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공취모’ 논란, 8월 전당대회 향한 당권 경쟁 신호탄?

권은혜 기자 2026. 3. 9.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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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의원 최다 소속 모임인 ‘공취모’가 계파 갈등의 최전선으로 떠올랐다. 공취모의 뜻을 받아안아 당내 특별위원회가 신설되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2월23일 오전 10시30분 국회 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최근 여의도를 뜨겁게 달군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 일명 ‘공취모’의 결의대회가 열린 자리였다.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60여 명이 참석하고, 취재진·보좌진·지지자들이 뒤섞여 결의대회 장소를 빼곡하게 채웠다.

행사 시작 전, 미리 와 있던 지지자 가운데 파란 목도리를 두른 한 사람이 외쳤다. “정청래를 제명하라!” 주변에 있던 이들 사이에서 연호가 터져 나왔다. “제명하라! 제명하라!” 민주당의 행사에서, 민주당 지지자가 민주당 당대표를 비토하는 진풍경이 벌어진 것이다. 지지자들은 “여당 대표가 여기 오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 “정청래가 제2의 윤석열이다!” 같은 말을 내뱉기도 했다.

2월23일 더불어민주당 공취모 소속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공취모 결의 대회에서 피케팅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공취모는 2월12일 민주당 의원 87명으로 출범했다.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출범 기자회견에는 의원 40여 명이 참석해 단상에 올랐다. 상임대표를 맡은 박성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공취모의 설립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로 대장동 사건,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위증교사 사건 등 총 8개의 공소사실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통령 당선 후, 재판은 중지되었지만 조작 기소 자체가 폐기된 것은 아니다. 없는 죄를 만들어 국가원수의 국정 수행을 옥죄는 비정상이 지속되고 있다. (···) 국회가 책임지고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정치검찰의 조작 기소를 폐기하여 훼손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무너진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관련 제도개선까지 단계적으로 추진해나가겠다.”

그러나 모임 출범과 동시에, 내세운 취지와 달리 실은 ‘친명의 세 결집을 위해 출범한 모임 아니냐’는 의혹이 점화되었다. 지난해 정청래 당대표 취임 후부터 줄곧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던 ‘친명-친청 프레임’이 최근 조국혁신당과 합당 추진을 거치며 당내 권력투쟁 논쟁으로까지 비화된 직후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2월2일 친청계인 이성윤 최고위원이 2차 종합특검의 특별검사로 전준철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정 대표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전준철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쏟아낸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의 변호인단 소속이었다. 결국 정청래 대표가 사과하며 논란이 끝난 듯했으나, 지난해부터 굴러가고 있던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별위원회의 위원장으로 2월13일 이성윤 최고위원을 앉히면서 또다시 논란이 재점화했다.

2월18일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공취모를 “미친 짓”이라고 맹비난한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발언은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많은 사람이 미친 것 같은 짓을 하면 그들이 미쳤거나 제가 미쳤거나인데, 제가 미친 것 같진 않다. (···) (조국혁신당과) 합당 문제보다 더 중대한 것은 그것을 계기로 끝도 없는 내부 권력투쟁이 (민주당 내에서) 불거진 것이다. 무슨 이상한 모임도 만들어졌다.” 대통령을 따르는 민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 유시민 전 이사장은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와 함께 정청래 당대표의 뒤를 받쳐주는 인사로 꼽힌다.

부인할수록 커지는 계파 갈등설

친명계 의원들은 곧바로 응전에 나섰다. 공취모 운영위원인 채현일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유 전 이사장을 공개 비판했다. “검찰이 대통령 당선 이후에도 공소를 취소하지 않고 유지하고 있는 헌정 사상 전례 없는 이 상황에서, 당의 의원들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왜 ‘이상한 짓’입니까?” 박범계 의원 역시 YTN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단박에 법률로 취소한다든지 명령을 해서 취소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당성을 하나하나 차근차근 밝히고, 그 근거를 찾기 위한 노력을 하는 거다. 이는 무슨 당 권력투쟁 등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유시민 전 이사장이 그런 말씀을 하시니까 왜 저렇게 노여워하는지 거꾸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지자들의 반응도 격해졌다. 2월22일 이재명 대통령의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 운영진은 투표를 통해 카페 회원인 정청래 대표와 이성윤 최고위원을 강제 탈퇴시켰다.

이런 소동을 거치며 민주당 내 최대 이슈로 부각된 공취모는 더욱 탄력을 받았다. 2월23일 결의대회에서는 모임에 이름을 올린 의원 수가 105명까지 불어났다. 이는 전체 민주당 의원(162명)의 64.8%에 해당한다.

2월23일 공취모 결의대회에서 발언자로 나선 의원들은 계파 갈등설을 부인했다. “어떤 분들은 이재명 대통령한테 잘 보이려고, 아부하고 아첨하려고 그런다 하더라. 진성준이 대통령한테 아부·아첨할 것 같았으면 이재명 당대표 시절에 ‘금투세 해야 한다’고 대들었겠나. 너무나 터무니없는 모함이다(진성준 의원).” “여기 계신 분들의 면면을 보면 다 각자 정치적 생각을 갖고 계신 분들이다. 여기에 무슨 정치적인 목적과 부당한 목적들이 있겠나(김남희 의원).” 상임대표인 박성준 의원은 결의대회 뒤 기자들을 만나 “저나 (간사인) 이건태 의원이 무슨 계파가 있나. 저는 어떻게 보면 국정조사를 위한 실무형 대표다. 정치적 견해가 뭐가 있겠나”라고 항변했다.

