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일파만파 티모시 샬라메 망언과 영화 ‘극장의 시간들’

신정선 기자 2026. 3. 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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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신정선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91번째 레터오는 18일 개봉하는 영화 ‘극장의 시간들’입니다. 이번 레터 제목과 썸네일을 보시고 이건 뭔가 싶으셨죠. 티모시 샬라메와 문상훈이 같은 영화에 출연한 건가? 아닙니다. 티모시의 발언이 며칠 전부터 논란이 되고 있는데, 갈수록 점점 더 커져서 그가 졸업한 고등학교 교장선생님까지 공식 서한을 발표했거든요. 티모시의 발언 논란은 영화 ‘극장의 시간들’이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거울처럼 비추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 애초에 티모시가 무슨 말을 했는지를 모르신다고요. 실수라기엔 정말 진심인 것 같은 그의 발언, 아니 망언, 오늘도 저의 인스타 피드를 채우고 있는 티모시의 발언부터 듣고 가시죠.

티모시 샬라메의 경솔한 발언이 요며칠 크게 논란을 부르고 있습니다. 그가 졸업한 고등학교 교장선생까지 공개 서한을 내셨어요. 티모시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생각이 과연 맞을까요. 아마도 문상훈씨 생각은 다를 것 같아요. 그가 출연한 영화 '극장의 시간들'에서 보여준 연기로봐선요./티캐스트

자, 앞서 말씀드린 티모시 발언부터. 지난달 말에 티모시가 매튜 맥커너히와 대담을 했습니다. 버라이어티와 CNN이 공동 주최한 자리였는데요, 1시간 정도 영화 산업 미래에 대해 얘기했어요. 그러다 최근 관객들의 영화 선택 성향에 대한 얘기가 나왔고, 티모시가 문제의 발언을 해요. “저는 발레나 오페라처럼 사람들이 더 이상 관심없는 장르에서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아니, 멀쩡한 배우가 다른 장르를 대놓고 폄훼하는, 논란이 될 게 불보듯 뻔한 저런 발언을? 기자 양반이 앞뒤 자르고 인용한 거 아니요? 이런 생각이 드실 분들을 위해 해당 발언의 앞뒤까지, 그의 워딩 그대로 아래에 적어보겠습니다.

“I admire people, and I’ve done it myself, who go on a talk show and say, ‘Hey, we’ve got to keep movie theaters alive, we’ve gotta keep this genre alive,’ and another part of me feels like if people want to see it, like Barbie, like Oppenheimer, they’re going to go see it and go out of their way to be loud and proud about it. And I don’t want to be working in ballet or opera where it’s like, ‘Hey! Keep this thing alive, even though no one cares about this anymore.’ All respect to the ballet and opera people out there. I just lost 14 cents in viewership. I’m taking shots for no reason.”

저는 레터 쓰기 전에 혹시 몰라서 풀영상을 다 봤습니다. 이번 티모시의 발언은 왜곡 없이 전달된 게 맞습니다. 앞뒤 맥락까지 합해서 그의 주장을 쉽게 풀면 다음과 같습니다. “영화관을 살려야한다는 말, 사람들이 관심 없는데 어쨌든 살려야한다고 나서는 거, 나도 해봤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고 싶어하는 영화는 억지로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찾아가서 본다. ‘바비’도 그랬고 ‘오펜하이머’도 그랬잖아. 재미 혹은 의미 혹은 가치 있는 예술은 사람들이 많이 봐. 아니니까 안 보는 거지. 사람들 관심에서 떠난 거, 가치 없어진 거, 난 그런 일 하기 싫어.”

그러면서 ‘아무도 관심없는 장르(no one cares about)’의 예로 든 게 발레와 오페라였던 거죠. 본인도 말해놓고 문제가 있다 싶었는지 “방금 시청률이 아주 조금 떨어졌겠네요” “제가 아무 이유없이 공격을 했네요”라고 농담조로 넘기려고 몇마디 덧붙입니다. 그래놓고는 테너나 소프라노가 노래하는 모습을 흉내내는데, 상황을 수습해보려던 거겠지만, 저는 그 흉내내는 모습이 더 철없어 보이더군요.

영화 '극장의 시간들' 중 첫번째 단편인 '침팬지'. 가운데가 영화 '화란'에서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 배우 홍사빈입니다./티캐스트

이 발언은 며칠 묻혔다가 며칠 전부터 SNS에 숏츠와 릴스로 엄청나게 조회되면서 일파만파 번졌습니다. 영국 로열발레, 오페라단에서 인스타에 반박글을 올리고, 여러 영화인이, 예를 들어 제이미 리 커티스가 “아티스트가 왜 다른 아티스트를 공격하느냐”고 문제 제기를 하는 등 큰 논란을 불렀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올해 아카데미 남우주연 후보 중 한 명인데다 대표적인 스타 배우인 티모시의 발언이니 뉴스를 안 탈 수가 없습니다.

