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 “닥쳐올 노동 대체, 사회적 대화에서 논의해야”

임세웅 기자 2026. 3. 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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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에서 사회적 대화는 뜨거운 감자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노총 내 조직 설득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적 대화를 전면에 던진 이 위원장을 <매일노동뉴스>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 민주노총 내에서는 사회적 대화에서 항상 노동계만 희생당했기 때문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의견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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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기훈 기자

민주노총에서 사회적 대화는 뜨거운 감자다. 그런데 그 감자를 움켜쥔 사람이 있다. 이재진(57·사진) 사무금융노조 위원장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10일 노조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우리는 사회적 대화로 나아가야 한다"며 "민주노총 내 조직 설득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축사에서 "전면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받았다.

사회적 대화를 전면에 던진 이 위원장을 <매일노동뉴스>가 6일 오전 서울 중구 사무금융노조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고양이 목에 방울을 누가 달 것인지를 살피고 있는 형국인데, 현장 조합원들의 급박한 목소리를 보고 목소리를 내고 설득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노동은 대체, 부는 극소수에 … 재분배 제도 논의해야"

- 민주노총 내에서 민감한 '사회적 대화'를 드러내놓고 말했다.
"노동이 대체된 뒤 사회를 논의할 시기가 지금이라서다. 인공지능(AI)이 현장에 파고들어 노동을 대체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장에 조금씩 밀고 들어오다 어느 순간이 되면 한꺼번에 대체될 거다.

한국장학재단의 사례에서 보듯이 콜센터는 AI 의존도를 높여가며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증권사도 곧이다. 주식의 흐름과 추세, 기술적 분석이 AI가 하는 일인데,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필요성은 적어지고 고객상담 업무 역시 AI가 상당 부분 대체할 거다.

우리 노조뿐만인가. 인간의 노동을 AI가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예측된다. 지난달 '클로드 코워크'라는 AI 프로그램이 나왔다. 재무관리, 법률데이터 수집 등을 하는 AI다. 이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소프트웨어 그룹들이, 인간이 편하게 데이터 수집과 분석을 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이제는 AI가 알아서 하게 됐다. 화이트칼라 노동자의 종말이다. '피지컬 AI'는? 자율주행 자동차는? 빠르면 2년, 늦어도 3년 내 들어와 노동자들을 대체할 거다.

지금 고민을 해야 할 때다. 노조는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일이 일어난 뒤 대응해 왔다. AI 대응만큼은 그러면 안 된다. 변화는 한순간에 올 것이다."

-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구체적으로 할 이야기는 무엇인가.
"미래의 재분배 제도다. 인간의 노동이 대체되면 부는 특정 세력에 쏠린다. 현대자동차가 도입한다는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실제 도입되면, 당연히 인간의 노동은 없고 로봇을 만들고 차를 만드는 기업들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다.

이미 부가 극소수에게 쏠리는 조짐이 보인다. 앞서 이야기한 '클로드 코워크'를 개발한 기업 '엔트로픽'은 2021년에 만들어진 500명 규모 기업이다. 올해 기업공개(IPO)를 추진할 예정이다. 시장은 기업가치를 약 500조원으로 추정한다. 일론 머스크는 개인 재산만 1천조원이다. 요즘 주목받는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이 약 670조원, 삼성전자가 1천200조원이다. 어마어마한 부가 미래 산업과 관련된 극소수에게만 집중되고 있는 거다.

극소수에게 쏠리는 부를 AI세나 로봇세 등을 통해 배분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기본사회를 이야기하고 있긴 하다. 다만 구체적 실체가 없는 이야기라, 노동계에서 이런 이야기를 함께 끌어가며 고민하지 않으면 자본의 입맛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다."

"현장 조합원들은 사회적 대화 원해"

- 현재 정부와 진행 중인 민주노총 노정협의체나, 일부 산별조직이 운영하는 노정교섭 등 채널을 통할 수는 없을까.
"AI로 인한 재분배 등의 의제가 그렇게 풀리는 문제인가. 자본의 역할과 책임도 있다. 노사정이 한 테이블에서, 드러내 놓고 공식적으로 논의를 해야 한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을 모두 얻지는 못할 거다. 대통령은 전체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참여하지 않으면 자본이 어떤 전략을 가진지도 모르고 대응하게 될 텐데, 그럼 이미 늦다.

일례로 2005년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보라. 우리가 이 제도가 들어올 때 여기에 대한 대비가 없이 합의를 해버렸다. 금융회사들만 신났다. 퇴직금을 외부에 적립하게 되면서 수수료 수익 구조가 개선됐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이전의 퇴직금제도와 다를 바 없이 굴러갔다. AI에 대한 접근도 대비가 없으면 그런 식으로 끌려갈 게 우려된다."

- 민주노총 내에서는 사회적 대화에서 항상 노동계만 희생당했기 때문에 참여하면 안 된다고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들어보라. 현장 조합원들이 정말로 사회적 대화를 반대하나.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에서의 사회적 대화 포문을 열었을 때, 중앙집행위원회에서는 통과되지 않았다. 그런데 양경수 위원장이 직권으로 중앙위원회에 상정했을 땐 어땠나. 통과됐다.