그러나 당내에서도 이 모임의 성격을 두고 미심쩍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공취모 활동으로 이름을 각인시킨 의원들이 이를 바탕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하려 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8월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이르게 시작되었으며, 유리한 포석을 두려는 움직임이라는 것이다. 그는 “의정 현안이 산적해 있고, 지방선거도 치러야 하는데 의원들이 그런 모임을 만드는 것이 적절한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이런 모임이 대통령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지금 친명이 아닌 의원이 어디 있고, 대통령이 정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어디 있나. 왜 굳이 내부 분열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 여당은 힘을 갖고 있는 조직이다. 법 개정 등 여당 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많이 고민하고 실행해본 뒤, 국민의 목소리가 나오게끔 만드는 게 정치의 역할이다. 사법개혁을 지지하는 국민을 믿고 가면 되는데, 국민 눈에는 여당의 권한을 지나치게 행사하는 모습이 불편해 보이지 않겠나.”

공취모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한 의원은 “(같은 당이라도) 정치인들이 자신의 지향마다 모임을 하는 것은 사실 자연스럽다고 본다”라고 말하면서도 공소 취소 모임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를 냈다. “이렇게 아주 특정하고 개별적인 사안에 대해서 모임을 꾸리는 것이 정치적으로 옳은 일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모임에 들어야지만 일정한 가치를 표방하는 것으로 오인되는 데에 동의하지 않아서 가입하지 않았다.”

당내 특위 신설로 논란 봉합될까

삼권분립과 배치될 우려도 제기된다. 여러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정치권을 분석하고 있는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은 공취모가 오히려 “공소 취소의 정당성을 해치는 정치적 자해행위일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부당한 조작 기소라고 한다면 범죄인 만큼 사법절차를 통해 입증되어야 강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 사법절차는 그런 부당하고 억울한 기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항소·상고, 재심까지 보장하고 있는 것 아닌가. 입법권력이 정치적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은 매우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행위이다. 모임 소속 의원들은 대통령을 위한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이는 오히려 법치주의를 무력화해서 현 정부의 정당성을 약화한다.”

2월25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청래 대표는 당 지도부가 ‘이재명 대통령 사건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공취모)’의 뜻을 받아안아 당내에 특별위원회를 신설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있었던 정치검찰 조작기소 대응특위를 확대·개편한 것이다. 특위 위원장은 한병도 원내대표로 정해졌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언론 보도처럼 계파 갈등을 진화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 아니다. 정청래 대표는 이미 2월6일 최고위에서 (국정조사에 대한) 의지와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위 설치는 당대표의 발표에 따른 실천의 일환임을 밝힌다”라고 말했다.

2월23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병도 원내대표(왼쪽부터)가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시사IN 박미소

공취모 간사인 이건태 의원은 “특위 신설을 진심으로 환영한다. 긴밀히 협력하고 적극 지원하겠다”라면서도 “다만, 공소 취소 모임은 자발적으로 구성된 의원 모임으로서, 당 추진위원회와는 별개의 조직으로 운영될 예정이다”라고 발표했다. 이러한 공식 입장에도 불구하고 모임에 소속되어 있던 부승찬·민형배·김기표 의원이 잇따라 탈퇴 의사를 밝혔다. 김기표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탈퇴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 공식 기구로서 추진하는 것이 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훨씬 효과가 클 것임에도, 왜 굳이 따로 공소 취소 의원 모임을 계속 존속시키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정말 계파 모임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공취모 공동대표였던 윤건영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기존 발표한 대로 ‘공취모’를 유지하자는 결론이 난다면, 안타깝지만 저는 함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라며 탈퇴 의사를 밝혔다.

2월26일 공취모는 운영위원회 회의를 거쳐, 오후 1시30분경 모임을 유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재차 밝혔다. “‘공취모’의 출범 목적은 분명하다. 이재명 대통령 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와 공소 취소다. 출범 당시 밝힌 최종 목표인 공소 취소가 이루어질 때까지 의원 모임은 유지된다. 다만, 공취모의 독자적 행보는 최소화하고 당 특위와 국조특위에 적극 협조하며 공동 대응에 집중하겠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에 새로 설치된 특별위원회인 ‘윤석열 정권 조작기소 진상규명 및 공소 취소를 위한 국정조사 추진위원회(공소 취소 추진위)’는 3월5일 오후 2시 회의를 열고 국정조사를 요구할 7개 사건을 정리했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 위례 신도시 개발 비리 의혹,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의 경선 자금 수수 의혹, 쌍방울 대북 송금 사건, 문재인 정부 부동산 통계 조작 사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윤석열 부산저축은행 보도 명예훼손 사건이다. 공소 취소 추진위는 3월12일 국회 본회의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권은혜 기자 kik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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