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갔다 오면 몸값 더 뛴다?…연어족 100만명 시대 ‘연봉 역전’의 그늘
[비즈니스 포커스]

직장인 김모(36) 씨는 1년 전 떠났던 IT 기업으로 최근 복귀했다. 김 씨는 “연봉을 올리기 위해 이직했지만 전 직장의 업무 문화가 그리웠다”며 “회사도 즉시 투입 가능한 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 서로의 패가 맞았다”고 말했다.
떠난 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부메랑 직원(Boomerang Employees)’, 이른바 ‘연어족’이 노동시장에서 부상하고 있다. 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진 자리에 ‘실리’와 ‘검증’이라는 새로운 채용 문법이 들어선 결과다.
‘배신자’ 낙인 벗고…100만 명 돌파 코앞
고용노동부가 국민의힘 조지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퇴사 후 5년 이내에 원래 다니던 직장에 재입사한 사람은 2021년 88만4768명에서 2025년 98만8402명으로 4년 사이 10만3634명(11.7%) 급증했다.
2026년 현재 추세라면 연간 재입사자 수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할 것이 확실시된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입사는 ‘배신자’ 혹은 ‘갈 곳 없는 사람’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의 흐름은 다르다. 기업들은 고금리와 경기 침체 속에서 불확실한 신규 채용 대신 ‘이미 검증된 인재’를 선호하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 담당은 “신입사원 한 명을 뽑아 업무에 투입하기까지 평균 2000만원 이상의 비용과 최소 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며 “조직문화를 이미 알고 있는 퇴사자의 복귀는 효율적인 채용 방식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IT와 플랫폼, 스타트업 산업군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전문기업 커리어케어에 따르면 재입사 트렌드의 중심은 즉시 실무를 수행하고 팀을 리딩할 수 있는 대리~과·차장급 실무층이다.
유정록 커리어케어 그로쓰본부 전무는 “과거 개발자 품귀 현상 당시 공격적으로 이직했던 인력들이 최근 스타트업 생태계 재편과 함께 안정성을 찾아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인 전 직장으로 복귀하는 ‘안정 회귀’ 흐름이 강화됐다”며 “기업 입장에서도 조직문화 적응력이 검증된 이들을 재영입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고 분석했다.
기업들의 시각이 변한 배경에는 보편화된 이직 문화가 있다. 최근 5년 이내 입사한 대졸자 공채 신입사원의 평균 근속기간은 2년이 채 되지 않는다. 이직이 예외적 사건이 아닌 하나의 경력 관리 방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조직에 대한 ‘절대적 로열티’ 개념도 바뀌고 있다.
유 전무는 “기업 또한 정년을 전제로 한 고용 모델 대신 유연한 인력 운영을 택하면서 재입사에 대한 거부감이 자연스럽게 완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속도가 곧 경쟁력인 IT·플랫폼 산업에서는 입사 직후부터 내부 의사결정 구조를 이해하고 유관 부서와 즉각 협업이 가능한 재입사자가 매력적인 ‘전략적 선택지’가 된다는 것이다. 유 전무는 “결국 재입사는 충성도의 문제가 아니라 속도와 효율이라는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재해석되는 인력 전략의 한 형태”라고 덧붙였다.

실리콘밸리도 재입사 러시…“AI 인재 20%가 부메랑”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미국은 2025년부터 2026년 현재까지 ‘재입사 붐’이 일고 있다. 글로벌 인사관리(HR) 기업 ADP 연구소 데이터에 따르면 2025년 3월 기준 미국 내 전체 신규 채용 중 부메랑 직원 비율은 35%에 달했다. 2018년(27%) 이후 최고치다. 특히 테크 업계에서 두드러진다.
이 분야 신규 채용의 약 3분의 2(68%)가 전 직장 복귀자로 채워졌는데 이는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대퇴사 시대(Great Resignation)’에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났던 이들이 새로운 일자리의 문화나 불확실성에 실망하고, 익숙한 시스템과 동료가 있는 ‘친정’의 가치를 재발견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고의 기술 인재가 모이는 실리콘밸리는 2026년 현재 ‘재입사 붐’의 최전선이다. AI 인재 쟁탈전이 치열한 빅테크 기업들은 전직 직원을 다시 데려오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구글은 2025년 채용한 AI 관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의 약 20%가 과거 구글을 떠났던 ‘부메랑 직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존 케이시 구글 보상 책임자는 최근 사내 회의에서 “AI 엔지니어들이 구글의 압도적인 자본력과 거대 컴퓨팅 인프라를 찾아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2021년 퇴사해 AI 스타트업 ‘캐릭터AI’를 창업했던 노암 샤지어와 대니얼 드프레이타스 공동창업자를 2024년 막대한 비용을 들여 재영입해 화제를 모았다.
