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제일’ 버린 실버개미의 대반전… 70대 퇴직연금 수익률 58% 비결
대기업에 다니는 10년 차 직장인 이모(35)씨는 지난해 말 자신의 퇴직연금에 국내 코스피지수와 연동하는 ETF 상품을 담았다. 이씨는 원래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을 선택했는데, 작년 말 코스피가 가파르게 오르자 마음을 바꿨다. 이씨는 “원래 회사 업무가 많아서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워서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하도록 설정했는데, 치솟는 코스피 지수를 보면서 원리금 보장을 포기하고 수익률을 좇기로 했다”고 말했다.

수익률을 스스로 챙기려는 투자자가 늘면서 퇴직연금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2일 미래에셋증권이 자사에 가입한 퇴직연금 계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퇴직연금의 확정기여형(DC·가입자가 적립금을 스스로 운용해 성과도 챙기는 방식)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가입한 사람들이 선택하는 실적 배당형의 비율은 64.6%로 원리금 보장형(35.4%)의 두 배에 달했다. 2020년 말에는 원리금 보장형이 65%였고 실적 배당형이 35%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5년 만에 판도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실적 배당형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대신 운용 실적에 따라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으로 상장지수펀드(ETF)나 펀드, 회사채 등에 투자하는 유형이고, 원리금 보장형은 예금이나 저축은행, 국채 등 원금이 보장되는 상품에 투자한다. 작년 4분기 금융감독원 퇴직연금 공시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은 전체 42개 사업자 중 DC형 적립금 잔액이 16조2903억원으로 1위 사업자다.

◇전 연령대 휩쓴 ‘투자 본능’… 젊어지는 퇴직연금
수익률 중심의 운용은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 활동의 주축인 중장년층이 먼저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올해 1월 말 기준 DC형에 가입한 40대 가입자의 실적 배당형 비율은 75.3%로 전 세대 중 가장 높았고, 50대 역시 72.8%에 달했다. 2020년 말 당시 40대(62.3%)와 50대(55.4%) 비중과 비교하면 크게 뛰어오른 수치로, 연금 자산 대부분을 공격적으로 굴리는 셈이다.
MZ세대도 이런 흐름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30대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69.6%, 20대는 57.1%를 기록했다. 2020년 말 20대(44.5%)와 30대(58.1%) 비중과 비교하면 청년층의 투자 본능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이들의 자산 10건 중 6건은 주식이나 주식형 ETF 등 위험자산에 쏠려 있다. 연금을 단순히 은행 이자만 받으며 쌓아두는 돈이 아닌, 글로벌 증시에 올라타 자산 가치를 극대화할 핵심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투자 고수들이 자산의 80%를 ETF로 채워 높은 수익을 내자, 이를 벤치마킹하는 투자자가 크게 늘며 트렌드가 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진득한 투자’의 승리… 70대(58%) 수익률 20대(31%)보다 월등
특히 ‘대반전’을 보여주는 건 70대 이상 고령층이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70대 A씨는 DB형으로 꾸준히 쌓은 퇴직금 1억2000만원을 은퇴 후 IRP 계좌로 이전받았다. 당초 자산을 운용할 생각이 없었지만, 최근 쏟아지는 투자 뉴스에 자극받아 직접 굴려보기로 마음먹었다. IRP 규정상 위험자산 투자 한도(최대 70%)를 고려해 5000만원은 국내 반도체 ETF에, 나머지는 안정성을 위해 채권형 펀드에 넣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코스피가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면서 시장 흐름을 탄 ETF 수익률이 빠르게 올랐고, A씨는 불과 두 달 만에 약 3000만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A씨처럼 고령층의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는 확 젊어졌다. 70대의 실적배당형 비중은 2020년 말 30.6%에서 올해 1월 말 72.2%로 수직 상승했다. 반대로 원리금 보장형 비중은 69.4%에서 27.8%로 쪼그라들었다. 예금 위주의 ‘안전 제일주의’만 고수하던 과거와는 완전히 딴판이다.
이 같은 반전은 주식시장 강세장과 70대의 묵직한 투자 성향이 절묘하게 맞물린 결과다. 시드머니(종잣돈)가 큰 고령층은 우량 펀드나 ETF를 한번 담으면 젊은 층처럼 수시로 팔지 않는다. 삼성전자 등 대형 우량주가 급등하며 수익률이 폭발했고, 자산 평가액이 커지면서 실적배당형 비중도 자연스레 70%대 위로 치솟았다.
실제 미래에셋증권이 최근 1년간 고객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70대 이상 고령층의 평균 수익률은 58.8%를 기록해 20대(31.1%)와 30대(30.8%)를 두 배 가까운 차이로 웃돌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잦은 매매로 비용을 쓰는 젊은 층과 달리, 우량주 중심의 ‘진득한 투자’가 고령층의 노후 자산을 폭발적으로 불린 결정적 한 수가 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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