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여성 월급, 남성의 ‘절반’…성별임금격차 벌리는 요인은[점선면]
해외 주요국, 격차 줄이려 하는 이유?

어제(8일)는 제118회 3·8 세계여성의날이었죠. 여성의날의 상징은 ‘빵’과 ‘장미’입니다. 빵은 남성에 비해 저임금에 시달린 여성 노동자들의 평등한 노동권을, 장미는 참정권을 뜻합니다. 1908년 3월8일 미국 여성 노동자들의 참정권·노동권 시위가 여성의날 제정 계기였습니다.
그런데 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성의 평균 임금은 남성보다 낮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 그렇죠.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3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입니다. 오늘 점선면은 경향신문이 여성의날을 맞아 분석한 성별임금격차 최신 데이터를 전해드립니다. 해외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한국이 성별임금격차를 줄여야 하는 이유도 짚어보겠습니다.
좁혀지지 않는 그래프
경향신문은 여성의날을 맞아 국가데이터처의 ‘2024년 임금·근로 일자리 소득(보수)’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2024년 여성 노동자의 한 달 중위소득(중간값)은 240만원으로 남성(344만원)보다 104만원(30.2%) 적었습니다. 여성은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았습니다.
생애주기별 소득 변화를 보면 성별 불평등이 더 분명히 드러납니다. 여성 노동자의 한 달 중위소득은 20대까지 200만원대에 머무르다가 30대 후반에 311만원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그러다가 40대에 들어서는 순간 200만원으로 하락한 뒤 계속 감소합니다. 반면 남성은 30대 초반에 이미 350만원대를 기록하고, 40대 후반에 479만원으로 최고점을 찍습니다. 같은 나이대 여성의 중위소득은 266만원에 그쳤습니다. 2배에 가까운 격차입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일찍 임금 감소를 겪는 주된 이유는 ‘경력단절’입니다. 한국 여성 고용률은 30대부터 감소해 40대에 바닥을 찍고 다시 올라오는 ‘M자 그래프’를 보입니다. 출산·육아 부담이 커지는 30대에 일을 그만뒀다가, 40대에 전보다 더 열악한 일자리로 돌아오는 겁니다. 임금 격차가 일시적으로 좁혀지는 구간은 은퇴 시기인 60대이지만 그건 여성의 임금이 오른 게 아니라, 남성의 임금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다행히 성별임금격차는 2018년 34.1%에서 2023년 29.3%로 감소 추세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OECD 평균(2023년 기준 11.3%)보다 월등히 높죠. 한국은 1992년 OECD 가입 이후 33년째 성별임금격차 1위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유리천장’도 심각하고요. 한국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7.5%로 OECD 평균(약 33%)보다 훨씬 낮고,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6.5%에 그칩니다.

해외에서는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야 기업 생산성도 높아지고 출생률도 오른다는 합의가 섰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월간지 마리끌레르의 모혜연 한국 총괄 대표는 지난 2일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착한 기업이니까 여성을 리더십에 쓰겠다’는 생각보다 그렇게 할 때 경제적인 이득이 확실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젠더 다양성뿐 아니라 모든 다양성은 결국 회사의 이익에 기여한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고 했습니다.
호주 공정근로위원회는 지난해 4월 보육 종사자와 약사, 기타 의료 전문가, 사회복지사 등 여성이 주로 일하는 직종의 임금이 “성별 때문에 과소평가됐다”며 임금 인상을 결정했습니다. 레이 쿠퍼 시드니대 교수는 경향신문 여성서사 채널 ‘플랫’ 인터뷰에서 “조기 유아 교육, 장애인·고령자 돌봄 등 여성 다수 직종의 서비스 기준을 향상하면 노동력 공급이 늘어나고,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 또한 향상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OECD는 ‘2024년 한국경제보고서’에서 한국이 인구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출산·육아 부담을 낮추고 성별임금격차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은 “한국의 성별임금격차는 최고 수준으로 근로시간이나 교육, 연공서열 등의 요인으로 설명할 수 없다”며 “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과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경력단절 예방, 성차별적 기업문화·노동질서 시정, 출산·육아 부담 경감과 쏠림 방지 등 다양한 대책이 필요합니다. 여성계에서는 성별 임금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도 요구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사회가 기업의 임금 차별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프랑스·독일·영국·호주 등 해외 국가들에서는 이미 시행 중입니다.
한국 정부도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죠.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지난달 경향신문 인터뷰에서 “올해 상반기 고용평등임금공시제 법제화가 목표”라면서도 “법제화를 할 것이지만, 여러 이견을 조율하다 보면 법제화의 수준이 낮게 시작될 순 있다”고 했습니다. 성별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얼마나 강할지 꾸준히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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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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