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홍' 고복희로 새 인생캐…하윤경 "'봄날의 햇살'=감사한 꼬리표"[인터뷰S]

김현록 기자 2026. 3. 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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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윤경.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세상 속물적인 깍쟁이인 줄 알았더니 심성은 여려도 뚝심은 만만찮은 의리파가 따로 없다. 8일 16부작으로 막을 내린 tvN 토일드라마 '언더커버 미쓰홍'(극본 문현경, 연출 박선호 나지현)의 301호 왕언니, 고복희 얘기다. 어떤 순간에도 완벽한 미소를 지을 줄 아는 그녀는 엎드려야 할 곳을 귀신같이 찾아 납작 업드릴 줄 아는 사회생활 만렙의 한민증권 사장 비서. 하지만 그녀의 진짜 매력은 사회생활의 가면을 벗을 때 드러났다. 호시탐탐 돈 만질 기회를 노리는 속물일지언정 솔직하고 강단있고 속정 깊은 그녀의 본체는 감출 수가 없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2021)의 신경외과 펠로우 허선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2022)의 봄날의 햇살 최수연으로 친숙한 하윤경(34)이 그런 고복희를 그렸다. 마치 IMF 그 시절 증권회사에서 날아온 듯 날렵한 갈매기 눈썹에 복고풍 화장, 꼭 맞는 비서실 유니폼을 입고 또각또각 복도를 걷는 여자. 새침하지만 볼수록 사랑스러운, 미워할 수 없는 여자. 드라마 종영을 맞아 하윤경을 만나고 온 날, 그런 생각을 했다. '다름아닌 그녀였기에 마치 고복희란 여자를 속속들이 다 아는 것 같은 기분으로 드라마를 보게 된 것은 아닐까' 하는.

Q. 16부작 드라마가 드디어 막을 내렸다. 소감은.

"6개월 안에 빠듯하게 찍었는데, 막살 길게 보니 행복했다. 6개월 대장정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감사했던 시간이다."

Q. '언더커버 미쓰홍'을 어떻게 선택하게 됐나.

"일단 대본이 술술 읽혔다. 다음엔 제 캐릭터를 봤는데, 고복희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을 것 같은 거다. 복합적이고 입체적인 캐릭터여서 걱정이 되면서도 재밌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박신헤 선배님이 딱 붙는 역할로 끌어가신다는데, 꼭 같이 해보고 싶은 선배였다. 다 마음에 들었다."

Q. 고복희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갔는지.

"글로만 볼 떄는 한정적인 면이 있다. 제가 이 친구를 좀 더 보고싶게끔 만들고 싶었다. 위트있고 재미있는 캐릭터다. 분위기를 환기시켜주는데 마음이 가는 애잔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 했다. 시그니처 같은 외형이나 손짓 몸짓 말짓을 만들었다. 이런 게 재밌었으면, 눈길이 갔으면 했다. 시대상도 보여졌으면 하고 캐릭터 설정을 했다. 글 안에서는 사랑스러움이 살지는 않았는데 이 친구가 미움받지 않았으면 했다. 까칠하고 말은 막 하는데 정이 엄청 많은 언니를 상상하며 만들었다. 겉으론 화려하지만 제일 여린 언니."

▲ 하윤경.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Q. 하윤경 본인과 비슷한 부분도 있나.

"사람을 좁고 깊게 사귀는 편이다. 처음엔 벽이 있는데 벽이 허물어지면 다 주는 스타일이다. 어려선 염세적이고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았는데, 복희를 만들면서 어릴 적 방어적 면이 있던 나를 돌이켜봤다. 지금이야 사회생활을 잘 하지만, 그러지 않았던 나를 많이 생각해보고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을 곱씹으면서 복희의 벽들이 허물어져가는 과정이 표현되면 공감을 받지 않을까 했다.

싱크로율은 한 60% 되려나. 복희는 정말 가면을 잘 쓰는데, 저는 그렇게는 못한다. 사회생활도 진심으로 해야 상대도 그렇게 느낀다고 생각한다. 내 시간과 노력이 아까워서라도 어차피 해야 하는 사회생활도 즐기면서 하자 한다. 또 의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 거 아니지만 사람들이 그걸로 믿고 버티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 빚지고는 못 사는 스타일인데, 그런 게 좀 비슷한 것 같다."

Q. 실제로 고복희의 디테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걸음걸이부터 다르다.

"걸음걸이 준비를 했다. 처음 그걸 했더니 감독님이 따로 부르셨다. '원래 걸음걸이야 만든거야' 하시기에 '너무 과했나' 했더니 감독님이 '좋아서 살리려고' 하시는 거다. 제 걸음걸이를 보여주시려고 흘러간은 신을 일부러 풀삿으로 찍어주시기도 했다. 그런 것이 너무 감사했다.

