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향만리)너에게로 가는 길 / 강현국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부재는 깨진 유리잔이 아니라, 투명한 선율의 음악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존재의 아픔을 드러낸다.
국(1949~, 경북 상주 출생)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낮은 침묵의 초가(草家)가 있고/호롱불빛 애절한 추억이 있고", "저문 날 외로움의 끝"이 있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그래서 아프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너에게로 가는 길엔/ 자작나무 숲이 있고/ 그 해 겨울 숨겨둔 은방울새 꿈이 있고/ 내 마음 속에 발 뻗는/ 너에게로 가는 길엔/ 낮은 침묵의 초가(草家)가 있고/ 호롱불빛 애절한 추억이 있고/ 저문 날 외로움의 끝까지 가서/ 한 사흘 묵고 싶은/ 내 마음 속에 발 뻗는/ 너에게로 가는 길엔/ 미열로 번지는 눈물이 있고/ 왈칵, 목 메이는 가랑잎 하나/ 맨발엔 못 박힌 불면이 있고
『프랑스 영화』(1997, 시와반시사)
부재는 깨진 유리잔이 아니라, 투명한 선율의 음악이다. 하여, 결핍이 만든 그리움은 시가 될 수 없다. 시는 사랑의 형식이며, 이별은 예술의 변형이다. 그리움은 꽃씨이지 꽃이 아니다. 시는 몸 밖으로 꺼내 언어의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방식이다. 울고 있는 자는 시를 쓰지 못하고, 울음을 건너온 자가 시를 쓴다.시는 고통의 오솔길에서 만난 사색이기 때문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존재의 아픔을 드러낸다. 왜냐하면 타자에게 다가간다는 것 자체가 이미 상처이기 때문이다. 감정은 추상이지만, 시는 구체이다. 나로 닫힌 존재가 자기를 열어, 타자에게 건너가는 순간, 자아는 찢어진다. 그 찢김, 그 틈이 시다. 금간 존재는, "왈칵" 기억이 먼저 "눈물"을 흘린다. 강현
국(1949~, 경북 상주 출생)의 「너에게로 가는 길」은 "낮은 침묵의 초가(草家)가 있고/호롱불빛 애절한 추억이 있고", "저문 날 외로움의 끝"이 있다. 초가 · 호롱불 · 눈물 · 맨발 · 불면은 어둠 속에서 핀 압화(押花)이다. 잃어버린 연모(戀慕)의 엇길이다. 이별의 그림자가 끌고 간 비워낸 자리, 삶의 뼈만 남은 자리다. 화려한 수사보다 겨우 버티고 서 있는 그의 행간은 가슴을 울린다. 명시는 "마음"이 가난한 자에게만 들린다.
시는 언제나 잃어버린 뒤에 온다. 무언가 사라진 자리, 그 빈 곳에 언어가 꿈틀댄다. 상실은 세계의 표면이 깨진 유리에 비견된다. 시는 사랑을 껴안으면서 이별을 아픔을 노래한다. 하여, 본질적으로 늦게 도착한 말이 시다. 어두운 밤 한 사람만을 위해 빛나는 불빛과 같다. 시는 세계 전체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한 이별의 슬픔, 한 순간의 "미열", 한 점의 "가랑잎"에 매달린다. 시는 태양이 아니라, 어둠 속 달빛 아래 흐느끼는 호롱불의 흔들림이다.
눈물은 이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언어다. 별빛보다 먼저, 바람보다 먼저, 몸이 떨리는 자리에서 시가 핀다. 눈물은 존재를 해석하는 예술이다. 「너에게로 가는 길」은 그래서 아프다. "자작나무 숲이 있고/그 해 겨울 숨겨둔 은방울새 꿈이 있"다. 하여, 무언가 사라질 때 세계는 처음으로 깊이를 얻고, 그 깊이 속에서 시가 붉게 번진다.
김동원 (시인·평론가)
Copyright © 대구일보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