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명문대 마약 동아리' 잡은 검사 "힙하다, 잡스에게 영감… 그저 추악한 범죄"

김태현 기자 2026. 3. 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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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수상한 계좌 송금 기록 하나가 300명 동아리의 민낯을 드러냈다. 민낯이 드러난 명문대생들은 마약이 '힙하다'고 했고, 그 힙함이 무엇인지는 끝내 설명하지 못했다.

[우먼센스] 공판 검사의 임무는 재판이다. 법정에 서서 유죄 판결을 이끌어 내는 것, 그게 본업이다. 마약 수사는 통상 그 범위 밖에 있다. 그런데 퇴근 후 시간을 쪼개 4개월간 마약 수사에 매달린 검사가 있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2024년 8월, 서울·경기·인천 소재 13개 대학 재학생 14명을 포함해 의사·상장사 임원까지 줄줄이 재판에 넘긴 이영훈 전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 검사(현 변호사)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최근 수사 전말을 담은 책 <선을 넘는 사람들>을 출간했다. 단순 마약 투약 사건 한 건에서 출발해 전국 규모 마약 동아리 '깐부'의 실체를 밝혀낸 그를 만나 그 기록을 들었다.

공판 검사가 마약 수사를? "우유에 밥 말아 먹는 짓이라고 했습니다"

—어쩌다 마약 동아리 수사에 발을 들이게 됐나요?

"동아리 회장 염 씨는 원래 성폭력처벌특례법 위반 등 별건으로 이미 구속 기소된 상태였어요. 2023년 크리스마스이브에 호텔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는데, LSD를 함께 투약한 여자친구에게 환각 부작용이 일어난 거예요. 여자친구가 공황 상태로 난동을 부리자 옆방에서 신고가 들어왔고, 출동한 경찰에게 잡힌 겁니다. 당시 수사는 '1회 투약·소지' 선에서 마무리됐어요. 저는 공판 검사로서 그 기록을 검토하다가 계좌 거래 내역에서 이상한 걸 발견한 겁니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숨어 있던 마약동아리를 포착하게 됐습니다."

사진=Gemini 생성

—공판 검사가 마약 수사를 한다는 게 낯선 일 아닌가요?

"공판 검사는 기본적으로 수사를 안 합니다. 재판에 들어가는 검사거든요. 공소유지, 즉 유죄 확정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한 활동만 하죠. 증인 신문이나 증거 조사처럼 법정 안에서의 일이 본업이에요. 마약 수사는 그 공소유지와 아무 상관이 없는, 완전히 새로운 사건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겁니다. 제가 수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주변 시선이 곱지는 않았어요. '왜 혼자 튀냐', 소위 '깝친다'는 분위기였고, 책에 쓴 표현처럼 '우유에 밥 말아 먹는 짓'을 한다고 보는 시선도 있었죠."

"돈은 거짓말을 안 한다"…새벽 3시의 수상한 송금 기록

—계좌 내역에서 어떤 점이 수상했나요?

"대학원생인 염 씨 계좌에 정기적인 소득이 없는데도 상당한 자금이 쌓여 있었어요. 게다가 몇 주 간격으로 새벽 시간대에 대여섯 명이 비슷한 금액을 연달아 송금한 기록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새벽 3시 전후로 10만 8700원, 12만 2500원 이렇게 들어오는 거예요. 대학생들이 술 마시고 'N빵'했다고 보기에는 금액이 너무 컸고, 무엇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마약 소매 가격과 딱 들어맞았어요. 1회 투약분이 대략 10만 원 선이거든요. 이들이 그날 밤 모여서 같이 마약을 하고, 그 구매 대금을 회장 계좌로 보낸 게 아닐까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진=Gemini 생성

—염 씨는 어떤 인물이었나요? 동아리를 직접 만든 건가요?

"소위 'SKY'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장기 휴학으로 제적당한 30대였어요. 나이를 속여 낮추고 본인이 직접 대학 연합동아리 '깐부'를 창립했습니다. 잘생기고 예쁜 학생들을 모아 친목 동아리를 만들어보자는 취지였는데, 고급 호텔 파티와 유명 레스토랑 식사를 미끼로 내걸었어요. 인스타그램 계정에는 학생들이 롯데월드 가고, 호프집에서 웃으며 술 마시는 사진들이 올라왔죠. 회비는 몇 만 원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여자 회원 회비가 남자 회원 대비 저렴했습니다. 깐부는 전국 규모 2위 동아리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겉으로는 평범한 친목 동아리처럼 보였겠네요.

"그렇죠. 그런데 염 씨는 이걸 처음부터 수익화 수단으로 봤어요. 텔레그램으로 마약을 공동구매한 뒤 회원들에게 웃돈을 얹어 팔았고, 6개월 만에 가상화폐 거래액만 수천만 원에 달했습니다. 구속된 후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에 이런 말이 있었어요. '마약도 돈 벌려고 시작한 거야.' 본인이 직접 쓴 겁니다. 집안도 유복하고, 좋은 대학 나오고, 얼굴도 잘생긴 사람이에요. 숨만 쉬고 살아도 평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 왜 굳이 이런 선택을 했는지, 저는 지금도 이해가 안 됩니다."

