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돈에 왜? 쏘렌토·팰리 사는데” 깔봐서 미안…‘멋진 남편·아빠’ 소리 듣겠네 [카슐랭]

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gistar@mk.co.kr) 2026. 3. 9.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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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단 살까 SUV 살까? 필랑트는 어때
차별화·틈새 전략, ‘별의 순간’ 노린다
‘가화만사성’ 아빠차로 40~50대 공략
르노 필랑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목숨 걸었다”

르노 ‘필랑트(FILANTE)’ 시승 소감이다. 디자인과 성능은 물론 가격에서도 “성공하고야 말겠다”는 각오가 느껴져서다.

사실 르노코리아는 국내에 신차를 내놓을 때마다 목숨을 건다. 지난 2024년 4년 만에 내놓은 신차인 그랑 콜레오스로 ‘보릿고개’를 넘었을 때도 그랬다.

현대차·기아와 달리 차종이 부족하고 대박을 일으킨 차종이 없는 상황에서 오랜만에 내놓은 신차의 판매가 부진하다면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절박함과 절심함 때문이다.

절박함과 절심함은 디자인, 성능, 가격 등 모든 측면에서 ‘파격’으로 이어진다. 디자인만 좋아서는, 동급을 뛰어넘는 성능만 갖춰서는, 가격 경쟁력만 높아서는 ‘반짝 인기’에 그칠 수밖에 없어서다.

르노도 한국서 ‘별의 순간’ 잡겠다
별똥별에서 영감을 받은 필랑트 측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필랑트는 르노코리아가 2020년 출시한 XM3(현 아르카나)에 이어 6년 만에 쿠페형 디자인을 적용한 모델이다.

쿠페는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의 정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운 외관과 스포츠카 부럽지 않은 강력한 드라이빙 퍼포먼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비싼 가격과 실용성 부족으로 예술품 영역에 머물렀다. 자동차 브랜드들은 기술과 디자인 발전에 힘입어 쿠페의 미학은 추구하면서 가족용으로 쓸 수 있도록 쿠페를 SUV로 변태(變態)시켰다. 세단과 SUV의 앙상블을 추구한 셈이다.

한국·프랑스의 르노 디자인 센터 협업으로 완상된 필랑트도 전통적인 차체 형식에서 벗어나 세단과 SUV의 특성을 고루 담아낸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앙상블’은 틈새 공략과 맞물린다. 중형 SUV와 대형 SUV의 틈새를 노리면서 디자인 측면에서도 SUV보다 날렵하고 역동적인 쿠페형 디자인을 통해 차별화를 꾀했다.

크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전장x전폭x전고는 4915x1890x1635mm다. ‘전고후저’ 쿠페 공식을 적용, 덩치에 비해 높이가 낮다.

중형 SUV 1위인 기아 쏘렌토와 대형 SUV 1위인 현대차 팰리세이드 틈새를 공략하는 만큼 크기도 두 차종의 중간에 해당한다.

쏘렌토(4815x1900x1695mm)보다는 길고 낮으며 팰리세이드(5060x1980x1805mm)보다는 짧고 낮다.

실내공간을 결정하는 휠베이스는 2820mm로 쏘렌토(2815mm)보다는 길고, 팰리세이드(2970mm)보다는 짧다.

쿠페 스타일과 크기에서 쏘렌토와 팰리세이드를 놓고 고민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시선집중’ 필랑트 후면 [사진제공=르노]
필랑트는 ‘이름값’도 한다. 차명은 1956년에 르노가 공개했던 1인승 초고속 차량 ‘에투알 필랑트(Etoile Filante)’에서 유래했다.

프랑스어로 에투알은 ‘별’, 필랑트는 ‘길고 가느다란 유선형’, 에투알 필랑트는 별똥별(유성)을 뜻한다.

르노가 그토록 원하던 ‘별의 순간’을 노리는 필랑트는 별이 빛나는 디자인을 실내외 곳곳에 적용했다.

‘일루미네이티드 시그니처 로장주 로고’ 옆 그릴에는 밤하늘에서 쏟아지는 유성우를 연상시키는 라이팅 패턴을 적용했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는 3D 디자인을 적용해 입체적이다. 차체 밖으로 돌출됐다.

옆모습은 전고후저 쿠페 스타일을 잘 보여준다.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별똥별처럼 차의 전면에서 후면으로 갈수록 차체가 점차 날렵해진다.

에스프리 알핀에 적용된 메탈릭 블랙 루프와 글로시 블랙 어퍼 테일 게이트는 별을 돋보이게 해주는 ‘칠흑같은 밤’ 역할을 담당한다. 외장 컬러에도 새틴 포레스트 블랙, 메탈릭 블랙을 적용했다.

동급 최대 사이즈인 표면적 1.1m²의 ‘파노라믹 글래스 루프’는 별밤지기의 낭만을 선사한다.

르노 필랑트 실내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실내는 ‘라운지’에서 영감을 받았다. 탑승자를 감싸는 구조의 헤드레스트 일체형 ‘퍼스트 클래스 라운지 시트’가 대표적이다.