여기저기서 들끓는 중에 티모시가 졸업한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 교장선생님까지 점잖게 꾸짖는 서한을 냈습니다. “티모시는 자랑스러운 졸업생”이라고 전제를 깐 후에 “학생들이여, 세상의 소음(즉, 티모시의 발언) 때문에 기죽지 말라”고 하면서요. 이 내용은 뒤에 말씀드릴게요.

티모시 발언은 팩트 여부는 차치하더라도(오페라와 발레의 인기가 제로에 수렴할 정도로 줄었는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아요. 발언 논리대로라면, ‘많은 사람이 보는 영화=좋은 영화’가 됩니다. 양이 곧 질을 담보하게 되지요. ‘좋은 영화’의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 제쳐두고, 사람들이 많이 본 영화면 다 좋은 영화이고, 많이 보지 않은 영화는 좋지 않은 영화, 혹은 고사되어도 마땅한 영화라는 주장은 맞지 않습니다. 영화뿐 아니라 모든 예술 장르가 그렇죠. 천만영화면 다 좋은 영화일까요. 다 잘 만든 영화일까요. 대중의 선택에는 이유가 있지만, 대중의 선택만이 예술의 가치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가 될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가장 주목받는 스타 배우가 양이 질을 담보한다는 주장을, 예술 장르에 갖다붙이니 여기저기서 시끄러워질 수밖에 없겠지요.

영화 '극장의 시간들' 중 세번째 단편인 '영화의 시간'에서 넥타이맨으로 나오는 문상훈. 반차 내고 달려왔으나 10분 지각했습니다. 영화관 원칙에 따라 입장이 거부되는데, 이를 어쩌면 좋을까요./티캐스트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티모시가 본다면 부끄러워 해야할 거에요. 30분 정도 단편 3편이 이어지는데, 요즘 많이들 칭찬하시는 영화 ‘파반느’의 이종필 감독(단편 ‘침팬지’), 작년에 ‘세계의 주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윤가은 감독(단편 ‘자연스럽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던 ‘한국이 싫어서’의 장건재 감독(단편 ‘영화의 시간’)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광화문 씨네큐브 개관 25주년 기념으로 만든 영화라서 배경이 씨네큐브에요. 상영 시작하고 10분이 지나면 못 들어가거든요. 그 원칙에 걸린 게 썸네일에 보여드린 문상훈씨입니다. 정확하게는 문상훈씨가 ‘영화의 시간’에서 연기하는 넥타이맨. 영화보겠다고 헐레벌떡 극장으로 뛰어왔는데, 아뿔싸, 10분 지각. 극장 매니저가 못 들어간다고 하자 “반차 내고 왔다”며 들여보내달라고 해요. 매니저는 원칙 때문에 안 된다고 하고 넥타이맨은 울상. 그런데 그가 내미는 영화표에는 짐작치 못했던 사소한 반전이.

3편 모두 영화의 의미, 극장의 존재 이유를 큰 주제로 안고 있는데, 막 골치아프고 그런 거 아니고요, 보통 사람들이 조용한 영화관에서 얻어간 작은 추억, 함께한 시간의 소중함을 돌아보는 이야기들입니다. 저는 첫째 영화 ‘침팬지’가 좋았어요. 야매로 한국에 팔려와 동물원 지하에 사는 침팬지는 지금도 꿀물을 좋아할까요. 영사실에서 홀로 전자레인지에 햇반 돌려 먹는 영사기사님은 지금도 가끔 필름에 혀를 대보고 있을까요. “우리가 본 것은 어둠뿐이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없었던 이야기라고는 단정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때의 마음은 남아있으니까요.” 세 마디 대사에 영화관의 존재 의미가 그대로 담겨있는게 아닐지.

영화 '극장의 시간들' 중 '영화의 시간'에서 오랜만에 다시 만난 고교동창. 왼쪽 동창의 이름은 우연, 오른쪽은 영화입니다. 우연처럼 보러간 영화에서 여러분도 오늘 반가운 만남을./티캐스트

티모시 얘길 하다가 정작 영화 얘길 얼마 못했네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티모시를 꾸짖은 라과디아 예술고등학교 교장 선생님의 서한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단 한 번의 공연, 단 하나의 선율, 단 한 번의 붓질, 단 한 번의 몸짓이 한 사람의 마음이라도 울릴 수 있다면,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것은 중요합니다. 그것은 분명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예술은 숫자로 평가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관점을 변화시키고 영혼을 치유하는, 영적인 교감입니다.” (We believe that if a single performance, a single note, a single brushstroke, a single movement across a stage touches even one person, it is worthy. It matters. It is very much alive. Art is not a numbers game; it is an act of spiritual connection that has the power to shift perspectives and heal souls.)”

영화 ‘극장의 시간들’을 만든 제작진, 그리고 지금 어디선가 영화를 쓰고 찍고 만들고 있는 영화인들도 아마 같은 마음일 것 같습니다. 그런 영화를 한 분이라도 더 보시도록 안내하기 위해 다음 레터, 다다음 레터를 계속 보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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