"힙하니까요"…엘리트들이 내놓은 황당한 대답

—피의자들에게 "마약을 왜 했어요?" 물었을 때 어떤 대답이 나왔나요?

"가장 많이 나온 대답이 '힙(Hip)하니까요'였어요. '쟤도 하니까 저도 했어요', '멋있어 보였습니다', 그게 다예요. 그래서 제가 다시 물었죠. 힙하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냐고. 설명을 못 하는 거예요. 대학생이 쉽게 가기 어려운 고급 호텔, 클럽, 심지어 놀이공원 같은 장소에서 마약이 등장하니까, 그 장소들처럼 마약이 뭔가 팬시하고 근사해 보이는 것들을 통칭하는 단어로 '힙하다'는 표현을 쓴 것 같아요.

우리는 명문대생이라고 하면 자기 관리가 철저하고, 뭐가 좋고 나쁜지 분별하는 능력이 남들보다 뛰어날 거라고 기대하잖아요. 그런데 선과 악을 구별하는 능력, 자기 몸에 뭐가 좋고 나쁜지를 판별하는 능력이 일반인보다 오히려 못하구나 싶었습니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이화여대 등 소위 '명문대' 연합 동아리에서 집단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씁쓸했어요."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들이 조직적으로 입을 맞췄다고요.

"피의자들이 전문 범죄자처럼 움직였어요. 노트북을 물리적으로 훼손해 포렌식을 막으려 했고, 마약 관련 대화 내역은 골라서 영구 삭제했습니다. 카카오톡 대화방을 통째로 없애는 '방폭'도 주기적으로 했어요. 그런데 흥미로운 건, 마약 투약 후 느낌을 올린 대화 기록은 일부러 남겨뒀어요. 다 지우면 '고의로 증거를 인멸했다'는 티가 난다고 생각한 거죠. 어설픈 계산이었습니다. 동아리 임원들의 대화방에는 '얘는 할 것 같지 않냐', '얘는 할 듯', '안 할 듯' 같은 기록도 남아 있었어요. 마약 대상자를 미리 골라두는 거였습니다."

—구속 이후에도 공모가 계속됐나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통화 녹음 파일에 이런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이건 팀전이야. 우리 다 같이 입을 다물어야 해.' 기가 막혔습니다. 이들이 도대체 어디서 이런 걸 배웠을까 생각해보면, 기성 세대로부터 배웠겠구나 싶어서 더 씁쓸했어요."

—책에 '블러핑 편지, 변기 속 편지'라는 챕터가 있습니다. 어떤 사연인가요?

"두 가지 다 증거인멸 시도인데, 방식이 다릅니다. 블러핑 편지는 구속된 여대생이 쓴 편지예요. '검찰이 어차피 내 편지를 압수할 테니, 거짓 정보를 심어놓아서 수사에 혼선을 주자'는 전략이었습니다. 실제로 편지에 재벌가 인물과 마약을 했다는 식의 허위 내용을 넣었어요. 처음 읽었을 때 꽤 충격적이었는데, 나중에 자백을 받고 나서야 이게 수사를 방해하려는 블러핑이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변기 속 편지는 진짜 내용을 담아서 가족이나 공범에게 보내려 했던 편지예요. 압수당하면 안 되니까 수용실 구석, 변기 옆에 숨겨놓은 거죠. '검찰이 설마 여기까지 찾겠어' 했겠지만, 다 찾았습니다. 그 편지가 수사에 결정적인 실마리가 됐어요."

의사·상장사 임원도 줄줄이…"새벽에 마약하고 당일 오후에 수술했다"

—대학생들뿐 아니라 의사와 기업 임원도 연루됐다고요.

"동아리 회원 한 명의 압수 휴대폰에서 실명과 병원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어요. 그 장소 근처에 대형 종합병원이 있었고, 병원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확인했습니다. 수사 결과 그 의사는 새벽에 마약을 투약한 뒤 당일 오후에 환자 7명을 수술한 것으로 드러났어요. 마약에서 완전히 깨지 못한 상태에서 수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죠. 정말 납득이 안 됐습니다.

상장사 임원 B 씨는 태국에서 마약을 밀수한 전과가 있는 사람이었는데, 또 손을 댄 거예요. 더 기가 막힌 건, 집행유예 상태에서 마약 동아리 여대생을 만나 필로폰까지 했다는 겁니다. 마약 동아리 여대생이 마약을 하고 싶어 B 임원을 찾았습니다. 이 여대생이 '필로폰은 처음'이라고 하자 이 임원이 직접 주사기와 필로폰을 챙겨와 팔에 놔줬어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은 법이 줄 수 있는 최대치입니다. 그걸 알면서도 홀로 사는 노모가 계신 집 2층에서 그런 일을 벌인 거예요. 결국 또 잡히면서 기존 유예된 형까지 합쳐 최소 5년 이상을 살게 됐습니다."

사진=Gemini 생성

—책을 쓰기로 결심한 계기가 있었나요?

