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칩 없이 AI 구현”...조강원 모레 대표가 꿈꾸는 AI 인프라의 민주화 [이슈앤인물]
AI 하드웨어 최적화 SW 개발
AI 구현 비용 5분의 1로 절감
AI 서비스마다 최적화 칩 달라
특정 제조사에 휘둘리지 않고
다양한 반도체 '섞어쓰기' 모색

전라북도 전주시에서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거대한 실험이 시작되고 있다. 바로 모레(MOREH)가 주도하는 ‘피지컬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다. 전 세계가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한 장을 더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를 때 조강원 모레 대표는 이곳에 엔비디아 칩을 단 하나도 넣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대신 AMD의 GPU와 텐스토렌트의 신경망처리장치(NPU)가 그 자리를 채운다.
조 대표가 말하는 ‘인프라의 민주화’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다. 특정 하드웨어 제조사에 휘둘리지 않는 선택의 자유를 데이터센터 운영사에 돌려주고, AI 구현 비용을 기존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현실적인 선언이다. 서울 테헤란로 본사에서 만난 조 대표는 “내년이면 이종 반도체를 섞어 쓰는 것이 데이터센터의 기본값이 될 것”이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전북 피지컬AI 데이터센터, ‘엔비디아 종속’ 끊을 첫 실전 무대
기존 데이터센터 사업의 성패는 ‘엔비디아 GPU를 얼마나 확보했느냐’에 달려 있었다. 하지만 조 대표의 시각은 다르다. 그는 전북 피지컬 AI 데이터센터를 통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가 인프라의 주도권을 쥐는 모습을 증명하려 한다.
그는 “해외 고객들에게도 주로 소구하는 게 결국은 ‘엔비디아 GPU 없이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돌릴 수 있다’는 점”이라며 “운영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엔비디아를 버리는 게 불안할 수 있다. 그래서 이번 전북 사업에서는 모델만 잘 만드는 게 아니라 인프라부터 소프트웨어, 파운드리 모델까지 풀스택으로 줄 수 있다는 걸 실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반도체사 컨소시엄이 들어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 어떤 반도체가 오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유니버셜한 인프라 솔루션을 보여주겠다는 목표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데이터센터, 전기료 공포 이겨낼 열쇠
최근 데이터센터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전력’이다. 조 대표는 모레의 솔루션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해 데이터센터의 경제학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한다.
조 대표는 “작년까지만 해도 데이터센터는 똑같은 GPU 천 장 깔아서 모델 하나 학습시키는 게 전부였고, 그러면 똑같은 칩을 까는 게 제일 옵티멀하다”면서도 “그런데 올해부터는 서비스가 중심이 됐다. AI 서비스는 수십 개의 모델이 섞여서 돌아가고 유저들의 요청도 제각각이다. 어떤 건 계산 위주고 어떤 건 메모리 대역폭이 중요해졌는데 이는 곧 이제는 반도체를 섞어 써야 효율이 나오는 시대가 된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독파모 재도전과 ‘딥시크’가 보여준 길

조 대표는 “(재도전에 있어) 투자자들을 설득할 필요도 없었다. 이건 우리가 3년째 해온 이야기고, 평소에 하던 일을 잘 설명하면 될 거라 생각했다”면서 “특히 후발 주자로 들어와서 선발 업체랑 경쟁이 될까 하는 고민들이 많으셨겠지만 저희는 국내에서 경쟁이 가능한 유일한 회사라고 생각했기에 딱히 떨어질 거라 보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3년 뒤면 상장 준비 완료⋯“데이터센터 설계의 시작은 모레가 될 것”
모레는 이제 기술 실증을 넘어 본격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했다. 누적 투자액은 약 400억 원, 올해 상반기 중 마지막 펀딩을 거쳐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흑자 구조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조 대표는 상장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상장은 사업이 잘 풀리면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다. 가설이지만 한 3년 뒤면 자신 있게 상장을 이야기할 만큼 준비가 될 것 같다”며 “사실 재작년까지는 비용보다 속도가 중요해서 다들 엔비디아만 찾았지만 작년부터 AI로 돈을 벌어야 하는 시기가 오면서 비용 절감이 절실해졌다. 그 변화의 시점이 우리에겐 기회”라고 설명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조 대표는 한국 사회가 ‘반도체 강국’이라는 틀에 갇혀 소프트웨어의 가치를 간과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반도체를 몇천 개 까느냐보다 데이터센터 설계의 중심 기술이 어디에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3년 뒤 사람들이 데이터센터를 만든다고 했을 때 엔비디아 칩을 사는 것보다 ‘모레 소프트웨어를 먼저 깔아야겠다’는 생각부터 하기를 바라고, 그렇게 될 거라 확신한다”고 했다.
조강원 대표가 내세운 ‘내일보다 더 먼 미래, 모레를 보자’라는 의미의 사명처럼 그는 이미 다음 세대의 인프라 지형도를 그리고 있었다. 전북의 작은 실험실에서 시작된 이 엔비디아프리 실험이 성공한다면 우리는 비싼 통행료를 내지 않고도 AI라는 고속도로를 누빌 수 있는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하드웨어의 계급장을 떼고 붙겠다는 그의 호기는 사실 가장 철저한 경제적 계산 끝에 나온 승부사적 결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