오픈AI 역시 마찬가지다. 앤트로픽 등 경쟁사나 스타트업으로 떠났던 시니어급 엔지니어 수십 명이 올해 초 대거 친정으로 복귀했다.
한때 창업 열풍이 불었으나 기술 고도화에 필수적인 최상위 수준의 GPU 등 인프라와 자본력을 갖춘 빅테크로 ‘유턴’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오픈AI는 이들에게 1인당 평균 150만 달러(약 21억원) 규모의 파격적인 주식 보상을 제안하며 복귀를 독려하고 있다.
‘연봉 역전’에 우는 재직자들…박탈감 해소 숙제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봉 역전’ 현상이다. 외부에서 경력을 쌓고 돌아오는 재입사자들이 기존에 자리를 지키던 동기나 심지어 선배보다 더 높은 처우를 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 중견 제조기업에 근무하는 이모(33) 대리는 최근 재입사한 동기를 보고 허탈감에 빠졌다. 3년 전 퇴사했던 동기가 타사 경력을 인정받아 자신보다 연봉 1500만원을 더 받으며 복귀했기 때문이다.
이 대리는 “묵묵히 회사의 위기를 함께 버틴 사람은 매년 3~4%의 짠물 인상을 감내했는데 나갔다 돌아온 사람은 단숨에 수천만원을 올리는 걸 보니 ‘남아 있으면 바보’라는 생각이 든다”고 토로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 등에는 재입사를 고민하는 글만큼 재입사자의 연봉 역전 현상에 박탈감을 호소하는 글도 많이 올라온다. 이는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하고 역설적으로 기존 핵심 인재들이 몸값을 높이기 위해 퇴사를 고민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기존 근속자 입장에서 “밖에 나갔다 오면 더 좋은 조건을 받는다”는 인식이 형성될 경우 박탈감이 누적되고 이는 핵심 인력의 추가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유 전무는 “최근 이직이 보편화되면서 재입사에 대한 거부감이 완화된 측면이 있다”면서도 “다만 연봉 역전으로 인한 내부 갈등을 막기 위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재입사자의 처우를 현재 재직 중인 유사 직급자의 보상 수준에 맞추는 등 내부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이어 “장기근속자들에게는 장기근속에 따르는 별도 인센티브 제도를 두는 기업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혜 대상’ 아닌 ‘조직 기여자’로 갈등 줄일 ‘구조적 설계’ 필수
기업들은 이제 입사 교육인 ‘온보딩’만큼이나 퇴사 관리인 ‘오프보딩’에 사활을 걸고 있다. 퇴사자가 미래의 재입사자 혹은 우군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프보딩은 단순히 서류를 정리하는 수준을 넘어 퇴사자와의 면담을 통해 조직의 개선점을 파악하고 ‘좋은 마무리’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넷플릭스의 ‘부검 메일(Postmortem email)’ 문화가 대표적이다. 퇴사자가 퇴사 이유, 회사에서 배운 점, 아쉬운 점 등을 투명하게 공유하면 남은 직원들은 동료의 떠남을 이해하고 회사는 인사 시스템을 재점검한다.
유 전무는 “재입사는 즉시 전력화라는 장점이 있지만 과거의 문제 직원을 다시 들여오는 리스크도 있다”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상사·동료·후배를 포함한 다면적 레퍼런스 체크(평판 조회)를 통해 과거 근무 당시의 협업 방식과 태도를 정교하게 검증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재입사로 인한 조직 내 갈등을 줄이기 위해선 기존 동료의 역할이나 기회를 침해하지 않는 ‘구조적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유 전무는 “재입사자가 압도적인 성과와 전문성을 갖춘 핵심 인재라면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지만 기존 구성원과 업무 능력이 유사하다면 경계심, 비교, 시기와 질투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조직내 서열 구조에서도 과도하게 앞선 위치에 두기보다는 내부에서 꾸준히 근무해온 인력에 대한 존중이 느껴질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재입사자의 역할을 명확히 정의해 기존 구성원의 영역을 잠식하지 않도록 하고 승진이나 핵심 과제 배정 등에서 재직자를 우선 고려하는 원칙을 유지해 ‘나갔다 오는 게 유리하다’는 인식을 차단해야 한다”며 “결국 역할은 명확히, 권한은 신중히, 기회는 공정하게 배분해 재입사자가 특혜 대상이 아닌 조직의 기여자로 기능하게 만드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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