"텔레그램 마약 채널을 접한 순간이었습니다. 모든 종류의 마약이 마치 와인 바디감이나 당도를 설명하듯 촘촘하게 리스트업돼 있었어요. '어떤 마약이 어떤 효과를 주는가', '수사기관 수사에 어떻게 대응하는가', '좋은 변호사와 나쁜 변호사는 누구인가'까지 총망라돼 있었습니다. 내용이 워낙 방대해서 하이퍼링크로 목차까지 만들어놨더라고요. 그 채널이 나중에는 흥신소 역할까지 하고 있었어요. '사람 찾아드립니다'는 문구가 있었는데, 찾아서 뭘 할까요. 폭력까지 충분히 연결될 수 있는 구조였습니다. 누군가는 어둠 속에서 마약을 옹호하는 백서를 쓰는데, 나는 내 이름 걸고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마약의 파괴력을 알리는 흑서를 써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동아리 회장 염 씨가 구치소에서도 마약을 반입했다고요.

"염 씨는 최후 변론에서 '내가 다시 마약에 손댄다면 그건 내 아버지를 칼로 찔러 죽이는 행위다'라고 했어요. 저는 그 말을 믿었습니다. 모든 것을 잃고서 한 말이니까 진심이라고 생각했는데, 불과 6개월 만에 구치소로 마약을 반입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구치소로 보내는 편지 우표 뒤에 LSD 종이를 붙여 밀반입한 건데, 이 사실은 염 씨에게 마약을 공급했던 상선이 제보하면서 드러났습니다."

—처음 마약을 접하게 된 이유가 스티브 잡스 때문이라고요?

"염 씨 본인 주장에 따르면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읽다가 'LSD가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줬다'는 대목에 꽂혀서 자신도 LSD를 접하게 됐다고 했어요. 비뚤어진 생각이죠. 스티브 잡스를 생각하며 자기도 마약을 하면 아이폰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건데, 정작 이 사람은 마약 동아리만 운영했을 뿐 창업은커녕 아무것도 안 했잖아요. 마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 그리고 구치소 안에서도 마약을 들여오는 것, 이 두 가지를 보면서 마약을 끊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습니다. 최근 유튜브에서 마약을 웃음 소재로 삼거나, 음악하는 사람이 마약 얘기를 농담으로 할 때 섬뜩합니다."

지연된 정의, 공소 기각…"법이 범죄자에게 틈을 열어준다"

—수사하면서 가장 잠을 못 잔 날이 있다면요?

"회원 중 한 명의 재판이 1심에서 전부 공소 기각으로 끝난 날이에요. 증거가 명백했어요.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인해 '검사의 수사 범위를 벗어난 사건이다'는 절차상 이유로 그냥 집에 간 겁니다. 그날 판사님도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스스로의 행동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씀하셨어요. 판사님 입장에서도 이 사람이 마약을 한 게 맞는데, 절차상 이유로 어쩔 수 없이 공소 기각 판결을 내린 거죠. '내가 믿고 사랑하던 법 제도가 범죄자에게 이런 틈을 열어주는구나' 싶어서 잠을 못 잤습니다. 2심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고, 지금 대법원에서 진행 중입니다."

사진=임준선(이오이미지)

—이 사건을 통해 청년 세대의 마약 실태를 어떻게 보게 됐나요?

"마약이 거의 담배 수준으로 일상화됐다고 봅니다. 전통적인 마약, 주사기 꽂고 코로 흡입하는 건 본능적으로 거부감이 생기잖아요. 그런데 요즘 신종 마약은 혀에 녹여 먹거나 전자담배 형태로 흡입해요. 담배나 껌과 다를 게 없다고 느끼는 거죠. 방어 기제가 작동을 안 하는 겁니다. 거부감이 없으니 더 많이 하게 되고, 더 강한 걸 찾게 되고, 결국 필로폰까지 이어지는 거예요. 앞서 말했듯 유튜브나 SNS에선 마약 경험을 아무 제재 없이 가볍게 얘기하고, 댓글에선 웃고 떠들고 있어요. 그게 더 무섭습니다."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스스로를 사랑하십시오. 힙함이니 갬성이니 하는 추상적인 것에 속지 말고, 본질을 챙기세요. 잘 먹고 잘 살아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 진짜 피해자는 수사 대상자들 본인이에요. 동아리 회장만 해도 숨만 쉬어도 평균 이상의 삶을 살 수 있는 사람이었는데, 스스로 그 길을 끊어버린 겁니다. 마약 전과가 남으면 취업도 힘들어집니다. 마약은 결코 힙한 것도, 멋진 것도 아닙니다."

사진=지베르니 제공

—마지막으로, 책 제목 <선을 넘는 사람들>에서 '선'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중의적인 의미입니다. 1차적으로는 형사 처벌의 테두리, 즉 법적인 선이죠. 그런데 더 중요한 건 두 번째 의미예요. '선 넘지 마라'고 할 때의 그 선, 우리 스스로 마음속에 갖고 있어야 할 개인적·도덕적 한계입니다. 그 한계를 무너뜨리는 순간 마약도 하고, 다른 범죄도 하게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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