제가 '사'자 직업 캐릭터를 많이 했는데, 말투도 최대한 그간 전문직과는 다르게 쓰고 싶었다. 과거 이야기지만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것처럼 서울사투리는 안하되, 복희만의 말투가 있었으면 했다. 평생 사회생활 하며 가면을 쓴 아이의 필살기 같은 말씨가 있었으면 해서 어미를 올리는 말투를 만들었다.

인사도 일반적인 비서 아니었으면 해서 사장님한테만 정면으로 인사하고 다른 분들에게는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면서 인사를 한다. 이 친구에게는 '짬바'가 있는 거다. 그런 것들을 다 생각했던 것 같다."

Q. 딕션도 돋보인다.

"딕션에 신경을 썼다. 시대적 느낌이 복희에게 많이 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복고적인 느낌이 났으면 했는데 명확한 딕션에서 나올 수 있겠다 했다. 실제로 용어들이 어렵다보니까 귀에 팍팍 꽂혔으면 해서 신경을 썼다."

▲ '언더커버 미쓰홍' 고복희 하윤경. 출처|tvN

Q. 메이크업이나 패션은 어떤가. 갈매기 눈썹이 인상적이었다.

"복희라면 그 시대 유행, 겉모습에 관심이 많았던 친구였을 것 같았다. 90년대가 촌스럽지가 않더라. '청춘의 덫' 이런 걸 다 찾아보면서 예쁘다 생각을 했다. 포인트를 줘야겠다 해서 스카프를 하고 롱스커트를 입었다. 9대1 가까운 가르마를 하고 갈매기 눈썹을 했다. 메이크업도 제가 쿨톤인데 최대한 웜톤으로 갔다. 빨간 립스틱을 발랐다.

갈매기 눈썹은 사실 현타올 줄 알고 눈썹을 밀었는데 잘 어울리더라. 이러고 다닐걸 그랬다.(웃음) 그러고 나서 일자눈썹으로 돌아왔더니 어색하더라. 절충해서 요즘엔 아치형 눈썹으로 하고 다닌다."

Q. 박신혜와 호흡은 어떘나.

"언니랑 하면 NG가 없었다. 첫 테이크가 다 오케이다. 둘이 연기할 때는 자유롭게 편하게 할 수 있는 날이나 다름없었다. 척하면 척이었다. 제가 돈을 숨기는 애드리브를 한 게 있다. 그걸 또 신혜언니가 노룩으로 뺏어서 놓는 연기를 해주신 거다. 둘다 애드리브였다. 감독님이 좋다고 하고 신혜언니도 재미있게 받아줘서 재밌는 장면이 나왔다. 이 대사가 맞나 걸릴 떄가 있는데 그러면 언니도 그런 상태다. 그런 게 비슷했다. 의견의 합의가 굉장히 잘 됐다.

또 언니가 저를 너무 재밌어 해줬다. 빵빵 터지고 너무 웃기다고 해줬다. 언니가 항상 멋있는 걸 사오는데 그럼 '역시 최고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다' 하면서 맛있게 먹었다. 그 에너지가 신기했다. 주연배우를 하면서 모든 회차에 거의 다 나온다. 안 나오는 장면이 거의 없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힘들었을텐데 그 와중에서 우리 모두를 잘 챙겨줬다.

신혜 언니도 그렇고 기숙사 친구들도 성격이 너무 좋다. 친자매처럼 울고 웃고 하면서 찍었다. 서로 울어주고 도와주고 아이디어를 내면서 찍었다."

Q. 4인 여성 기숙사가 실제로도 끈끈해 보이더라. 그중 왕언니였는데.

"항상 공학을 다녔다. 여자들끼리 으샤으샤하고 같이 하는 경험이 많지 않아 로망이 있었는데 너무 좋은 경험이었다. 마치 여고생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까르르 까르르 할 일이 없지 않나. 노라(최지수) 미숙이(강채영) 모두 해맑아서 어린 친구들의 에너지도 받았다.

왕언니 연기가 재밌기도 했다. 노라는 실제로 무서워하면서 '언니 기죽어서 연기를 못하겠어요' 그랬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그만큼 이익을 하는 친구인 거다. 그래도 되는 역할이라 그런 면이 너무 잘 맞았다. 무서워하지 말고, 최대한 기죽지 말고 맘대로 하라고 했다. 그럴 떄 왕언니 노릇을 좀 한 것 같다. 그럼 또 애들이 좋아서 깔깔 웃었는데, 복희처럼 바이브를 유지하면서 애들을 대했다. 그걸 신혜 언니가 너무 좋아하고 웃겨 했다."

Q. 아직도 톡방을 하는지?

"방송할 때마다 톡방에서 이야기한다. 제가 다른 촬영이 있어서 못 볼 떄가 있는데 방송 한 번 하면 톡방에 메시지가 몇백개 와있다. 다들 재미있다."

