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임금체불 사태, 이재명 정권은 다를 수 있을까

윤효원 2026. 3. 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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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베트남 유력 매체인 노동일보(Báo Lao Động)는 최근 하띤성(Hà Tĩnh) 다이낌 산업단지에 위치한 한국계 의류 제조기업 '파이브스타 하띤(Fivestar Ha Tinh)'의 심각한 임금체불 사태를 집중 보도했다. 해당 공장에 근무하는 300여명의 현지 노동자들은 지난 1월과 2월분 임금은 물론, 베트남 최대 명절인 설 보너스조차 지급받지 못한 채 이달 5일부터 전면적인 조업 중단에 돌입했다. 또 회사가 미납한 사회보험료 문제까지 겹치면서 노동자들의 불안과 분노가 커지고 있다.

노동자들은 가족이 함께해야 할 명절에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으며, 회사가 미납한 사회보험료로 인해 의료 혜택 등 기본적인 사회보장에서도 소외될 위기에 놓여 있다. 현지 법인 관계자인 쩐득릭은 하띤성 노동연맹과의 면담에서 "한국인 소유주가 자금을 송금하지 않아 급여 지급이 불가능한 상태"라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장 운영은 사실상 중단됐고, 노동자들은 임금 지급과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보도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일시적 자금난으로만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보여준다. 회사는 지급 약속 시한을 여러 차례 제시했으나 이를 지키지 못했고, 그 결과 현지 노동자들의 불신은 더욱 커졌다. 노동자들의 피해가 명백한 만큼, 한국쪽 실질 책임주체가 누구인지, 경영상 위기가 실제인지, 또는 책임 있는 해결 노력이 있었는지를 한국 정부와 관계기관이 엄정하게 들여다봐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정부와 하노이 주재 한국대사관, 그리고 경찰청과 국세청 등 관계부처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국무회의에서 해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노동문제와 인권침해 가능성에 대해 관계부처가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바 있다. 하띤공장 사태는 대통령이 우려한 '무책임한 해외 진출 자본' 문제를 떠올리게 하는 사례다. 한국 정부는 하노이 주재 한국대사관을 통해 즉각적인 사실 확인에 착수하고, 고용노동부와 외교부 등 관계부처는 현지 당국과의 협조 아래 실질 책임 소재와 대응 경위를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

핵심은 실질 책임자가 누구며, 임금체불이 어떤 구조 속에서 발생했는지를 밝히는 일이다. 재산을 가족 명의로 빼돌리는 등 실제 자금여력이 있는데도 현지 법인과 노동자들을 방치한 것은 아닌지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특히 베트남 현지 노동자들이 이미 임금과 사회보험·명절 보너스 문제로 중대한 피해를 입은 이상, 문제를 단순한 민간기업의 해외경영 실패로 축소해서는 안 된다. 이는 한국 기업의 해외 노동인권, 나아가 대한민국의 대외 신뢰와 직결된 문제다.

2019년 3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한국 투자기업 SKB의 임금체불 사태를 언급하면서 관계기관에 대응을 지시한 바 있다. 당시 국내 언론보도를 통해 사태가 확산하자 노동부가 조사단을 현지에 보냈지만, 이후 현지 피해노동자들과 노조의 평가를 들어보면 그 대응은 매우 미흡했다. 필자는 당시 현지에서 피해노동자들을 대변하는 노조와 직접 만나 한국 정부 조사단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 물었다. 실망스럽게도 조사단을 만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조사단은 피해노동자들이 농성 중이던 공장조차 방문하지 않았다고 했다. 필자가 정보공개를 통해 확인한 자료 역시 그 답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의 지시와 별개로, 관료조직을 실제로 움직여 피해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현장을 확인하는 데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해외에서 발생하는 우리 기업의 노동이슈는 단순한 민간분쟁이 아니다. 대한민국 외교의 신뢰도, 한국 기업의 국제적 평판, 그리고 한국 정부가 자국 자본의 해외 행태를 어디까지 책임 있게 관리할 의지가 있는가와 직결된다. 이재명 정권은 관료조직을 확실하게 통제함으로써, 대통령의 지시는 있었지만 관료들의 집행은 부실했던 과거의 한계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한다. 하띤공장 사태를 계기로 대한민국 정부는 베트남은 물론 동남아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노동존중 문화를 다시 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시아노사관계 컨설턴트/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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