우리가 왜 대화를 하지 않나. 화가 난다. 민주노총은 조직된 힘으로 광화문·여의도·한남동에서 광장을 열었고, 시민들이 참여할 공간을 만들어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다. 세상이 변했다. 근데 왜 우리는 여전히 사회적 대화에서 빠져 있나. 한국노총은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민주노총도 들어가서 서로 견제도 해야 하지 않겠나. 이재명 대통령의 우클릭을 막고 우리 쪽으로 목소리를 당겨오는 것도 노동운동이다.

여러 반대가 있는 걸 안다. 욕 먹을까 두렵다. 하지만 말하지 않아서 그렇지, 이를 원하는 산별노조 위원장들이 있을 것이다. 조합원들이 원하기 때문일 거다. 조합원들을 보며 가야 한다. 나는 개인적인 이념이나 운동을 위해 노조위원장 자리에 있지 않다. 조합원들의 요구를 수렴하고, 집행하기 위해 있다."

- 경제사회노동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내 경사노위 1기를 출범할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민주노총이나 사무금융노조가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나.
"그건 어렵다고 본다. 사회적 대화 참여는 민주노총 최대의 의사결정기구인 대의원대회에서 논의해야 할 사안이다. 사회적 대화 참여만을 결정하기 위해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것도 상상하기 어렵다. 올해 연말 민주노총 위원장 선거에서 이 문제가 토론이 될지, 그리고 내년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안건이 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

국회 사회적 대화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가 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민주노총 내부를 설득하기가 훨씬 수월할 거다. 우리 내부에서 깊이 있는 고민과 소통을 계속해야 할 것이다."
▲ 정기훈 기자

"개정 노조법 시대, 달라진 교섭으로 산별노조 완성"

- 사회적 대화를 이야기하며 현장 조합원의 목소리를 강조했다. 실제로 현장 조직들과 자주 소통하나.
"3선이기도 하지만, 지난해 당선 이후 지금까지 3개월여 간 투쟁사업장들을 방문하고 여러 조직들을 만나 고충을 들었다. 본조가 어떤 방향으로 사업을 같이 갈 것인지 설명하면서 매일 저녁자리도 가지고 있다. 하루에 두세 곳의 저녁자리를 오가기도 한다. 노조의 7개 업종본부 대의원대회도 빠짐없이 참석해서 소통하고 있다. 어제(5일)에 모든 업종본부 대의원대회가 끝났다."

- 현장에서는 AI 외에 어떤 의제들을 요구하나.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폐지, 노동시간 단축 등이다. 특히 임금피크제 개선 목소리가 크다. 도입 목적은 이루지 못하면서 조직 내 갈등만 발생시키는 제도다. 도입 당시 정년연장을 하는 대신 기업 비용을 완화시켜 신규채용을 늘리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신규채용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힘들게 채용을 거쳐 들어온 신규 직원들이 보는 선배들은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아 노동의욕이 감소한 직원이다. 선배 직원들은 그들대로, 회사에 몇십 년을 다녔는데 찬밥 대우를 한다고 여긴다. 조직 분위기만 망가뜨리는 제도다.

이외에도 최근 노동자 노동조건에 영향을 끼치는 일들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면서 불만들이 누적돼 있다. 한국거래소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코스닥 시장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방안과 오전 7시부터 주식시장을 개장하는 안, HMM 부산이전과 교직원공제회 전주이전 등에 대한 불만이 쏟아진다. 노조와 대화하고 동의를 받는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게 당연하지 않나."

- 개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 곧 시행된다. 올해 사무금융노조 교섭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
"지난 3년간 사무금융연맹을 해체하고 사무금융노조로 모이면서 지부 교섭에 집중했다. 올해는 다를 것이다. 우리는 '사용자'가 금융지주사까지 적용될 수 있는지를 두고 고민을 하고 있다.

증권·보험을 비롯한 2금융권 노동자들이 모인 우리 노조의 교섭은, 실질적으로 5대 금융지주사가 관장해 왔다. 지주사들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근로조건 지배를 하고 있다. 이들과의 교섭이 가능할지를 검토하고 있다. 콜센터 역시 마찬가지다.

몇 년간 교섭이 지지부진했던 보험설계사나 교섭도 달라질 것이다. 노조에 특수고용 비정규직위원회라는 상설위원회가 있는데, 직접 위원장을 맡았다. 부위원장이나 본부장들이 맡아 왔는데, 위원장이 집중하려 한다."

- 올해 많은 갈등과 변화가 예상된다.
"사무금융노조 조합원들과, 산별노조 완성을 보면서 나아가겠다. 우리 노조는 지난 3년간 사무금융연맹을 해체하고 사무금융노조로 체제를 개편하면서, 175개 지부 교섭에 치중했다. 올해부터는 질적 성장을 추구한다. 정책 역량을 보강하고 금융산업, 사회 변화 등 폭넓은 의제를 교섭에서 다루고, 사회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실질적인 산별노조로 조직이 완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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