Q. 고복희를 통해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이었나.

"한없이 가벼우면서 한없이 무거울 수 있는 캐릭터다. 코미디도 할 수 있고 감정씬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 더 밝게 웃고 더 슬프게 우는 친구여야 그런 친구가 아닌데 이렇게 살았다는 게 보여질 것 같았다. 복희에게 공감을 했던 건 이 친구는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친구인데 기회가 없었던 거다. 나도 표현을 많이 못하는 성격이었던 것 같은데 주변 사람들이 손을 내밀어줘서 나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됐고 많이 성장할 수 있었다. 복희가 성장이 되고 마음을 열어가는 것 이 잘 보였으면 했다."

Q. '언더커버 미쓰홍' 드라마 인기는 실감하는지.

"팬들이 이야기해주시니까 감사하다. 복희를 너무 사랑해주시더라. 너무 감사하고 있다. 원래는 제 또래나 어린 친구들이 많이 알아봐주는데 이것 보고 나선 어머님 아버님들이 알아봐주신다.''언더커버 미쓰홍' 잘보고 있는데' 하시면서 '봄날의 햇살' 그렇게 부르신다.(웃음)"

▲ 하윤경.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Q. '봄날의 햇살' 너무 좋은 별명이다. 하윤경과 잘 어울리기도 하고.

"'봄날의 햇살'이 꼬리표처럼 생각하지 않냐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너무 좋은 꼬리표다. 3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그렇게 불러주시는 게 너무 좋다. 고복희를 보여드렸을 때 ''봄날의 햇살' 생각 안난다' '누군지 몰랐다' 이런 반응들이 너무 좋았다. 복희에게도 봄날의 햇살 같은 면이 있다. 저에게도 그런 면이 있다. 내가 '봄날의 햇살'인데 그렇게 살아야지 그럴 만큼 감사한 꼬리표다.

그래서 좀 더 좋은 사람으로 살려고 노력하는 것도 같다. 제가 얼굴이 알려져서 조심하는 점도 있지만 너무 좋은 별명이니까. 처음 '봄날의 햇살'이라고 했을 때는 '내가 안 웃으면 차가워 보이는데 안 웃으면 어쩌나' 그랬는데 너무 자의식 과잉이더라.(웃음) ''봄날의 햇살'은 짜증도 안 나나' 하고 이젠 신경 안쓰고 다닌다. 나이도 들고 '짬바'가 생겨서가 아닐까. 제가 들뜨는 스타일은 아니어서 그런 것도 같다.

Q. 고경표와 호흡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잘 맞았다. 저한테 너무 좋은 칭찬을 해줬다. 초반에 '너 정말 잘한다' 해주시는 거다.' 복희라는 인물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는 것 같아서 너무 놀랐다'고 이야기해주시는 거다. 초반에 그 이야기를 듣고 자신감을 얻었다. 성격도 너무 좋고 재미있다. 의도하진 않은데 사람이 웃기다. 웃겨서 촬영을 못 할 만큼 촬영장 분위기 메이커였다."

Q. 16부작 드라마이기도 하고, 이제껏 가장 비중있는 캐릭터를 연기했다.

"되게 어렵지는 않았다. 재미있었고 자신감이 있었다. 내가 매력있게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디어가 계속 생각났다. 16부를 중요한 서사로 끌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숲을 많이 보려고 했다. 복희가 해야 하는 롤이 무엇인가. 치고 빠지는 것을 많이 계산했다. 여기선 치고 빠져야 하고 여기선 내가 보여야 하고. 그런 밸런스를 늘 생각했다. 이전에는 이정도 분량이 아니었으니까 나만 하면 됐다면 이번엔 전체를 봐야 상대도 내용도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많이 떨어져서 보면서 하려고 했다. 강역조절을 해야 했다."

▲ 하윤경. 제공|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Q. 가장 좋아하는 고복희의 장면이 있다면.

"14부, 탈의실에서 초콜렛 먹으면서 노라에게 왜 금보의 손을 잡았는가 말하는 장면이다. 가장 담백하게 말하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복희가 처음으로 내 엣날의 나와 금보에 대한 마음을 고백하는데 어느 때보다 담백하다. 이 친구의 진가가 보인다고 생각해서 그 장면을 좋아한다. 그떄도 복희가 유머를 잃지 않는 모습이다."

Q. 복희의 엔딩, 마음에 드는지?

"복희는 꿈꾸던 캘리포니아로 가지 않는다. 복희에게는 그 곳이 도피처였는데 이제는 도피처를 찾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된 거다. 처벌을 받았으니 족쇄도 없고 사랑하는 친구도 생겼고 자유로운 복희가 된 거다. 개인적으로는 만족하는 엔딩이다. 찐 해피엔딩."

Q.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면.

"재밌게 고민하는 것이 굉장히 중욯다는 걸 배웠다. 항상 고통스럽게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역할의 화사함이 있어서기도 하지만 그에 상관없이 좀 더 즐기면서 역할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배운, 재미를 알게 해준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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