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크골프에서 배운 기다림[인기‘팍’ 골프‘파크’]

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2026. 3. 9.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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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파크골프장에서 가장 많이 하는 동작은 스윙이 아니라 기다림이다. 앞 팀이 공을 치는 동안, 동반자가 샷을 준비하는 동안, 공이 멈출 때까지의 짧은 순간까지. 이 운동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멈춰 서서 보낸다. 처음에는 그 시간이 어색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다림은 파크골프의 일부가 된다.

요즘의 일상은 기다림을 견디기 어렵게 만든다. 빠른 결과, 즉각적인 반응, 줄 서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에 익숙해질수록 멈춰 서는 시간은 낭비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파크골프장에서는 그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차례를 건너뛸 수 없고, 앞사람을 재촉할 수도 없다. 기다림은 규칙이자 예의다.

흥미로운 점은, 이 기다림이 불편함으로만 남지 않는다는 것이다. 공이 날아가는 동안 자연스럽게 주변을 보게 되고, 말을 건네게 되고, 숨을 고르게 된다. 급하게 다음 동작으로 넘어가지 않으니 마음도 함께 느려진다. 파크골프의 기다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라, 다른 감각이 열리는 시간이다.

기다림은 또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 내 차례가 오기 전까지는 손을 쓸 수 없기에, 오늘의 컨디션을 인정하게 된다. 힘이 남아 있는지, 무릎은 괜찮은지, 욕심이 앞서고 있지는 않은지. 서두를수록 공은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기다릴수록 샷은 차분해진다. 이 단순한 경험이 반복되면서 사람은 자연스럽게 속도를 조절하는 법을 배운다.

파크골프에서 배운 기다림은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함께 치는 사람의 리듬을 존중해야 게임이 편해진다. 잘 치는 사람을 기다리고, 천천히 치는 사람도 기다린다. 그 기다림 속에서 서열은 옅어지고, 분위기는 부드러워진다. 누구도 앞서 나가지 않기에 모두가 함께 끝낼 수 있다.

이 기다림은 일상의 태도까지 바꿔놓는다. 모든 일을 서둘러 해결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각,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여유. 파크골프장에서 배운 기다림은 인내가 아니라 신뢰에 가깝다. 차례가 오면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그래서 파크골프장을 나설 때면 묘하게 마음이 가볍다. 많이 움직이지 않았는데도 숨이 고르고, 특별한 성과가 없어도 하루가 꽉 찬 느낌이 든다. 기다림이 시간을 빼앗지 않았다는 사실을 몸으로 알게 되기 때문이다.

파크골프는 공을 치는 운동이지만, 그보다 먼저 기다리는 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그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다.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은 시간, 내 차례가 올 때까지 편안히 서 있어도 되는 순간. 그 배움 덕분에 사람들은 오늘도 공원에서, 조금 느린 속도로 하루를 완성한다.

이익희 파크골프 심판(극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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