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생강나무 서정

허행윤 기자 2026. 3. 9.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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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맘때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생강나무가 딱 그렇다.

정확히는 생강나무 꽃이 활짝 핀 뒤 20일 정도 지나야 산수유꽃이 망울을 터뜨린다.

옛날 강원도에선 내륙에서 구하기 힘든 비싸고 귀한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사용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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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해마다 이맘때면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직 잎이 돋기 전이다. 그리고 이내 노란색 꽃을 피운다. 색깔이 제법 곱고 환하다. 한반도에서 이만한 자태를 갖춘 식물이 또 있을까. 생강나무가 딱 그렇다.

이 같은 에피소드 이외에도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지냈던 게 또 있다. 어둡고 혹독했던 계절이 끝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 왔음을 가장 먼저 알려준다는 사실이다. 정확히는 생강나무 꽃이 활짝 핀 뒤 20일 정도 지나야 산수유꽃이 망울을 터뜨린다. 그래서 산수유가 봄을 알리는 전령사라는 명제는 수정돼야 한다.

그런데 이 명칭은 낯설다. 그 대신 ‘동백’이라는 이름으로 바꾸면 얘기가 달라진다. 귀에 익기 때문이다. 강원도 사투리로도 ‘동백’이라 부른다. 옛날 강원도에선 내륙에서 구하기 힘든 비싸고 귀한 동백기름 대신 생강나무 씨앗에서 기름을 추출해 사용했다고 한다. 동백기름이라고 부르던 게 이렇게 유래됐다. 소설가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에 나오는 동백꽃도 생강나무꽃을 가리켰다. 강원도의 전통민요인 ‘정선아리랑’에도 나온다. ‘싸릿골 올동박’이 그것이다.

좀 더 들어가 보자. 이 식물은 녹나뭇과에 속하는 나무로 키는 3m에서 웃자라면 6m 남짓하다. 꽃과 잎, 줄기 등에서 생강 향이 난다. 이름이 붙여진 연유다. 암수가 딴 그루다.

같은 시기 피는 산수유꽃과 비슷하다. 색깔도 노랗다. 그래서 헷갈리기 쉽다. 한번 따져 보자. 생강나무는 꽃이 가지에 바짝 붙어 핀다. 반면 산수유는 꽃에 비해 꽃자루가 길어 작은 꽃들이 여유롭다. 생강나무꽃은 줄기 끝이 녹색이고 줄기가 갈라지지 않고 매끄럽다. 산수유꽃은 줄기가 갈색이고 거칠다.

아주 오래 전부터 잎과 껍질 등을 약으로 썼다. 꽃이나 나뭇가지를 우려내 차로도 마시는데 매운맛이 난다. 냄새가 특이해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국립수목원이 3월 우리의 정원식물로 생강나무를 선정했다. 산책로 주변이나 상록수 앞쪽에 심으면 노란꽃이 더욱 돋보인다. 반그늘이나 양지 바른 곳 어디에서든 잘 자란다.

올봄에는 들녘에서 생강나무의 서정을 마음껏 느껴 보자.

허행윤 기자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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