위주의 ‘안전 제일주의’만 고수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같은 반전은 주식시장 강세장과 70대의 묵직한 투자 성향이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시드머니(종잣돈)가 큰 고령층은 우량 펀드나 ETF를 한번 담으면 젊은 층처럼 수시로 팔지 않는다.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가 급등하며 수익률이 폭발했고, 자산 평가액이 커지면서 실적배당형 비중도 자연스레 70%대 위로 치솟았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1년간 고객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70대 이상 고령층의 평균 수익률은 58.8%를 기록해 20대(31.1%)와 30대(30.8%)를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잦은 매매로 비용을 쓰는 젊은 층과 달리, 우량주 중심의 ‘진득한 투자’가 고령층의 노후 자산을 폭발적으로 불린 결정적 한 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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