앞좌석 등받이 후면에는 다양한 액세서리를 장착할 수 있는 히든 포트를 적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3존 독립 풀 오토 에어컨 시스템’을 통해 앞좌석과 뒷좌석의 온도를 개별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

실내의 공기 질을 감지해 자동으로 환기를 활성화하는 ‘실내 공기 자동 정화 기능(PM2.5)’, 운전 전후에 시동이 꺼진 상태에도 공조 시스템을 작동시켜 차내 공기를 관리하는 ‘애프터 블로우’ 기능도 갖췄다.

그랑 콜레오스처럼 3개의 12.3인치 스크린이 각각 독립적이면서도 서로 연결성을 갖도록 설계된 openR(오픈알) 파노라마 스크린도 적용했다.

티맵 인포테인먼트 기능에는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어시스턴트 ‘에이닷 오토’가 새롭게 적용됐다.

운전자의 평소 주행 패턴을 분석해 목적지를 추천하고 차량 기능을 제어하는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능형 차량 매뉴얼 서비스인 ‘팁스(Tips)’도 도입했다. 차량 사용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경우 AI 기반으로 필요한 정보를 안내하도록 해 탑승객의 사용 편의성을 높였다.

실제 주행 도로와 연동해 레이싱 게임을 즐길 수 있는 ‘R:레이싱(R:Racing)’, AI 생성 음악으로 즐기는 리듬 게임 ‘R:러쉬(R:Rush)’도 필랑트에 새로 적용된 엔터테인먼트 요소다.

조용하고 편안하고 안전한 패밀리카
르노 필랑트 [사진제공=르노]
시승차는 필랑트 에스프리 알핀이다.

하이브리드 이테크(E-Tech) 파워트레인은 100kW의 구동 모터 및 60kW의 시동 모터가 가솔린 1.5L 터보 직분사 엔진과 만나 250마력의 시스템 최고 출력을 발휘한다. 엔진의 최대토크도 25.5kg.m로 더욱 강력해졌다.

공인 연비는 복합 기준 15.1km/L이며, 1.64kWh의 대용량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도심 구간 운행 시 최대 75%까지 전기 모드로 주행할 수 있다.

드라이브 모드는 인공지능(AI), 에코, 컴포트, 스포츠, 스노(SNOW)로 구성됐다. 에코와 컴포트 모드에서는 정숙하다.

기존 르노 차량보다 한 수 위인 정숙성은 ‘액티브 노이즈 캔슬레이션(Active Noise Cancellation, ANC)’ 기능 기본 적용, 흡차음재 보강과 밀도 증가, 1·2열 사이드에 이중접합 차음유리 적용 등이 어우러진 결과다.

스포츠 모드로 바꾸면 페달이 좀 더 민감해진다. 다만, 처음부터 시원하게 질주하지는 않는다. 탄력을 받은 후에야 달리는 맛을 느낄 수 있다.

르노 필랑트 내부 [사진제공=르노]
주행 안정성도 수준급이다. 고속은 물론 지그재그 구간에서도 차체를 잘 잡아주고, 운전자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는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Smart Frequency Damper, SFD)를 적용한 효과다. 주파수 감응형 댐퍼는 주행 상황별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를 감지해 도심에서는 편안한 승차감을 선사하고, 고속도로에서는 주행 안정성을 위한 차체 거동 제어 성능을 발휘한다.

다만, 날카롭게 치고 빠져 나오는 능력은 다소 부족하다. 전반적으로 안락하고 편안한 주행에 초점을 맞췄다. ‘패밀리카’ 성향이다.

주행 안전성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34개의 차세대 최첨단 주행 보조 시스템(ADAS)도 채택했다.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능력은 프리미엄 수입차보다 뛰어나다. 곡선이 많은 구간에서도 차선을 이탈하지 않고 속도도 잘 조절하면서 주행하고 반응도 빠른 편이다.

아쉬운 점도 있다. 디지털화에 중점을 둔 나머지 직관성이 부족해졌다. 통풍 시트의 경우 디스플레이에서 ‘온도→좌석→통풍’ 3단계를 거쳐야 작동할 수 있다. 운전 중 바로 켜거나 끌 수 없어 불편하다.

“하이 르노, 통풍 시트 켜줘”라고 지시를 내리면 수행하지만 버튼만 누르면 되는 방식보다는 직관적이지 못하다.

르노 필랑트 [사진촬영=최기성 매경 디지털뉴스룸 기자]
필랑트는 가격에서도 쏘렌토와 팰리세이드 틈새를 겨냥했다.

가격도 ‘중간값’ 이다. 친환경차 세제 혜택 후 기준으로 테크노는 4331만9000원, 아이코닉은 4696만원9000원, 에스프리 알핀은 4971만9000원, 에스프리 알핀 1955는 5218만9000원이다.

세제 혜택 적용 전 시작가는 필랑트가 4500만원, 쏘렌토 하이브리드가 4058만원, 팰리세이드 하이브리드가 5146만원이다.

주요 타깃은 패밀리카를 구매하려는 40~50대다.

시선집중 디자인, 가족에 초점을 맞춘 성능, 틈새를 공략하는 가격에서 현대차·기아가 장악한 패밀리카(아빠차) 시장에서 새로운 대안이 되길 바라는 필랑트의 바람과 집념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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